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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가격체계와 세제, 손봐야 하나?
에너지 가격체계와 세제, 손봐야 하나?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3.10.14 1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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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일부 중단과 전력소비량 증가로 ‘예비전력 마이너스(-)’ 우려…전력수요관리위해 요금현실화, 유연탄 과세방안 검토 필요성 대두

정부가 올 여름 또 ‘전력위기’ 가능성을 발표했다. 올 여름 전력수요가 공급능력을 초과해 예비전력이 “마이너스 198만kW까지 하락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최대 전력수요는 평년보다 높은 기온의 영향 및 경기효과 등으로 2012년 7,727만kW에서 2013년 7,870만kW로 143만kW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공급능력은 2012년 7,708kW에서 2013년 7,672만kW로 오히려 36만kW 감소할 것으로 예상돼 최악의 경우 공급능력이 마이너스 상태가 예견된다는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2012년 8월에는 전력 공급 예비율이 3.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1월부터 6월까지 월별 최대전력 사용시 공급 예비율이 10%를 넘어선 적이 한번도 없는 실정이다.

원전 일부 가동중단으로 전력난 심각해져

그런데 정부의 전력위기 관련 발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반복돼 왔고, 또 항상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밝혀왔다. 즉 전력소비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부의 발표에 대해 관련 시민단체에서는 ‘공급이 부족하지 않고, 관리가 문제다’는 다른 의견이 제출돼 왔다. 의견 차이야 어쨌든 그동안은 정부의 입장대로 진행이 돼 왔다. 그런데 올해 예상치 못한 결정적인 변수가 생겼다. 그것은 원전의 가동중단이다.

알다시피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운영관리하는 원자력발전소에서 각종 불량부품 및 미검증부품 사용실태와 비리 사건이 연이어 적발돼 사회문제화 되고, 그로 인한 후속 정비점검이 장기화돼 가동이 중단됐다. 물론 고장으로 인한 것도 있다. 여러 문제로 인해 현재 23개의 원전 중 9개의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여름에는 상가건물 및 가정에서의 냉방수요 때문에 전기사용량이 늘어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올해 우리 나라의 상황은 마치 2년 전 일본에서 후쿠시마 사태 이후 원전 가동이 중단되었을 때와 유사한 면이 있다. 과연 전력위기가 도를 넘어 대규모 정전사태까지 발발할 것인가? 아니면 민간과 정부의 협력 하에 슬기로운 운영이 가능할 것인가? 날씨는 점점 더 더워지고 있다.

미흡한 전력수요관리가 촛점

‘전력위기’의 원인에 대한 정부, 산업계, 학계, 시민단체 등의 견해를 보면 (1)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발전설비 확충 (2) 원전의 정지로 인한 공급능력 급감 (3) 이상기후로 인한 전력수요 급변동 (4) 미흡한 전력 수요관리 (5) 지속가능한 에너지원 개발 미흡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 (1)(2)(3)은 정부, 산업계, 학계에서 주로 말하고 있고, (4)(5)는 비판적인 학자들과 시민단체에서 주로 말하고 있다.

그런데 공급량 개선은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력 생산의 91.9%를 3대 전원(원자력, 석탄, 복합화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고,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력 생산 비중은 1.3%로 OECD 최하위 수준이다. 원전은 위험하고 사회적인 반대가 커지고 있다. 또 석유, 석탄 등은 국제 기후변화협약에 따른 온실가스배출 등의 문제로 늘리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급격하게 늘리기도 어려운 점이 많다.

소비량을 줄이려면 전력요금 현실화?

