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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뇌관 가계부채’ 과감하고 적극적 대책은 긍정적
‘위험뇌관 가계부채’ 과감하고 적극적 대책은 긍정적
  •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 실장
  • 승인 2013.09.27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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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저소득층, 자영업자 등 취약대상을 우선 선정해 지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

커버스토리⑧-근혜노믹스 논쟁-가계부채-

박근혜 정부는 출발과 함께 거시경제의 안정적 관리를 국정과제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제시하였다. 외환시장의 안정화, 부동산시장의 활성화,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 등이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였는데, 이 중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의 여러 잠재적 위험요소 중 뇌관의 역할을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는 가계부채 문제가 현실화될 경우 민간소비가 위축될 뿐만 아니라 그 직접적인 영향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빠른 증가와 큰 규모도 문제지만 최근 들어서는 가계부채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맞춤형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가계부채의 특징 및 주요 취약부분을 살펴보고,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이러한 취약부분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는지 살펴보자.

경제규모상 가계부채 심각하지는 않아

흔히 가계부채라고 하면 가계신용을 의미하는데 가계대출과 판매신용으로 구성된다. 전체 가계신용의 약 93~94%가 가계대출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가계부채와 가계대출은 같은 의미로 취급되기도 한다. 또한 가계대출은 크게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으로 구성된 예금취급기관 대출과 보험기관, 연금기금, 여신전문기관 등으로 구성된 기타 금융기관 대출로 나뉠 수 있다. 그 외에도 각 기관의 대출은 크게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주택대출과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 대출로 나뉜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02년 말 465조 원에서 두 배 이상 증가하여 2012년 4분기에는 959조 원에 이르렀다(<그림 1> 참조). 그러나 단순히 가계부채의 규모가 증가한 것만으로는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가계부채 역시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은 약 154%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 132%보다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에서 우리나라 가계부채 수준이 높다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구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점은 최근 신규가입 국가들이 크게 늘면서 현재 OECD 국가들 중에는 우리나라보다 상당히 낮은 경제단계에 머물고 있는 국가들이 많다는 점이다. 특히, 이들 국가 중 상당수가 금융시장 발달 수준이 낮아 가계부채 규모가 낮을 수밖에 없고, 따라서 OECD 평균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참고로, 2011년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가 우리나라보다 낮은 OECD 국가들을 제외하면 GNI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평균은 약 152%이며 우리나라는 156%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우리 경제와 유사한 수준의 국가들과 비교할 경우, 특별히 심각한 수준에 도달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간 가계부채의 연평균 증가율은 약 8%로 우리 경제 GDP 증가속도인 4%의 약 두 배에 달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증가 속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년 동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2011년 2분기 9.2%에 달한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12년 4분기에는 5.2%에 머물렀다. 이는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급속도로 증가한 지난 2006~2008년 평균 10.5%의 절반 밖에 되지 않고 2010~2011년의 8.6%보다도 상당히 낮아진 수준이다. 따라서 가계부채가 급속히 증가한 지난 2006~2008년이나 2010~2011년에 비하면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가계부채 질적 악화가 우려되는 몇 가지 현상들

하지만 우리나라 가계부채의 질적인 악화가 우려되는 몇 가지 현상들이 나타난다. 우선,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중 상호신용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 등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비은행 예금기관의 의존도가 지난 2007년 1분기(21.9%)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여 2012년 4분기에는 29.2%에 달해 우려를 자아낸다. 이는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로 인해 주택대출의 규모가 줄면서 은행 및 비은행권 가계대출 증가폭은 축소되었지만 최근 비은행 예금기관의 가계대출 증가분 중 신용대출과 같은 기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에 기인한다. 따라서 비은행 예금기관을 이용하는 대출자들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계대출의 건전성은 다소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금융위기 이후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득이 가장 낮은) 소득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이 2010년 211.4%에서 279.6%로 크게 증가한 점도 가계부채의 질적 악화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그러나 2012년에는 이와 반대로 소득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이 31.6%나 증가하여 가처분소득 대비 부채 비율은 144.4%로 크게 감소하였고 소득분위별 부채 보유 가구의 비중도 소득 1분위가 32.8%에서 32.2%로 유일하게 감소하여 전반적으로 가구 재무 건전성이 개선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여전히 소득 1분위 가구의 가처분소득 증가 원인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경기회복을 통해 소득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낮고, 전체 가구의 원리금 상환액이 감소한 것과는 달리 소득 1분위의 원리금 상환액은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 1분위 가구의 재무 건전성은 면밀한 관찰이 필요한 부분이다.

