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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낮은 보장률, 공공의료 역할 미흡
63% 낮은 보장률, 공공의료 역할 미흡
  • 김철웅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3.12.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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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진료 초과, 행위별수가제’ 등 개선 시급…고가장비 이용과다, 보험급여 29%인 높은 약제비, 의료인력부족도 큰 문제

우리나라의 의료보험제도는 1977년 7월 5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범했다. 그리고 1979년 공무원·교직원 의료보험이 도입되고 1988년 농어촌의료보험으로 확대를 거쳐 도시지역 주민까지 확대되어 처음 도입한지 12년 만인 1989년 7월 전국민 건강보험제도가 완성됐다. 각각 따로 출범하여 수백 개의 조합으로 나누어진 직장 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은 학문적 입장의 차이가 정치적 논쟁으로 발전하면서 우리나라 현대사 초유의 이념에 대한 공개적인 정책 논쟁이 시작되었다. 의료보험 통합 여부에 대한 논쟁은 결국 대통령 선거라는 정치적인 과정을 통해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최종 정리가 된다. 즉 군사정부 시기를 거쳐 김대중 정부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1999년 2월 마침내 단일보험자 운영체계를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되었고, 2000년 7월 국민건강보험 통합이 완성되었다. 같은 해에 건보공단 및 심사평가원이 설립되었고 2003년 7월에는 직장·지역 간의 재정이 통합 운영되면서 마침내 의료보험 통합이 완성됐다.

의료보험제도의 시작에 대해서는 박정희 정부가 이미 군사혁명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거나, 국민 무상의료를 실현하고 있는 북한과의 체제경쟁을 위해서 시작하였다거나 산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노동력의 재생산을 위해 시작하였다는 등의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제도의 목적에는 산업적 필요성이나 정치적 필요성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의료보험의 통합과 조합주의에 대한 20년 간의 논쟁을 거치면서 적어도 의료보험의 통합을 통한 단일 보험체계의 구축은 진보진영의 목표가 되었고, 실제로 국민들의 지지와 동의 속에 민주 정부의 출범을 통해 통합 의료보험제도가 출범하여 우리나라의 보편적 복지제도의 첫 사례가 되었다. 현재의 의료보험은 경제민주화의 복지국가를 향한 국민들의 열망과 노력의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현황, 총 가입자 5,117만명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은 4,966만 명으로 국민의 96.8%(2012년 현재)나 된다. 여기에 의료급여 수급권자 161만 명, 내국인과 50여만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총 의료보장의 대상자는 5,117만 명에 달하는 명실상부한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이다. 대상자를 세부적으로 보면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되면서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는 3,411만 명이고 지역가입자와 피부양자는 1,556만명(783만 세대)이다.

보험료는 직장가입자의 경우 보수월액(근로소득)에 일정한 보험료율(5.89%)을 곱한 소득비례 보험료로 부과되며, 근로자와 사용자가 반씩 부담하고 있으며 지역가입자는 모든 종합소득(500만 원 이하 세대는 세대원 수, 연령 등을 감안한 평가소득)과 재산, 자동차를 점수화하여 부과하고 있다. 2011년 월평균 보험료는 1인당 78,822원인데 직장가입자의 평균은 82,802원이고 지역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는 72,139원이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가입자는 직장 가입자가 소득에 대해서만 부과하는데 비해 재산에 까지 비례하여 부담한다고 불만이고, 직장 가입자는 지역 가입자에 비해 실제적으로 많이 내고 있는 것이 불만이라서 단일 부과 체계 개발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 건강보험과 의료제도상 큰 문제점은 낮은 보험보장률과 공공의료 역할감소다. 2005년 6.8%였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2011년 5.9%로, 공공병상 점유율은 13.6%에서 10.4%로 하락했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진주의료원 폐쇄 철회 및 공공병원확충 촉구' 기자회견. 제공=뉴시스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급여는 질병·부상·출산 등 진료비와 건강검진비 등 주로 현물급여(98.3%)를 중심으로 제공되고 장제비와 장애인 보장구 급여비 등 현금급여(1.7%)도 일부 제공되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은 의료비의 남용을 막기 위해 일부 본인부담제도(co-pay system)를 운영하고 있는데 입원은 진료비 총액의 20%를, 외래는 요양기관의 종별에 따라 30~60%를 차등하여 본인부담금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과도한 본인부담을 예방하고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 확대를 위해 본인부담 상한제(소득수준별로 연간 200~400만원 상한액을 초과하는 본인부담액을 공단이 상환)와 산정특례제도(암 등 중증질환(5%), 희귀 난치성 질환(10%) 본인부담 특례)를 운영 중이다.

