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최고가치 낙찰제 도입 놓고 '충돌'
최고가치 낙찰제 도입 놓고 '충돌'
  • 권태욱 기자
  • 승인 2013.02.04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야의원,건설업계 요구 받아들여 입법발의
시민단체,최저가 낙찰제 오히려 확대적용해야

정치권이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사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최저가 낙찰제' 를 폐지하고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할 것을 추진하자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이낙연 민주통합당 의원이 최저가 낙찰제를 폐지하고 대신 계약이행능력과 기술력이 필요한 공사입찰에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4일 발의하면서 다시 논쟁이 붙었다.

 개정안 발의에는 김태원·배기운·정성호·백군기·박인숙·문정림·박완주·인재근·김세연 의원 등 여야 의원 아홉 명이 참여했다.

이 의원은 개정안 추진배경에 대해 "현행 최저가 낙찰제는 건설업체 간 가격을 낮추려는 과당경쟁을 유발시켜 건설공사 이행과정에서 무리한 덤핑입찰, 공기단축, 노무비 절감을 초래해  산업 재해 증가, 부실시공, 저임금 외국인 근로자 고용으로 내국인 일자리 감소, 지역 중소건설업체의 수주량 감소 등의 여러 문제점이 발생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공사입찰자의 자격에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해 적격하다고 인정될 것을 비롯해 품질, 기술력, 입찰금액, 유지관리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국가에 가장 유리하게 입찰할 것을 추가하고 정부가 구성한 계약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 의원은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외국에서 시행하는 '최고가치낙찰제(Best Value)'를 도입해 입찰금액 외에 품질, 기술력, 유지관리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낙찰자를 선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도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하고 종합평가낙찰제 도입을 담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안은 최저가낙찰제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기술력이 필요한 공사의 경우 입찰가격, 기술력, 계약이행능력을 종합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종합평가낙찰제를 도입하는 방안이다.

또 공공공사 발주기관은 종합평가낙찰제를 통해 기관이나 공사의 특성에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낙찰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대선과 맞물려 국회재정위원회 조차 상정되지 못했다.

건설업계도 공공건설사업에 적용되는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해 줄 것 등을 정부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건의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최저가낙찰제로 인해 덤핑수주와 부실시공에 따른 예산낭비, 인명손실 등 사회적 비용을 키우는 문제로 인해 도입과 폐지를 반복했던 불완전한 제도"라며 "영국과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오히려 예산낭비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최저가낙찰제를 거의 적용하지 않고 최고가치 낙찰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한국건설경영협회는 지난달 '건설산업 발전과 건설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제도개선 25개 과제'를 인수위에 건의하면서 입찰 제도와 관련 투입 비용이 과다한 현재의 '저가심의제'를 폐지해 건설업계 부담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최근 건설업계와 가진 정책간담회에서 건설업계 주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최저가 낙찰제 폐지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약속한 바 있어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최저가 낙찰제도 개선방향 조사 연구' 보고서를 통해 현행 최고가 낙찰제는 단순히 입찰금액을 가지고 낙찰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부실시공의 우려가 있다며 가격과 기술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최고가 낙찰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최저가 낙찰제를 현 300억원 이상 공사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건설업체를 비롯한 발주기관, 용역업체 모두 반대하고 있다며 재검토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최저가낙찰제는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개선하고 확대시행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즉시 최저가낙찰제 폐지 법안을 철회하고, 오히려 현 300억 이상에서 100억 이상 공공공사로 확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최저가낙찰제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모두 단계별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이행하지 않았고, 새누리당 또한 2004년 100억이상으로 확대한다고 공약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경실련은 최저가낙찰제를 확대시키려 한 이유는 턴키, 적격심사제 등과 같은 다른 제도보다 가격경쟁 요소가 크고 오히려 경쟁을 제한하는 국내 입찰 제도 중 그나마 유일하게 예산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국회에서 최저가 낙찰제 폐지를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특히 최저가 낙찰제 폐지 이유로 거론되고 있는 부실시공 지적에 대해서는 명분쌓기란 지적이다.

부실시공이 일어난다면 건설업체는 향후 다른 사업을 낙찰 받을 수 없으므로, 최저가낙찰제라고 해서 절대 부실시공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계약능력, 품질, 기술력 등은 현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를 통해서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최저가 낙찰제가 건설재해와 부실시공을 부추긴다는 근거없는 여론 조장을 중단하라"며 "건설업의 특수한 구조인 하청단계에서는 모두 철저한 가격경쟁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원청업체에 대한 낙찰방식과 건설재해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사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최저가 낙찰제' 폐지를 놓고 정치권·건설업계와 시민단체간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전남 여수시 종화동~돌산읍 우두리 간 연육교 건설공사장의 모습. 제공=뉴시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