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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먹을 것이냐 먹힐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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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철우
  • 승인 2000.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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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3차개방 인터넷 업계 “여파 크지 않다”… 한국 문화산업 일본 진출 기회로
일본 영화·게임·가요 등 대중문화에 대한 정부의 3차개방 조처를 바라보는 디지털 관련 업계는 “여파가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일단 느긋한 표정이다.
게임의 경우 두나라 업계의 주력 분야가 서로 달라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전망인데다가, 파급력이 큰 대중가요의 경우도 일본어 가창음반이 개방 대상에서 빠져 관련 업계에 직접 끼칠 파장은 예상보다 적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온라인 게임 개방 파고 크지 않다 3차개방 조처의 뼈대는 이렇다.
‘18세 미만 관람불가’를 뺀 모든 일본 영화를 국내에서 제한없이 상영할 수 있게 된다.
국내에 두터운 마니아층을 갖고 있는 극장용 애니메이션도 국제영화제 수상작에 한해 국내 상영이 허용된다.
지금까지 2천석 이하 규모의 실내에서만 허용되던 일본 대중가수의 공연도 실내외 구분없이 열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두차례 개방조처 때 빠졌던 게임 분야에서 대폭 개방이 이뤄진 점이 두드러진다.
게임기용 비디오게임은 개방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온라인·피시게임과 아케이드게임 등 나머지는 일본어 원판 수입이 허용됐다.
중간단계없이 전면개방을 택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게임 컨설팅 업체 ‘게임브릿지’의 유형오(36) 대표는 “일본의 아케이드게임은 이미 우리가 경쟁하기엔 너무나 먼 상대가 돼버렸고, 피시게임은 사실상 개방 상태인데다가, 온라인게임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세계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개방이 생각처럼 큰 파장을 몰고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이번 조처를 계기로 “일본의 아케이드게임 기술을 습득하고, 우리의 온라인게임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게임업계에 호기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게임개발자협의회(KGDA)의 사이트 운영자인 정무식(25)씨도 “문화개방으로 지금보다 쉽게 일본 업체와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돼, 국내 게임개발사들이 업무제휴·투자·합작 등 방식으로 일본 게임계에 진출하는 기회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며 “국내 게임개발 수준도 세계무대에서 뒤지지 않아 일본 게임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더라도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내보였다.
그래픽 뛰어나 국내업계 고전 할 수도 국내 게임개발 업체의 일본 시장 진출은 최근 막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미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가 일본 시장 진입에 성공했으며, 하반기엔 온라인게임 ‘퀴즈퀴즈’ ‘일랜시아’가 추가로 서비스될 예정이다.
'조선협객전’을 서비스하는 토미스정보통신도 최근 일본어판을 개발해 일본인을 위한 게임 서비스에 나섰다.
‘충무공전’ 등 피시게임 개발 업체인 트리거소프트도 내년 중에 온라인게임을 개발해 일본 유럽 등 해외시장에 적극 진출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물론 우려의 시각도 있다.
트리거소프트 최승훈(29) 마케팅실장은 “일본 원판 게임이 크게 확산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지만, 그래픽과 애니메이션이 뛰어난 일본어판 게임이 들어온다면 한국 게임업계는 상당히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라고 말했다.
게임기 중심의 일본 게임 업체들이 피시·온라인게임으로 눈을 돌릴 경우 그 잠재력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일본 대중음악과 애니메이션의 부분 개방 역시 당장 변화의 바람을 몰고오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국내 마니아 사이에선 일본 음악과 애니메이션은 알려질 대로 알려져 문화충격이나 새로운 시장 잠식은 예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선 상당한 붐을 일으킬 가능성도 크다고 전문가들도 내다보고 있다.
일본 음악 정보 인터넷방송국 젝시트의 운영업체인 ‘훠스트라’ 채웅석(36) 대표는 “개방 분위기를 타고 앞으로 일본 문화를 콘텐츠로 다루는 전문 웹 사이트가 지금보다 5~10배 이상 급증할 것”이라며 “기존 사이트들은 신생 사이트를 상대로 치열한 경쟁 상황에 빠져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어 가창음반의 개방이 빠져, 본격적인 일본 음악의 인터넷방송은 아직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한 대중음악 전문 인터넷방송국의 관계자는 “최근 일부 인터넷방송국들이 경쟁적으로 ‘제이팝’ 등 일본 음악을 직접 서비스하는 곳이 늘고 있다”며 “신생 사이트를 중심으로 법망을 벗어나거나 아니면 당당하게 음악 서비스를 내보내는 편법방송이 성행중”이라고 말했다.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 확대에 힘입어 국내 애니메이션·만화 웹 사이트들도 일본과 교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만화사이트 일본진출 채비 만화 전문 사이트 ‘코믹애드’는 최근 자사 웹 사이트에 일본어 페이지를 개설한 데 이어, 국내 아마추어 작가들을 발굴해 직접 일본 만화시장에 진출시키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10월께 일본지사를 설립해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 회사 장훈철(29) 대표는 “일본 문화에 대한 개방조처는 거꾸로 한국 문화산업이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있다”며 “일본 만화업계에서도 예전과 다르게 한국 만화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주요 만화출판사들이 공동으로 일본 인기 만화의 국내 인터넷 서비스를 준비하고 나서는 등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힘입어 한·일 디지털 문화산업간 상호교류와 시장진출은 앞으로 상당 기간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일본 대중문화 3차개방계획안
·영화 :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인정하는 ‘12세 관람가’와 ‘15세 관람가’ 영화까지 추가 개방 ·극장용 애니메이션 :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를 포함한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작(30편 안팎) ·비디오 : 개방대상인 일본영화와 애니메이션 가운데 국내에서 상영된 작품의 비디오 ·대중가요 : 공연은 실내외 구분없이 전면개방. 음반은 일본어 가창음반을 뺀 나머지 음반만 개방 ·게임 : 게임기용 비디오게임물을 뺀 나머지 게임물 ·방송 : 매체 구분없이 스포츠·다큐멘터리·보도물 방송 허용.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은 공인된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전체관람가’ 영화로 국내 개봉작의 방영 허용
(6월27일 문화관광부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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