재정 수입의 85.7% 보험료 조달, 13.2%는 정부지원

그림 1.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재정 증가 현황

구 분

2006년

2011년

2012년

연평균 증가율

수 입

22.4

38.0

41.8

12.3%

지 출

22.5

37.4

38.8

9.7%

 

국민건강보험의 연간 재정 규모는 2012년 42조원 수준으로 커졌으며, 매년 10% 정도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재정 수입의 85.7%는 건강보험료, 13.2%는 정부지원으로 조달하며, 지출 97%가 보험급여비로 사용된다.

2012년 보험료 수입은 35.9조원으로 이중 직장가입자의 보험료가 80.3%(28.8조), 지역가입자의 보험료가 19.7%(7.1조)이다. 우리나라의 보험료율은 5.89%로 독일(14.9%), 프랑스(13.9%), 일본(8.2%), 대만(8.1%) 등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건강보험 재정의 13.2%를 차지하는 정부지원금은 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에 따라 2016년까지 5년 동안 한시적으로 보험료 예상수입의 20%(국고지원의 14%는 재정, 6%는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보험료 수입의 20%에 미달하는 12%~14%를 지원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지출구조를 살펴보면 건강보험 급여비 중 진찰, 검사, 약제, 수술, 입원, 간호, 이송, 건강검진 등 현물급여가 98.3%인 35.4조이며 임신출산진료비(1,664억 원), 장애인보장구(272억 원), 본인부담상한제 환급금(3,936억 원) 등의 현금 급여는 0.6조원으로 1.7% 정도에 그치고 있어 국민들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이유 중의 하나다.

건강보험급여비는 외래진료에 21.9조(63.4%)을 지출하고 있고, 입원 진료에 12.7조(36.6%)가 지출된다. 입원 급여비는 암 등 신생물(20%), 고혈압, 심·뇌혈관질환 등 순환기계 질환(16%) 등이 가장 많이 지출되고 있으며, 외래 급여비는 감기 등 호흡기계 질환(14.3%), 고혈압 등 순환기계 질환(12.2%), 암 등 신생물(7.8%) 등의 순서로 지출되고 있다.

또한 보험급여비를 지급받는 의료기관을 보면, 지난 10년간 의원의 급여비 비중은 감소하고, 병원급 이상은 늘어나고 있어 최근 대형병원 증가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노인 진료비의 급격한 증가이다 (표1 참조). 65세 이상 노인진료비는 2011년 15.4조원으로 전체 진료비의 33.3%를 차지하며 2002년과 비교하면 노인 1인당 월평균 진료비 2.6배가 증가하였고, 상대적으로 64세 이하에 비해 진료비 증가율과 비교하여 약 2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

낮은 보장률로 본인부담 많고 비급여 진료비도 증가 추세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제도는 적은 보험료로 양질의 급여 서비스를 받는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제도로 평가되고 있고(이상이, 2010),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모델로 삼을 정도로 부러워하는 의료제도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이상구, 2010). 그러나 여전히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제도는 많은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다.

우선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주요 후보 간의 TV 토론의 쟁점이 될 정도로 건강보험의 보장율이 낮은 것이 아직도 여전히 가장 큰 문제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11년도 건강보험환자 진료비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2011년도 건강보험 보장률은 현금지급을 포함하여 63.0%로 조사되었다.

