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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디스크, 어디까지 산재로 볼 것인가?
허리디스크, 어디까지 산재로 볼 것인가?
  • 원종욱 본지 편집기획위원 / 연세대 의대 교수
  • 승인 2014.05.07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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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간판탈출증 등 직업적인 요인 이외 다른 뚜렷한 원인이 없다면, 직업연관성 인정하는 것이 사회보험으로서 산재의 취지

김씨는 48세로 양변기 만드는 회사에서 17년을 일했다. 김씨가 하는 일은 양변기가 완성되어 포장까지 마치면 물건을 각 매장으로 보내기 위해서 트럭에 물건을 싣는 일이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만들어서 오는 제품을 트럭에서 내리는 일도 한다.

제품 무게는 보통 10kg에서 20kg인데, 경우에 따라서는 최고 40kg까지 하는 것도 있다. 요즘에는 노동부의 감독이 있어서 20kg 이상 되는 것은 두 사람이 들라고 하지만 바쁘기 때문에 혼자 드는 경우가 더 많다. 10년전만 해도 나이도 어리고 힘이 좋다는 얘기를 들을 만큼 몸을 사리지 않고 일을 할 때라 30~40kg 되는 것도 혼자서 다 들었다.

젊었을 때는 무리해서 일을 해도 아픈 줄도 몰랐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여기 저기 쑤시는 일이 많았다. 특히 허리가 많이 아파서 조금 과하게 일하면 허리가 끊어지는 듯이 아팠지만, 이런 일을 하면 당연히 아픈 거겠니 하면서 파스나 부치고 회사에 다녔다. 가끔은 병원에 가 봤지만 심하게 일해서 그러니 쉬라는 말만하고 주사와 약, 그리고 물리치료가 전부였다. 그래서 병원에도 별로 가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는 너무 아프고, 다리까지 저려서 병원에서 MRI를 찍었더니 허리 디스크라고 했다. 요추 추간판탈출증이 심해서 3개나 있는데 특히 가운데 것이 심하다고 하면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회사에다 얘기했더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을 어떻게 하냐면서 치료비도 주지 않았다. 산재보험에 보상 신청을 했더니 산재보험에서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며,보상해주지 않았다. 너무 기가 막혀 여기 저기 수소문해서 산재보험에 심사청구, 재심사 청구를 했다. 재심사 결과 제일 심한 요추 4~5번 추간판탈출증은 산재이고, 나머지 위, 아래(요추 3~4번, 요추5번~천추1번) 추간판탈출증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며 인정해 주지 않았다.

이 문제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먼저 17년간 중량물을 트럭에 싣고 내리는 작업을 한 사람에게 생긴 요추 추간판탈출증(허리 디스크)을 업무상질병으로 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일을 17년 동안 해서 발생한 허리 디스크라고 하면 당연히 업무상 질병으로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판단은 보통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이 아니라 의학적 인과관계에 근거한다는 것이다.

업무상 질병의 요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 따르면 업무상 질병의 인정은 다음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첫째, 근로자가 질병의 원인으로 생각되는 유해, 위험 요인에 노출된 경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이 유해, 위험 요인이 질병을 유발할 만큼 충분한 양과 기간 동안 노출되어야 한다. 셋째, 질병과 유해, 위험 요인 사이에 의학적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모든 업무상 질병은 위의 세 가지 요건을 모두 갖추어야 한다.

 

위 사례의 허리 디스크를 이 세 가지 요건에 비추어 보면 조금 더 명확히 할 수 있다. 이 사례에서 질병은 허리 디스크이고, 유해위험 요인은 중량물을 취급한 작업이다. 중량물 취급과 허리 디스크 사이의 의학적 관련성은 대체로 인정되고 있다. 여기서의 문제는 중량물 취급이 허리 디스크를 유발할 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이루어졌고, 중량물의 무게나 하루 근무시간 등이 충분했는가 하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허리 디스크와 같은 근골격계 질환에 대해서 작업 부담이 어느 정도 되어야 질병이 발생한다는 의학적, 객관적 증거가 부족하다. 물론 이를 정량화한 외국의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모든 나라가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아니어서, 우리나라에서도 아직 적용하지 않는다.

