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 대가 가기 전에 꼭 한번은 배낭 메고 로마로 떠날 거야!’
마음속으로는 열두 번도 더 이국의 땅에 서 있었다. 그렇게 이십 대가 끝나고 어느덧 서른 줄에 접어들었다. 누군가 “여행은 가슴 떨릴 때 가는 거지, 무릎 떨릴 때 가는 게 아니다”라고 속삭였던 말이 맴을 돈다.
누구처럼 위풍당당하게 회사 때려치우고 로마로 떠나볼까? 돼지 콧구멍만한 새가슴에 어림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이제 로마를 향한 마지막 기회는....?
최근 유럽은 신혼여행지로 급부상했다. 아마, 기자처럼 이십 대 배낭여행 소망을 이루지 못한 삼십대 직딩들의 마지막 보루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면 111분 동안의 초스피드 로마 일주 패키지여행인 <로마 위드 러브>를 추천한다.
우선 가이드를 소개해야겠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우디 앨런’이라는 가이드는 한때 잘 나가는 영화감독 출신으로 유머는 서비스로 제공한다.
전작 <미드나잇 인 파리>를 통해 프랑스 파리에서 순회 가이드를 마치고 로마로 돌아왔다.
All roads lead to Rome(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이제 로마 여행을 위한 첫 걸음을 뗀다.
미국에서 여행온 헤일리는 조각같은 외모의 변호사 미켈란젤로와 영화 같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약속한다. 헤일리의 결혼 상견례를 위해 미국에서 날아온 은퇴한 오페라 감독 출신의 헤일리의 아버지(우디 앨런)는 미켈란젠로의 아버지의 노래 실력에 반해 무대에 세우겠다는 야침찬 계획을 세우고 만다.
청운의 꿈을 품고 로마로 떠나온 신혼 부부 안토니오와 밀리는 자신들을 로마에 안착시켜 줄 삼촌을 기다리고 있다. 그 사이 촌티(?)를 벗어내고 싶었던 아내 밀리는 미용실을 찾아 나서는데... 아내의 부재를 틈타 부부의 객실에 기습한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는 어느틈엔가 가짜 밀리 행세를 하고 있다.
실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로마에서 유학중인 친구 샐리의 집을 찾아온 모니카(엘렌 페이지)의 기기묘묘한 매력에 빠져드는 샐리의 남자친구 잭(제시 아이젠버그). 그 곁에서 사사건건 훈수를 두며 등장하는 존(알렉 볼드윈)의 잔소리가 밉지 많은 않다.
어제 다르지 않은 '평범한' 오늘을 시작한 중년남 레오폴도(로베르토 베니니)는 집을 나서자 마자 몰려드는 기자들 무리에 혼비백산한다. 도대체 "왜" 자신이 유명인이 됐는지 돌아볼 겨를도 없이 스타가 됐다.
바로 '평범'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스토리텔링하는 재주를 가진 이가 바로 우디 앨런 감독이다.
<로마 위드 러브> 속 주인공들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볼 법한 다양한 일탈에 휘말린다. 우디 앨런 특유의 재치와 로맨틱함을 고스란히 살린 추억, 명성, 스캔들, 꿈이라는 네 가지 키워드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는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들로 공감을 유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