<표1> 최근 10년간 노인인구의 변화와 노인의료비의 비율 증가 현황

구 분

2003

2004

2005

2006

2007

2008

2009

2010

2011

노인인구 비율 (%)

7.5

7.9

8.3

8.6

9.2

9.6

9.9

10.2

10.5

노인진료비 비율 (%)

21.2

22.8

24.4

25.9

28.2

30.8

31.7

32.2

33.3

노인 월 진료비 (천원)

104

114

129

150

173

195

215

235

247

 

현금지급을 제외한 보장률은 62.0%로 전년(62.7%)보다 다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법정본인부담은 줄었으나,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하였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개인 및 가계 부담이 클 것으로 추정되는 1인당 고액진료비 상위질환 30위(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포함)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75.5%로 추정되었고 박근혜 대통령이 국가 보장을 약속한 암 등 4대 중증질환자의 보장률은 76.1% 수준으로 파악되었다. 2011년도 진료비 실태조사 결과 그 전해에 비해 전체 보장률이 낮아진 원인은 초음파, MRI, 처치 및 수술 등 비급여 본인부담률이 전년도에 비해 다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급성기 병상의 큰 증가와 낮은 공공의료의 비중

우리나라의 의료제도는 기관 및 병상수 관리기전이 미약하여 의료기관 및 병상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이는 결국 의료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건강보험의 재정을 압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관 중 병원급 이상은 2001년 867개에서 2011년 2,682개로 늘어나 10년동안연평균 12.0%가 증가(2001년 대비 3.1배)하였고, 의원급 의료기관은 2001년 20,819개에서 10년 동안 27,837개로 증가하여 연평균 2.9% 증가하였다(건강보험통계연보, 2011) 의료기관 수의 증가는 인구증가율을 고려한 경우에도 증가율이 높은 편으로 의료기관은 연평균 3.2%, 병상은 연평균 6.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과 비교해 보아도 우리나라는 매우 높은 편으로 인구 천명당 병상 수가 8.8개로 OECD 평균 4.9 개에 비해 높은 수준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나라들은 급성기 병상(낮병상-day care, 외래-과 장기요양병상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병상, 주로 단기간 30일 이하의 의료서비스를 위한 병상)은 감소 추세인데 비해 우리의 경우 증가 추세여서 향후 지속적인 의료비 증가와 건강보험의 재정 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민간병상 중심으로 급성기 병상이 늘어남 점은 의료접근성 향상에는 긍정적이나, 과도한 의료이용을 유발한다. 2010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외래방문횟수는 12.9회로 OECD 평균 6.5회에 비해 높은 수준인데다 증가추세까지 보이고 있었다. 환자 1인당 평균재원일수도 2010년 기준, 우리나라 14.2일인데 이는 일본 18.2일 다음으로 OECD 평균 8.5일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OECD Health Data 2012).

한편, 우리나라 의료제도에서 공공의료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것도 큰 문제점이다. OECD가 2008~2009년을 기준으로 조사공개한 ‘각국 보건 통계’를 분석한 결과, OECD 평균 공공병원 병상 수 비중은 75.1%였다. 하지만 2011년 기준 한국은 10.4%로 파악돼 OECD 평균의 1/7 수준에 불과하다.(그림3 참조) 한국과 1인당 GDP 수준이 비슷한 체코의 공공병상 비중은 91%, 스페인은 74%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다 경제적 수준이 낮은 국가 중에서도 멕시코의 공공병상 비중은 65%였다. 의료체계를 시장에 맡기고 병원의 영리추구 성향이 강한 ‘의료후진국’ 미국의 공공병상 비중도 2010년 기준 25.8%로 한국보다 많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5년 6.8%였던 공공의료기관 비율은 2011년 5.9%로 뚝 떨어졌다. 공공병상 점유율도 이 기간 13.6%에서 10.4%로 낮아졌다.

적정진료 아닌 진료량에 따른 행위별 수가제로 의료비 증가 초래

우리나라 건강보험 진료비 지불제도는 병의원 서비스의 거의 대부분을 행위별 수가제(FFS) 방식이다. 부분적으로 7개 상병군 입원진료 등의 경우에만 포괄수가제(DRG)를 시행하고, 요양병원 입원진료에 대해서는 일당정액제(Per Diem)를 활용한다. 2010년도 기준, 전체 요양급여비용 중 93.8%가 행위별 수가제로 지급됐으며, 포괄수가제로 지급된 비중은 2.2%, 일당정액수가제는 4.0%에 불과하다

(보건복지부, 2011).