한편, 채무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자영업자의 대출도 증가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기업대출 및 가계대출을 합한 대출총액은 2012년 말 기준 약 250조 원이며 이중 가계대출은 79조 원으로 자영업자 대출의 약 30%, 가계대출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다.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대체로 양호한 편이지만 <그림 2>에서 보듯이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차입 확대 등으로 인해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임금 근로자에 비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모두에서 높은 상황이다. 또한 소득분위별로 볼 경우에도 자영업자는 3분위를 제외한 모든 소득분위에서 상용근로자에 비해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넘는 과다채무가구의 비중도 높다. 한편, 금융부채를 보유한 자영업자의 DTI 비율은 24.1%로 상용근로자(16.6%)뿐만 아니라 임시일용직 근로자(19.4%)에 비해서도 높아 채무상환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소득 1분위 자영업자의 DTI 비율은 54.4%로 소득 5분위(23.7%)에 비해 약 2.3배 높은 수준이다. 종합해 보면, 자영업자의 전반적인 재무건전성은 임금 근로자에 비해 낮은 수준으로 판단된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규모나 증가율에 있어서는 즉각적인 대책이 필요할 정도로 전반적인 부실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가계부채 문제의 뇌관 역할을 할 수 있는 몇 가지 취약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채무상환의 부담이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에 집중되면서 가계부채의 전반적인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과거에 비해 커졌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경기침체로 인해 정부의 재정여력이 점차 위축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는 가계부채 전반에 대한 대대적인 관리보다는 일부 취약점에 대한 집중적이며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상당히 적극적이지만 효율성을 높여야 할 정부 대책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현재 가계부채 문제의 특징을 잘 반영하여 설계되었는가?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정비전 및 국정목표’에 나타난 것처럼 국민행복기금의 설립을 통한 채무불이행자의 채무조정과 전환대출을 통한 고금리 부담 경감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현재의 신용회복기금의 재원과 차입금 및 후순위채권 발행 등을 통해 약 8천억 원을 마련하고 추후 채권회수 및 보증수수료 등을 통해 7천억 원을 추가로 마련할 방침이다. 우선, 연체기간이 6개월 이상이고 채권 규모가 1억 원 이하인 신용대출채권을 국민행복기금과 금융회사 간 체결한 ‘신용회복지원협약’에 따라 매입하고 상환능력을 고려하여 최대 50%까지 채무를 감면해 줄 예정이다. 또한, 금융회사 및 등록대부업체에서 20% 이상의 고금리로 신용대출을 하고 성실히 상환 중인 채무자에게도 국민행복기금을 활용하여 10%대의 저금리 대출로 전환해줄 예정이다.

