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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의 아름다운 퇴장
손학규의 아름다운 퇴장
  • 최광웅 前민주당 사무부총장
  • 승인 2014.08.01 1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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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前대표의 정계은퇴에 부쳐

손학규! 한 때 당 대표로 모시고 한나라당의 날치기 예산처리와 방송악법 통과에 맞서 전국의 민생현장을 누볐으며 두 번의 재·보궐선거 승리를 함께 일궜다. 많은 반대를 뚫고 19대 총선 승리의 발판이 될 야권통합 작업에 밤을 함께 지새웠고 기어이 민주통합당을 창당했다.

별명이 ‘조직과장’이라고 불릴 만큼 당료들에게 한편으론 엄하고 한편으론 자상한 맏형이었다. 밤 12시에 서울시장 보궐선거 상황을 점검하고 난 후, 인근 영등포청과시장 허름한 대폿집으로 자리를 옮겨 새벽 4시까지 막걸리 잔을 기울이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와 술잔을 기울였던 말단 당직자들, 어제는 눈시울깨나 젖었겠다.

그러고도 다음날 경기도 분당 집에서 영등포 당사까지 최고위원회 사전회의에 8시 정각 출근하던 그의 강철 체력이라니... 사진 다 찍었으니까 다음 일정을 가자며 재촉하는 당직자에게 버럭 화를 내며 끝까지 수해복구의 삽질을 마무리하던 손학규 대표, 그는 옥스퍼드 박사였지만 이론만으로 그치지 않고 몸소 실천한 ‘실천가’였다.

개인적으론 그 때문에 공민권이 박탈되어 정치권에 몸 담갔던 사람으로서 사실상 정치적 사형선고 중에 놓여있고, 한동안 그를 많이도 원망했고 욕도 참 실컷 했다.

그러나 愛憎은 함께 남는다고 했던가? 이번 수원(병) 출마는 아무리 보아도 독배가 틀림없었다. 지난 7월 6일자 <이코노미21> 데이터 정치평론에서 밝혔듯이 나는 이번 선거를 철저히 ‘지역밀착형 후보’를 앞세워야 한다고 봤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수도권에서 치러진 16종의 기초단체장 이상 재보선을 분석한 데이터를 그 근거로 내놓았고, 이를 손 前대표의 최측근에게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달했다.

아무리 先黨後私도 좋지만 수원토박이 김용남 후보를 상대할 사람은 수원유신고를 나와 지난 총선에 출전, 남경필 현 지사를 상대로 선전한 바 있는 김영진 지역위원장이 더 낫다고 설득하였다. 금배지가 없어도 차분히 기다리며 후일을 도모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까지 제안했다.

제발 내 데이터가 틀리기(?)를 간절히 소망했지만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두 번의 대권도전 실패와 마지막 기회를 얻기 위한 징검다리가 끊어지자 어제 그는 평소 그 다운 선택을 했다. “정치인은 선거로 말한다.” 당연히 패자는 말이 없어야 하는 법이다.

벌써 일부 SNS 공간에서는 그의 정계은퇴가 일시후퇴쯤으로 간주되는 모양이다. 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영국으로 떠났던 DJ가 95년 7월 정계복귀를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역시 200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정계를 은퇴했던 이회창 前총재도 결국 대선 3수를 위해 2007년 11월 돌아오지 않았느냐고 되묻는다.

내 비록 그와의 짧은 인연이었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손학규, 그는 영혼이 맑아서 결코 邪術을 부릴 줄 모르는 사람이다. 손학규, 그는 적어도 一口二言할 위인은 못된다.

시민 손학규, 이제 그의 여생도 '저녁이 있는 삶'으로 가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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