행위별 수가제의 가장 큰 문제는 진료량에 대한 통제가 곤란하다는 점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적정진료를 제공할 동기부여의 요소가 없어, 서비스 제공량을 늘릴수록 공급자의 수입이 증가하므로 적정 진료 이상의 과다 서비스 제공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위에 서 보았듯이 환자 1인당 평균재원일수, 국민 1인당 평균 외래방문횟수 모두 OECD 평균 보다 두 배 가량 높다(OECD Health Data 2012).

또한 진료량에 따라 병의원 수입이 늘어나므로 요양기관은 장비를 확대하고 장비이용을 유도할 유인을 가지는데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고가 의료장비 공급수준이 가장 높다. 2010년 기준, 인구 100만명 당 CT 보유대수는 35.3대로 OECD 평균 22.6대 보다 1.5배 높고, MRI 보유 대수도 19.9대로 OECD 평균 12.5대 보다 월등하게 많다. 단순히 장비만 많은 것이 아니라 실제로 활용 빈도도 높은데 해당 진료의 보험급여 적용 후 CT, MRI 촬영횟수가 급증했다. 예를 들어 2006년에서 2010년 동안 CT의 보유 대수는 크게 변하지 않았으나(연평균 증가율 2%미만), 촬영횟수는 2.2배(연평균 20%이상) 증가했다. 즉 행위별 수가제에서 진료비 관리는 주로 항목별 가격 통제 및 진료비 심사에 의존하므로 비효율적이며, 심사에 의존한 진료량 관리는 심사업무 과중과 함께 심사기구와 의료계간에 진료를 둘러싼 마찰을 끊임없이 발생시키므로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수가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행위별 수가제도는 성과와 무관한 진료비 보상으로 인해 의료의 질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즉 진료 제공량에 따른 보상이기에 불필요한 진료도 과다 제공할 가능성이 있으며, 심지어 합병증이 발생하여도 비용을 보상해야 하는 구조에서 의료 제공량이 일정 수준 이상 도달한 이후에는 추가적인 서비스 제공이 의료의 질 향상에 직접 연관되기 어려우며, 오히려 부적절한 사용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보험급여비 중 약제비가 29%로 OECD 평균의 두 배

우리나라는 2006년 12월부터 신약에 대해 비용효과성에 대한 경제성평가와 약가 협상을 거쳐 치료적·경제적 가치가 우수한 의약품만 선별적으로 보험 적용하고 있으며 심평원과 공단의 2단계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신약에 대한 약가협상은 급여평가위원회 평가결과 신청약제가 급여 적정하다고 평가되면 공단과 업체가 약가협상을 진행하며 2012년 3월말 기준 보험등재된 의약품 14,089품목 중 575품목(4.1%)만이 보험자와 공급자의 협상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었다. 특허 기간이 만료된 제네릭 의약품의 경우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도로「약제비 적정화 방안」(’06.5월)을 제정하여 오리지널 약가의 68%로 산정하여 약가를 인하하기 시작했고, 2011년 8월에는「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제네릭 상한가를 특허만료 전 약가의 53.55%로 인하하였으나 아직도 전체 건강보험급여비 중 약제비의 구성이 높아 약가의 비중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그 동안 건강보험 약가 및 약품비 관련 주요 정책 변화를 살펴보면 1977년 7월에 약가기준을 원가 수준에서 결정한다는 원칙으로 원가에 일정한 유통마진을 가산하여 상환가를 결정하는 고시가제도를 도입했다. 1982년 1월부터는 제약회사가 신고한 공장도 출하가격을 제약협회 내에 설치된 의료보험약가 심사위원회가 심사한 후, 복지부장관이 정한 유통거래폭을 가산하여 결정하는 약가 신고제를 도입했다. 1999년 11월부터는 의료기관이 실제 거래한 내역을 기초로 하여 약품비를 상환하는 실거래가 상환제를 도입하였고, 2000년 7월부터는 의약분업이 실시되어 전문의약품은 반드시 의사의 처방을 받아 복용하도록 하는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제도가 도입됐다.