현재 가계부채의 뇌관 역할을 하는 부분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자영업자 및 저소득가구이다. 따라서 채무 감면 대상 선정에 적절한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추가하여 보다 절실한 계층에 채무 감면 지원이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이처럼 다소 과감한 정책은 가계부채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웠다는 점에서는 적절한 대응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현재의 재정적 여력을 감안하면, 대상 선정 측면에서 보다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이 아쉽다. 우선, 연체기간과 채권 규모만을 기준으로 채무 감면 대상을 정하는 것은 그 대상 범위가 다소 과도히 정해질 우려가 있다. 그 결과는 채무 감면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계층에 필요한 만큼의 지원이 돌아가기 어렵다. 결국, 지원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의 채무가 다시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여 이번 조치의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가계부채의 뇌관 역할을 하는 부분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자영업자 및 저소득가구이다. 따라서 채무 감면 대상 선정에 적절한 소득 및 자산 기준을 추가하여 보다 절실한 계층에 지원이 집중되도록 하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또한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대상 선정에 있어 담보대출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편이다.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채무감면 정책이나 저금리로의 대출전환 정책 모두 신용대출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최근 비은행 예금기관의 가계대출 증가분 중 신용대출과 같은 기타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것을 우려한 대응이라고 판단되지만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진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시장의 장기침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부동산시장 호황기를 거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평소에 이자만 부담하여 상환부담을 최소화하다가 주택매매를 통해 일시에 상환하는 방식의 대출이 관행화되면서 만기 일시상환 비중이 여전히 4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최근에는 저금리로 인해 고정금리 대출이 비록 증가했으나 여전히 예금은행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80%를 상회해 금리변동에 취약성을 보이고 있다. 현재의 부동산시장이 과거에 형성된 거품이 꺼지는 상황에 있다면 경기 침체기가 지나더라도 조속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경기회복으로 인해 금리가 다시 상승할 경우 예금 취급기관 가계대출의 61%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고, 이 경우 신용대출에 대한 막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가계부채 문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현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지원의 효율성 측면에서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보다 세심한 고려가 필요하다.

한편, 현 정부의 가계채무 감면정책은 논란이 되고 있는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부는 채무조정과 관련하여 재산보유 여부에 따라 감면율을 조정하고 은닉재산이 있거나 채무조정을 계획에 따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채무조정을 무효화함으로써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계획이어서 ‘사후적’인 도덕적 해이에 대비하고 있다. 또한 2013년 2월말 기준 6개월 이상 연체 중인 채권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연체가 2012년 8월말 이후 시작된 채권은 대상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채무 감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 채무 감면에 대한 기대가 상승하면서 발생한 채무를 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사전적’인 도덕적 해이도 차단하고 있다. 그러므로 현 정부의 가계부채 정책은 도덕적 해이 방지를 위한 정책설계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완성도를 보인다.

채무감면에 우선한 점은 사회적 비용 줄이는 기회 상실

그러나 가계부채에 대한 다양한 정책들 중 채무감면이라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사용한 점은 정책의 시간적 구성 측면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 우리나라 신용회복 지원제도는 크게 금융기관이 직접 참여하고 금융권 채무를 대상으로 하는 사적 지원제도와 법원이 시행하고 비금융권 채무까지도 대상으로 하는 공적 지원제도가 있다. 대표적인 사적 지원제도로는 금융권 자체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과 금융기관과의 협약에 의거하여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시행 중인 개인워크아웃제도나 프리워크아웃제도가 있다. 또한 공적 지원제도로는 비금융권 채무 조정도 가능하며 면책을 포함한 법적 효력을 가진 개인회생제도 및 개인파산제도가 있다. 원칙적으로 개인과 금융기관 사이의 부채 문제는 우선 당사자들이 해결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다중채무자가 많아 채권자의 수가 많고 법적 중재과정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사적 지원제도를 이용할 가능성이 낮다. 즉, 개인채무자의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높은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개인회생제도 및 개인파산제도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민행복기금과 같은 공적 지원제도에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현 정부는 국민행복기금 등 공적 지원제도의 활용에 앞서 개인채무자가 사적 지원제도를 통해 채무변제를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사실을 충분히 증명하도록 제도를 정비하여 사적 지원제도가 우선적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했어야 했다. 그러므로 현 정부의 가계부채대책은 정책조합 순서상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이미 상실하는 실수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해 보면,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엄청난 규모의 사회적 비용을 들여 대수술을 해야 할 정도의 규모나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와 같은 일부 취약 부분이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따라서 경기침체 장기화 및 복지지출 증대로 인해 현재처럼 재정적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지원대상의 효율적 선발을 통해 가계부채 대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 정부의 대책은 정책 설계 측면에서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의 가계부채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부족했고 정책 시행 순서상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지혜가 부족했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국민행복기금을 통한 지원이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도록 운용의 묘미를 살려야 할 시점이다. 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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