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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바람 앞 촛불'
동양그룹 '바람 앞 촛불'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3.09.23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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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사 오리온 자금지원 없고 채권단도 추가지원 난색
금감원은 동양증권의 그룹 CP 판매 특별 점검 '압박'

재계 순위 38위 동양그룹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다.

형제회사인 오리온 측이 동양 그룹에 대한 자금 지원 계획이 없다고 공식 발표한데이어 채권단도 추가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리온은 23일 오전 보도자료를 통해 동양그룹의 자금 지원 요청과 관련 "해외 투자자와 주요 주주로부터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며 "오리온그룹과 대주주들은 동양그룹에 대한 지원의사가 없으며 다음에도 지원 계획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다.

담보 제공 여파로 오리온의 경영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중구 을지로 동양증권 본사. 제공=뉴시스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과 이혜경 부회장 부부, 오리온그룹의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부부는 이번 추석 때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이웃해 사는 모친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 자택에서 만나 동양그룹의 만기 도래 기업어음(CP) 상환 지원 문제를 놓고 심도 있게 논의했으나 끝내 합의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오전 담 회장은 임원회의에서 자신과 부인(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면 그룹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길수도 있다는 그룹 내 의견을 고려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담 회장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은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의 동생이다. 동양그룹은 최근 오리온 측에 오리온의 대주주인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이 보유 중인 오리온 주식(총 27.4%)을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기 위한 담보로 제공해달라고 요청했다.

또 오너가의 지원에 기대를 걸었던 채권단은 오리온그룹의 자금지원 계획이 없다는 소식에 추가 지원이 힘들 것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채권단의 관계자는 "동양은 회사채와 CP로 자금을 조달하는데 이렇게 되면 방법이 없다"면서 "동양증권에서 CP 매각하던 것도 10월이면 중단되므로 동양이 매우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추가 출혈 지원에 앞서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아직 공식적인 반응이 없다.

여기에 금감원은 동양그룹 계열 증권사 동양증권에 대한 특별점검에 들어가며 압박하고 나섰다.

금감원은 유동성 위기 우려가 커지고 있는 동양그룹 내 동양증권의 자산건전성을 점검한다. 동양그룹이 발행한 기업어음(CP) 판매와 운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최근 동양 레저, 동양 파이낸셜, 동양 인터내셔널 등 동양그룹 다섯 곳 계열사가 발행한 CP 규모는 1조1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연내 상환해야 할 자금은 7300억 원이다. 당장 4278억 원이 다음 달 만기가 돌아온다.

이에대해 동양그룹 측은 오리온의 지원 불가 발표에 다소 당황하면서 후속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 유동성을 CP나 회사채, 단기 콜자금 등으로 충당해온데다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추가 자금 조달 묘책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만기 도래 CP 문제 해결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하면 동양그룹은 법정관리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등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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