그러나 의약분업 이후 고가약 사용 증가 및 외래방문 증가로 인해 약제비 및 건강보험 진료비의 급속한 증가를 초래해 2006년 12월, 신약의 경제성평가 및 가격협상을 통해 선별등재제도 및 약가협상을 하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실시되었다. 그 이후에도 저가구매 인센티브 부여 및 리베이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2010.10월)와 기등재 의약품(12년 1월1일 이전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에 대해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53.55% 수준으로 오리지널 및 제네릭 의약품의 보험상한가를 내리는 약가 인하를 실시(2012년 4월)했다. 이 결과, 건강보험적용 의약품 가격이 평균 14% 인하됐고 전체 약품비중 약 1조 7천억원(건보재정 1조 2천억, 본인부담 5천억)이 절감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러나 여전히 건강보험진료비 중 약품비 비중이 매우 높아 2011년 기준, 약 29.15%로 OECD 평균 15.0%의 약 2배 수준이다(OECD Health Data, 2012).

3시간 대기 3분 진료, 인력 부족으로 서비스 질은 하락

현재 우리나라는 의사, 간호사, 치과의사 등 핵심 보건의료 인력의 절대적 수준이 주요 국가들에 비해 부족한 상태이다.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수는 2010년 현재 2.0명으로 OECD 평균 3.1명의 65% 수준이고, 치과의사 수는 0.42명(OECD 평균: 0.64명), 활동 약사 수는 0.65명(OECD 평균: 0.76명), 간호사 수는 4.63명(OECD 평균: 8.56명)으로 파악된다. 특히 고령화 및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구조 변화 등 미래의료수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의대입학정원이 줄어 인구당 의사 수 부족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지어는 2015~2025년 우리나라 의사 수는 대체로 3~6만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2).

의약분업 당시 의사협회가 요구한 의과대학 정원 축소가 받아들여짐에 따라 2003년부터 의과대학 정원이 10% 감축되어 2002년 3,253명이던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2003년 3,083명으로 축소되고, 2010년 부실의대 정리 등으로 현재 전문대학원을 포함한 의과대학 총 입학정원은 3,058이다. 인구 십만 명 당 의과대학 졸업생 수가 2008년 9.2명이던 것이 2010년 7.1명으로 급락했다.

이렇게 객관적인 의사 숫자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에서 많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의사들이 너무 많은 환자들을 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의사 1인당 하루 환자를 볼 최대 숫자 상한제는 75명이다. 이 이상의 환자를 진료할 경우 의료 급여비용을 삭감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으나, 외국의 경우는 평균 20명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3시간 대기, 3분 진료의 현상이 나타나고, 실제로 진찰이나 설명 등 환자들이 받는 의료서비스의 질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간호사 숫자의 경우도 OECD국가들에 비해 낮은 상태로 간호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환자들은 제대로 된 간호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으며, 환자의 보호자와 가족들은 입원한 환자를 위해 직장을 쉬어가면서 간병을 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의료공급체계 개편 논의 필요해

위에서 살펴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의료제도로 평가되고 있고, 대만이나 중국 등에서 매년 우리 의료제도를 배우러 오는 실정이다. 특히 짧은 시간에 성공적으로 제도가 정착된 것은 매우 모범적이나 아직 제도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는 나아가야 할 길이 멀어 보인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이 화두가 되면서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논쟁에 휩싸였고, 보편적 복지의 사례로 건강보험이 손꼽히고 있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유력 후보들은 모두 정도와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하여 이제 건강보험은 제2의 발전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등 인구 구조의 변화에도 부응해야 하지만, 급성기 병상 위주의 의료 공급체계나 행위별 수가제 등 지불제도의 문제, 그리고 부족한 의료인력들을 그대로 두어서는 건강보험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제는 건강보험제도의 개편 뿐 아니라 의료공급체계의 개편과 의료 인력구조의 개편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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