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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공영제로 가는 길
버스 공영제로 가는 길
  •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 승인 2014.03.26 2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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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구리, 평택, 전주 등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버스 민영제의 폐해를 해소하기 위해서 버스 공영제 도입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버스 민영제 하에서 시민들의 이용불편은 늘어나고 종사자들의 노동조건은 계속 악화되는 반면, 버스 업체들의 보조금 횡령과 각종 비리 의혹 등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버스 민영제를 개선하기 위해 도입된 버스 준공영제도 일정정도 성과는 있었지만 한계에 부딪히면서 버스개혁에 대한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6.4 지방선거에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원혜영 민주당 의원과 김상곤 전 교육감도 이러한 흐름을 인식하고 버스 공영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재선을 노리는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버스 공영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어서 지방선거 국면에서 버스 공영제가 이슈로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버스 민영제 뿐만 아니라 준공영제 또한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버스 공영제가 도입된다면 버스의 개혁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버스운영체제는 사실상 버스 사유제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버스 공영제로 가는 길은 상당히 멀고 험하다. 준공영제 지역 이외에 대부분의 지역에서 채택하고 있는 재정지원형 민영제는 버스면허가 특허권으로 인식되면서 노선권이 국가(공공부문)가 아닌 민간사업자의 권리와 재산으로 인정되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버스가 기한규정이 없는 ‘일반 면허제’로 운영이 되면서 노선의 사유화가 고착화된 것이다.

현행 버스 민영제를 개혁하기 위해서 서울을 필두로 5개의 광역도시가 도입한 MB식 준공영제(수입금관리형)도 민간사업자의 노선 소유권을 인정하되, 정부가 운영비용을 모두 보존하는 대가로 버스 사업주로부터 노선의 조정권(사용권)을 위탁받은 형태이다. 준공영제도 이러한 노선의 사유화를 근본적으로 막는 제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공공부문의 민영제(프랜차이즈나 민간위탁 등)는 (지방)정부가 특정 민간업자들에게 사업 운영권을 불하하되,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운영권을 갱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한국의 버스 민영제는 업체들이 사업면허를 자진해서 반납하기 전까지는 사실상 버스사업을 영구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는 버스 업체끼리 면허와 버스노선 등을 자신들의 재산처럼 맘대로 사고팔고 하는 것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버스업체들은 보조금 횡령과 각종 비리들을 서슴없이 저지르고 있으며 버스업의 비정상화가 계속 방치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버스 사유제는 공영제의 제일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버스 공영제 시작은 버스 사유제 혁파로부터 시작해야

정부가 버스 공영제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사유재산이 된 노선권을 막대한 돈을 지불하고 사야 한다. 법적인 근거 없이 노선을 인수하게 되면 사유재산 침해로 위헌 소송까지 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버스 공영제의 시작은 이러한 버스 사유제를 혁파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버스 사유제를 어떻게 혁파할 수 있을까? 대표적으로 ‘한정면허 제정’과 ‘사업면허 취소 조건의 강화‘ 등이 있다. 현재 법체계 내에서는 버스 공영제를 도입하려면 버스 노선권을 시장가치로 지불하고 업체로부터 인수해야 한다. 하지만 그럴 경우 버스 공영제 전환비용이 너무 높아져서 실익이 많이 떨어진다. 물론 지방정부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85조에 근거하여 지금도 사업면허를 취소해서 노선권을 인수할 수도 있지만 많이 미비해서 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행정소송에 걸려서 사업면허 취소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일단 재산권 침해와 공영제 전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현재의 면허체계를 면허의 기간이 없는 ‘일반면허’에서 기간이 있는 ‘한정면허’로 전환해야 한다. 한정면허로 전환하면 일정기간이 지나면 노선권이 자동적으로 정부로 귀속이 되므로 민간 사업주들의 노선권이 사라지게 된다. 버스 공영제로 전환할 때, 노선권 인수비용은 물론 재산권 침해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또는 사업면허 취소 규정을 실효적으로 개정하여 지방정부가 법적 안정성을 가지고 사업면허를 취소할 수 있게 하면 된다. 사업면허를 취소하게 되면 민간 사업주들의 노선권이 사라지므로 인수비용이 들지 않으면 재산권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버스 사유제를 보장하는 현재의 법체계를 공영제에 우호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것인데 그런 측면에서 버스 공영제는 지방과 중앙이 협력해서 추진해야 하는 의제이기도 하다.

버스 공영제는 교통복지 확대와 버스업의 정상화, 대중교통체계 발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민영제와 준공영제가 모두 정답이 아닌 상황에서 이제는 버스 공영제로 가는 길을 한 번 걸어볼 때인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진보개혁진영은 무상급식으로 사회적 의제를 주도했다면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버스 공영제 의제를 주도하길 빈다. 많이 늦었지만 진보개혁진영이 지금부터라도 버스 공영제 추진관련 준비를 하면서 씨앗을 뿌린다면 언젠가는 버스 공영제라는 열매가 맺어질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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