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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종교e비즈, 아직은 걸음마
2. 종교e비즈, 아직은 걸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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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1.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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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금 휴대전화 결제·무선 콘텐츠 제공 등 눈독 들이는 업체들 점차 늘어
종교 분야에서 인터넷과 비즈니스의 결합은 이제 갓 걸음마를 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종교계에선 비즈니스를 드러내놓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다소 ‘불경스러운’ 행동으로 치부된다.
게다가 종교쪽에선 인터넷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종교용품의 유통구조 역시 오프라인과 강하게 연결돼 있어 e비즈니스가 치고들어갈 틈새가 작은 편이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종교 시장을 겨냥해 전자상거래나 무선 콘텐츠 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는 종교인구를 감안할 때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신교쪽에선 89년 설립한 호산나쇼핑센터 www.hosanna.co.kr를 비롯해 지난 2월 기독교방송(CBS)에서 문을 연 CBSi몰 www.cbsimall.co.kr 등 5~6개 안팎의 쇼핑몰에서 교회용품을 팔고 있다.
전문 쇼핑몰은 거의 없어 쇼핑몰들의 매출이 아직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대개는 전문 쇼핑몰이라기보다는 포털사이트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쇼핑몰을 끼워놓은 구색을 보이는 게 이를 방증한다.
개신교 최대 쇼핑몰 가운데 하나로인 호산나쇼핑센터의 올 2월 매출액은 5400만원 안팎이다.
인터파크의 같은 기간 매출액 50억에 비하면 10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한국 개신교 신자가 1천만명에 이른다고 하지만 실제 구매력이 있는 신도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할 수 있는 셈이다.
호산나쇼핑센터를 운영하는 넷소프트의 강윤국 주임은 “경제력이 있는 잠재 고객을 150만~200만명 정도로 잡고 있다”고 말한다.
물론 성장 가능성은 열려 있다.
종교 신도들의 경우 충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일반 쇼핑몰에선 구입하기 어려운 교회 마용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청년 신자들이 좋아하는 CCM(복음성가의 일종)나 십자가, 교회용 의자, 멀티미디어 예배를 위한 액정화면 등은 대형 쇼핑몰에서도 전시하는 곳이 거의 없다.
틈새시장을 파고들면 새로운 수요와 잠재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에 집중된 오프라인 유통구조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컨대 지방에선 근처 큰 도시로 나오지 않으면 교회용품을 구입하기가 쉽지 않다.
서울과 지방간의 교회용품 가격 차이도 큰 편이다.
중간 유통 마진을 없애고 바로 지방 고객과 접촉하면 15~20% 정도 싼 가격으로 외딴 교회에도 교회용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불교 쇼핑몰도 독자적으로 쇼핑몰을 연 곳은 거의 없는 편이다.
현대불교신문사에서 운영하는 마하몰 www.mahamall.co.kr 등 일부 사이트를 제외하고는 대개 선원이나 소규모 오프라인 전문점이 개인적으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만큼 쇼핑몰 규모가 아직은 영세하다는 것이다.
마하몰 하동규(33) 팀장은 “지난 1월 매출액이 3천만원 안팎”이라고 말한다.
불교 신자가 2천만명 안팎이지만 전문 쇼핑몰 운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불교용품 온라인 쇼핑몰은 개신교쪽보다 활성화되기가 어려운 편이다.
사찰을 대상으로 하는 가장 덩치 큰 품목은 불상류를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사찰을 다시 짓기 전에는 불상을 구입하지는 않는다.
비록 사찰을 새로 짓더라도 쇼핑몰을 찾기보다는 예로부터 알고 있는 오프라인 업체에 부탁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게다가 향이나 수첩 등 소모품도 대개는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들로부터 구입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마하몰이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넓혀나가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 팀장은 “앞으로 딱히 불교용품이라기보다는 탱화나 전통 문양의 도자기 등 문화상품을 폭넓게 전시할 것”이라고 말한다.
불교쪽은 기독교보다 활성화 안돼 무선인터넷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종교 관련 솔루션이나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벤처기업인 프리오토네트워크(대표 이경회)는 올 3월 말 오픈을 목표로 지난 2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및 한국통신프리텔과 ‘크리스천 채널 협약 조인식’을 가졌다.
휴대전화의 크리스천 채널 메뉴에 들어가면 성경과 찬송가의 원하는 부분을 전송받아 볼 수 있다.
또한 ‘교회별 방송국’이란 이름으로 새 신자 환영인사, 특별예배 소식 등 특정 교회의 소식을 다양하게 제공한다.
프리오토 이경회(34) 사장은 휴대전화를 통한 성경과 찬송가 제공 서비스가 시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신도들이 예배시간에 읽는 성경 구절은 ‘요한복음 1장1절’처럼 몇 구절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찬송가도 예배 동안 기껏해야 두곡 정도밖에 부르지 않는다.
굳이 두꺼운 성경책과 찬송가를 들고 예배에 참석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특히 e성경과 e찬송가의 주된 고객층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이들은 두꺼운 성경을 들고 다니는 것을 꺼린다.
최근 기독교 서점에서 잘게 쪼갠 성경책을 한묶음으로 팔고 있는 게 그런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도 휴대전화로 간단하게 성경을 보고 묵상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교회로부터 위탁료를 받고 신도들을 관리해주는 ‘교회별 방송국’ 서비스도 프리오토가 추진하는 새로운 계획이다.
예컨대 교회 장로의 영결식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신도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야 했다.
하지만 교회별 방송국을 이용하면 번거롭게 연락을 할 필요가 없다.
신도들 연락처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놓고 자동으로 휴대전화를 통해 소식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프리오토는 이외에도 애니콜과 손잡고 6월부터 크리스챤전용폰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전용폰은 성경과 찬송가를 하드웨어에 기본으로 저장한다.
또한 여러 단계를 거칠 필요없이 ‘원클릭’으로 종교 메뉴가 첫 화면에 뜨게 만들고 있다.
이경회 사장은 “십자가 디자인 등을 접목시킨 새로운 개념의 기능성 폰이 될 것”이라고 귀띔한다.
프리오토는 휴대전화 소액결제로 헌금이나 십일조를 낼 수 있는 결제시스템도 조만간 도입할 예정이다.
프리오토는 현재 몇몇 교회와 전략적 제휴를 맺기 위해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소액결제를 도입하면 주머니에 당장 현금이 없어도 그다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구제헌금이나 선교헌금, 건축헌금 등 설교를 듣고 감동을 받으면 교회에 나가지 않고도 언제든지 헌금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은 교회에서 “휴대전화로 헌금하라”고 신도들에게 드러내놓고 말하는기는 조심스럽다는 한계도 있다.
종교 시장이 크다고는 하지만 프리오토의 야심찬 계획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이르다.
사실 지난해 9월부터 무선인터넷인 이지아이 www.ez-i.co.kr를 통해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의 뉴스나 정보를 제공하는 LG텔레콤은 아직 그다지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LG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몇몇 서비스에 과금을 시작했지만 한달 매출액이 몇십만원 수준”이라고 말한다.
아직은 경제력이 부족한 10대와 20대 초반 이용자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LG텔레콤은 올 연말이면 손익분기점을 훨씬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유선인터넷도 포털과 엔터테인먼트에서 전문 사이트로 옮겨갔듯이 무선인터넷도 앞으로 그런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LG텔레콤은 지난해와 비교해 종교 관련 올해 매출액을 10배 이상 늘려잡고 있다.
종교 시장을 잡기 위한 업체들의 경쟁도 종교와 인터넷의 관계에 대한 논쟁만큼이나 점점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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