그래서 현실적으로는 전력 수요관리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 우리 나라의 현재 전기소비량은 경제발전 및 생활수준 향상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하다. <그림1>을 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총 전력소비량은 0.44kWh/$로 OECD 평균인 0.25kWh/$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인데, 이는 프랑스(0.20), 독일(0.18), 영국(0.14) 등 유럽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0.29), 일본(0.22)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전력소비량이 이처럼 늘어난 이유로, 원가의 93% 가량인 OECD국가 중 가장 저렴한 전기요금을 지적하는 견해가 많다. 요금이 너무 싸다보니 산업용이든, 가정용이든 많이 사용해도 된다는 생각을 국민들이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 서울 강남구 삼성동 전력거래소에서 전력관리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살피고 있다. 제공=뉴시스
결국 수요관리의 핵심은 전력요금의 현실화라고 보이지만, 이게 쉽게 가능한 문제가 아니다. 거기에는 복잡한 에너지 가격체계와 왜곡된 에너지 세제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전기는 상하수도, 도로, 통신 등과 같은 공공재이다. 오랜 세월동안 국가가 직접 생산과 수급을 관장해왔다. 알다시피 정부는 산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또 한편으로는 물가안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제해 왔다. 이는 다른 에너지원과 가격체계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복잡한 에너지 가격체계가 문제

<표1>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가격비교’를 보자. 현재 국내에서 전기보다 싼 에너지원은 도시가스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림2> ‘에너지원별 가격 및 소비추이’ 자료에서 보면 전기에 비해 가격의 상승비율이 큰 도시가스나 등유는 사용량이 급격히 줄어든데 비해, 같은 기간 가격상승률이 (2005년 100에서 2012년 133으로) 33%인 전기는 오히려 소비증가율이 더 크게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또 <표2-1>과 <표2-2> 국가별 비교자료에 보면, 우리나라는 모든 에너지가 다른 나라보다 비싸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모든 에너지를 해외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표에서 특이한 점을 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유독 ‘등유’가 전기보다 비싸다, 아니 ‘전기가 등유보다 매우 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역사가 있을텐데, 지면 관계상 간략하게 그 이유를 찾아보자.

먼저 이런 일이 있었다.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민영화론’에 밀린 정부는 전력산업을 민영화하기로 하고, 한전을 여러 개로 나누고 주식시장처럼 전기를 거래하는 전력거래소를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국제 유가인상에 있었다. 전기 생산을 위한 원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석유의 가격이 엄청나게 올라간 것이다. 정부가 전력산업을 민영화하기 위해 한전을 여러 개로 나누고 민간사업자까지 전기 생산을 시작한 마당에, 전기요금을 두 배로 올려도 안 될 정도로 유가가 올라간 것이다. 한전의 민영화는 중단됐고, 방만한 경영시스템과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고공행진으로 인해 한전은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당시 민영화를 결정하면서 초기에 발전소를 빠르게 건설하고 또 전기 생산을 시작한 대기업의 지속적인 전기 생산유인을 제공한다는 논리로, 이상한 제도를 도입했다. ‘계통한계가격’(SMP-System Marginal Price)이라는 가격결정방식이 그것이다. 이는 전기생산자들이 제시한 가격 중 ‘가장 높은 가격’을 모두에게 지불한다는 것이다.

석탄, 석유, 원자력 등 원료 가격에 따라 전기의 생산원가가 달라지며, 발전소마다 규모와 시설에 따라 원가에 차이가 나게 된다. 전력시장 민영화 시도 이전에는 원가에 근거해서 한전이 판매를 했으므로 적자가 나도 큰 문제는 아니었고 한전 스스로 자주 흑자를 내기도 했다.

민간발전 이윤보장책 SMP도 왜곡된 전기료의 원인

그러나 민영화 시도가 좌절된 상황에서 이미 전력시장에 뛰어든 민간발전사들의 적정이윤을 보장해줘야 그들이 계속 전기를 생산할 것이라는 이유로 앞의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하나 더 놀라운 일은 한전이 이들에게 실제 판매된 전기에 대해 대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고, 생산하겠다고 약속한 양에 대해 전액 지불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전기요금체계인 것이다. 이 사실은 국정감사에서 지적이 되었고, 이제는 감사원에서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는 사항이 됐다.