근골격계 질환과 퇴행성 질환

뿐만 아니라 근골격계 질환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과 구분이 모호하다. 그래서 과거의 인정기준에는 ‘퇴행성 질환’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다행히 최근 개정된 인정기준에는 ‘신체부담업무로 인하여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경과적 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된 것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 질병으로 본다’는 항목이 추가되어 퇴행성 질환도 보통 생기는 나이보다 어린 나이에 생기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다시 사례의 근로자 문제로 돌아가 보자. 47세에 생긴 허리 디스크가 보통 이 나이에 생길 수 있는 것인가? 허리 디스크는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최종 결정 사유를 보면 3개의 허리 디스크(아마도 요추 3~4번, 4~5번, 요추5번~천추1번 추간판일 것이다) 가운데 아래, 위 두 개의 디스크는 그 나이 또래의 보통 사람들과 차이가 없고, 가운데 한 개는 나이에 비해 심해서 일과 관련성이 있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먼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두 개의 추간판탈출증은 그 나이 또래의 보통 사람들과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이런 판단은 다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 첫째, 40대 후반에 추간판 탈출증이 생긴 일반 사람들과 추간판 탈출 정도에 차이가 없다. 둘째, 40대 후반의 일반인들의 추간판을 조사하면 평균적으로 위 사례 근로자 정도의 탈출 정도를 갖고 있다. 그럼 여기서 실제의 의미는 어떤 것이었을까? 아마도 첫 번째 의미에 속할 것이다. 아무리해도 보통 사람들이 모두 추간판탈출증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이다.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의 60%~80%의 사람들이 평생 한 번 이상의 요통을 경험하고, 이중 10%~15%가 추간판탈출증이라고 한다. 추간판 탈출증의 40%는 직업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보고를 예로 들지 않아도 일부 사람들에게 생기는 추간판 탈출증의 정도가 동일 나이 대의 평균 정도라고 해서 직업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10% 남짓 생기는 추간판탈출증이 걸렸다면, 그 사람은 이미 다른 사람들과 다른 특징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중 사례의 김씨는 직업과 관련이 있다고 하는 것이 과도한 주장일까?

추간판탈출증의 직업 연관성

이 사례의 또 다른 문제는 3개의 추간판탈출증 가운데 하나만 인정했다는 것이다. 인접한 3개의 추간판탈출증이 어떻게 가운데 하나만 직업과 관련이 있고, 인접한 두 개는 직업과 관련이 없을까? 다른 한편으로 보면 3개의 추간판탈출증을 치료하나 1개의 추가판탈출증을 치료하나 비용에서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치료비에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휴업급여나 장해급에서는 별로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산재보험 재정에도 별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을 왜 이렇게 어렵게 판단했을까? 일부 의사들이 의학적 관련성, 의학적 타당성에 대해 너무 심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학에 있어서 100%의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추간판탈출증만 해도 발생에 관여하는 인자가 너무 많다. 직업은 물론이고 신체 조건, 평소 자세, 운동이나 취미 활동 등 평소 생활습관, 주거 환경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관여한다. 그러나 약 10% 정도의 사람들에게 생기는 추간판탈출증이 발생했다면 어떤 관점에서도 보던지 그는 이미 보통 일반 사람은 아니다.

다른 뚜렷한 원인이 없다면, 십수년간을 중량물을 취급한 직업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크게 잘못되지는 않을 것이다.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의사들이 흔히 보는 추간판탈출증은 보통 사람들에게는 흔한 일은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추간판탈출증을 비롯한 근골격계 질환들은 직업적인 요인 이외의 다른 뚜렷한 원인이 없다면, 자연경과 여부를 따지지 말고 직업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이 사회보험으로서 산재보험이 갖추어야 하는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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