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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의 추억
헌책방의 추억
  • 김영안 단국대 교수
  • 승인 2014.07.16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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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안 교수의 쉼표가 있는 만남> 지식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어 주었던 곳…종로, 강남에 대형 중고서점이 생겨 성업 중

최근 인터넷 조사에서 지하철에서 결혼 이상형을 묻는 질문에 남녀 공히 독서하는 여자, 독서하는 남자가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어쨌든 책 읽는 모습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아름답다. 하지만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하루 10분 이상 책(만화책 포함)을 읽는 사람은 10명 중 1명꼴이었다. 지독하게 책을 안 읽는다는 얘기다.

요즈음 서점가가 불황이다. 전자책의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경제가 어려워서이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면 제일 먼저 줄이는 것이 외식비이고 그 다음이 문화비용이다. 그 중에 도서 비용을 제일 먼저 줄인다.

불황의 여파로 책 판매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그래도 대형서점의 역할은 크다. 대형서점의 역할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날씨가 춥거나 덥거나, 아니면 비가 와서 야외활동을 못할 때 서점은 인파로 붐빈다.

나 역시 잠시 시간이 남았을 때 주변의 가까운 서점에 들르기도 한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즐비하게 전시돼 있는 책들을 보면 사람 심리는 일단 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인터넷 서점의 한계가 바로 이러한 실물을 접할 수 없다는 점이다. 표지와 미리 보기 등 여러 온라인 서비스가 제공되기는 하지만 실물이 주는 독특한 느낌은 줄 수 없다.

대형 서점은 주로 신간을 소개하기는 하지만, 예전과 달리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고객이 자연스럽게 독서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나름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서점에 마련된 휴게소의 자리가 부족해 매장 바닥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어린이들을 보면 우리의 미래가 밝아 보인다. 우리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책을 읽는 모습은 무척 보기 좋다.

3,40년 전 한창 경제 개발을 할 때도 우리 살림은 어려웠다. 그때 우리 젊은이들이나 지식에 굶주린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어 주었던 곳이 바로 헌책방이다. 청계천 변에 딱지딱지 붙어 있던 작은 헌책방들, 온통 책으로 빼곡히 쌓여 있던 그곳이 새롭게 생각난다. 돈 없는 대학생들의 값싼 교재 구입처이자 공부가 끝난 책을 내다 팔아 용돈을 마련하던 곳이다. 도시 개발에 밀려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

최근, 시내 중심가에 중고서점이 생겼다. 종로와 강남에 아주 커다란 매장을 가진 중고서점이 생겨 성업 중이다. 자고로 중고 가게가 잘 된다는 것은 역시 불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예전에 일부 대형서점이 구석에 장소를 마련해 중고서적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이곳은 중고 책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명실공히 헌책방이다. 매장 크기나 보유 장서의 규모가 대형 서점 못지않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서점을 낸 곳이 대형서점이 아닌 온라인 서점 ‘알라딘’이라는 점에서, 발상이 신선했다.

대형 중고서점의 등장은 출판사의 입장에서는 새 책이 덜 팔린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 저자의 입장에서는 많이 읽힌다는 점에서 권장할 만한 일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혜택을 보는 것은 독자들이다. 일단 저렴하게 책을 구입할 수도 있고 또 중고 책을 좋은 값에 팔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특히 유아들의 도서는 시기가 지나면 애물단지가 되는데, 재활용한다는 차원에서도 국가적으로도 유익하다고 할 수 있다.

독서가 주는 이득은 단지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에 걸친다. 잘 사는 나라, 힘 있는 나라, 행복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이 독서를 생활화해야 한다. 비록 어려운 삶이지만 항상 책을 가까이 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새 책을 소개하는 서점이든, 헌 책을 유통시키는 중고서점이든, 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인터넷 서점이든 모두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 경로를 통해 책을 유통시키고 책이 읽혀짐으로써 우리도 문화 강국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3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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