또 그간 급증한 전력소비와 전력난의 주요 이유는, 전기보다 비싼 非전기에너지의 소비대체가 전기 소비증가로 전환(하절기 동절기의 냉난방 전기수요 급증 등)됐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표1 참조). 특히 낮은 전기요금 문제는 가정용이 아니고 산업용 전기가 문제다. 위의 표에서 본대로 현재의 산업용 전기는 기름보다 매우 싸다. 등유의 열효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등유가격의 절반이다. 전기를 쓰는 것이 훨씬 유리한 것이다.기업들이 생산공정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값싼 전기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산업용 전기정책은 대기업들이 진출한 민간발전소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전력구매제도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친재벌정책이다.

2011년 한해 국가 전체 전력사용량 중 산업용 전기를 쓰는 기업이 약 35만개이다. 이중 상위 2천개 기업의 전력사용량이 핵발전소들의 총생산량과 엇비슷했다. 많은 양이다. 전기사용량이 많은 이 대기업들부터 현재의 전기요금체계를 바꾸어 전기요금을 더 부과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기업들의 방만한 전기사용을 줄일 수 있고, 또 소위 ‘전력피크’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전력수요의 총량에서 산업용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절별로 차이가 거의 없다.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 전력사용량이 늘어나는데, 이 시기는 주택용 전기가 영향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이를 ‘전력피크’라고 한다. 그러나 예를 들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들의 경우, 오늘 상품을 만들어 내일 판매하는 업체는 없다. 짧게는 월간, 최하 분기별로 계획생산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전력피크 시점에 잠깐 생산을 줄이거나 조업을 중단한다고 해도 기업실적에 미칠 피해는 거의 없다. 게다가 정부는 전력사용을 줄이면 그 절감량에 대해 전기요금의 몇 배로 보상도 해준다. 생산일정을 계획적으로 조정하고 이 제도를 활용하면 대기업들은 사실상 아무런 피해도 없이 생산을 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유연탄 과세 등 에너지 세금체제 개선 필요

한편 낮은 전력요금과 왜곡된 에너지 세제로 인해 이와 같은 전기化, 즉 비전기에서 전기소비로의 에너지 수요증대가 일어났다는 지적은 점점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전기를 과소비하는 것은 사실이다. 가정에서의 전력기구가 늘어난 것도 그렇고, 특히 상업용 시설의 고에너지 사용 및 저효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것도 사실이다. 여름의 냉방과 겨울의 난방은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 이 에너지 과소비구조는 역사적으로 볼 때, 핵발전소의 본격 가동 이후에 남아도는 전력을 해결하기 위해 낮은 전기요금, 심야전기 사용촉진, 전기 사용도구의 보급 등을 매개로,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도록 이끌어진 ‘유도된 과소비’라는 견해가 있다. 어쨌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가정, 상업시설, 산업시설 모두에서 전기 과소비는 사라져야 한다.

한편 전기 문제에 대해 볼 때 주목해야 할 것이 세금체제, 즉 세제 문제이다. 특히 전력생산 설비의 30%를 차지하는 석탄발전의 경우, 발전연료인 유연탄은 환경오염물질과 온실가스를 더 배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유연탄에 세금을 매기지 않음으로써 전기요금을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 부탄, 프로판, LNG, 등유, 중유에는 개별소비세를 종량세로 과세하고 있다. 반면 유연탄은 부가가치세 외에는 다른 세금이 없다.

현재의 에너지관련 세제는 환경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과세표준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사회적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자원배분의 효율성과 환경의 질을 악화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사회 환경적 비용 대비 에너지관련 세수는 1/3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원가에 미달하는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왜곡된 에너지 세제를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단기적으로 유연탄은 적절한 환경비용을 감안해 과세하고, LNG 등 대체재 및 기타 난방연료 등에는 과세를 완화해 주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세’의 도입도 구체적으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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