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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픈데요
허리가 아픈데요
  • 원종욱 본지 편집기획위원/연세대 의대 교수
  • 승인 2014.09.18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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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승인 받으려면, 과거 직업경력과 전에도 아팠었다는 것을 말해야

59세 김산재씨는 밀가루 생산 공장에서 밀가루를 포장하고 컨베이어벨트에 옮기는 작업을 한다. 본래 김씨는 다른 공장에서 이와 비슷한 일을 10년간 했었는데, 정년퇴임 후에 이번에 일하는 직장으로 옮겨서 일한 지 1년되었다. 주로 하는 일이 30kg이 넘는 밀가루 포대를 드는 것이다. 제품 상차 또는 적재를 위해서 컨베이어벨트에 옮기기 위해서도 들어 날라야 하고, 컨베이어벨트에서 불량품을 들어 내는 일을 하면서 1시간에 60회 이상 밀가루 포대를 들어올렸고, 하루에 평균 9시간 정도 일을 하였다.

김씨는 늘 허리가 아팠지만 일을 하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지만, 자기의 나이에 일할 수 있는게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하면서, 약국에서 파스를 사거 붙이거나 집에서 뜨거운 물수건으로 찜질하면서 지냈다.

김씨는 1주일 전에 밀가루 포대를 들던 중 갑자기 허리에서 ‘뚝’ 소리가 나는 것 같았고, 이어서 허리가 끊어지는 듯이 아팠다. 병원에 갔더니 허리 디스크라고 하면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디스크가 무거운 물건을 많이 들어서 생긴 직업병이라고 생각하고, 산재 신청을 했는데, 산재로 승인 받지 못했다.

근로복지공단은 김씨가 산재 승인을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김씨는 이제까지 허리가 아픈 적이 없었고, 1주일 전에 갑자기 아팠다고 했는데, MRI 검사상 급성 소견이 없고, 만성 퇴행성 변화에 의한 요추 추간판탈출증이기 때문에 김씨가 말한 경위와 다르다’는 것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업무상 질병과 그 원인은 요통과 신체부담 작업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요통과 신체부담 작업에 의한 질병은 외국에 비해서 훨씬 작다. 그리고 많은 근로자들이 느끼기에도 근골격계 질환이 산재로 인정 받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근골격계 질환이 왜 산재로 인정받기 어려운지 알아보고, 어떻게 하면 산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지 알아보자.

문제의 시작은 1995년에 개정된 산재보험법에서 비롯된다. 이때 법이 개정될 때 시행규칙에 업무상질병 인정기준이 처음 규정되었다. 이 인정기준에 따르면 신체부담에 의한 근골격계 질환을 규정하면서 ‘선천성이상, 류마치스관절염, 퇴행성질환, 통풍 등 업무상 질병에 의하지 아니한 장애는 업무상질병으로 보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때부터 퇴행성질환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인식이 근로복지공단, 산재보험 관련 의사, 근로자 모두에게 뿌리 깊게 각인되었다. 퇴행성 질환이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문구는 2008년 산재보험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삭제되었다.

퇴행성질환은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는 인식이 모두에게 각인돼

그러나 13년 동안 뿌리 깊게 각인된 ‘퇴행성 질환은 업무상질병이 아니다’라는 생각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이 있다.

우선 김씨의 사례가 왜 업무상질병으로 인정되지 못했는지를 살펴보자. 김씨는 ‘이제까지 허리가 아픈 적이 없었고, 1주일 전에 갑자기 아팠다’고 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김씨와 같이 이제까지 아픈 적이 없다고 해야지 산재로 인정받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퇴행성 질환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해 주지 않았던 탓이다. 퇴행성 질환이란 만성 경과를 가지면서 점차 나빠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아팠다고 하면 퇴행성질환이라고 해서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전에는 아프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계기로 아팠다’라고 말한다.

MRI가 본격적으로 널리 사용되기 전에는 추간판탈출증을 포함한 근골격계 손상에 대해서 손상 여부만 알 수 있었지, 이것이 급성 손상인지 만성 손상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다만 손상 주위 조직의 만성적 변화를 갖고 퇴행성 여부를 판단하였다. 그러나 MRI를 촬영하면 손상이 급성인지 만성인지를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마치 타박상으로 멍이 들었을 때 그 멍을 보면 언제 타박상을 입었는지 추정할 수 있는 것처럼 MRI로 손상 시기를 어느정도 추정할 수 있다.

그런데 김씨를 포함한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갖고 있는 근골격계 질환은 수년간 신체에 부담이 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서 발생하기 때문에 만성 경과를 거친다. 그래서 MRI 촬영을 하면 대부분 퇴행성 변화를 갖고 있고, 손상도 급성 손상보다는 언제 손상을 입었는지 모를 만성 손상의 소견이 많다.

다시 김씨 사례로 돌아가서 볼 때, 김씨는 평소에 아픈적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MRI 소견상 급성 손상의 소견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만성 퇴행성 소견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김씨가 주장한 발생 경과와 다르다는 이유로 산재가 인정되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김산재씨가 산재로 승인 받을 수 있었을까? 앞서 말했던 것처럼 2008년부터는 퇴행성질환이라는 이유로 업무상질병이 아니라는 규정은 없어졌다. 물론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퇴행성질환이라고 해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경우는 점차 없어져 가고 있다. 그래서 김씨가 산재 승인을 받으려면 과거 직업경력과 전에도 아팠었다는 것을 말했어야 한다. 그랬으면 직업의 특성 때문에 만성적인 신체 부담이 있었고, 이로 인하여 퇴행성 변화가 생겼을 것이라는 발생이유가 설명된다.

또 하나 오랫 동안 신체 부담 작업을 수행한 근로자들이 손상을 입을 경우 대부분은 만성 손상과 급성 손상이 혼재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즉, 김씨처럼 어느날 갑자기 아팠다는 것은 그 시점에서 급성 손상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 손상은 중대한 손상이었다기 보다는 만성적으로 손상이 누적되어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인 손상이 겹쳐져서 나타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김씨의 경우로 보면 계속해서 추간판(디스크)이 조금씩 빠져 나오다가 이날 결정적으로 디스크가 터지면서 증상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MRI 소견은 급성 소견과 만성 소견이 혼재되어 나타난다.

그래서 김산재씨가 허리 디스크를 산재로 승인 받으려면 허리에 부담이 되는 일을 많이 했던 자신의 과거 직업경력을 자세히 설명하고, 증상 또한 어느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조금씩 아팠다가 1주일 전에 갑자기 통증이 심해졌다고 설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물론 이렇게 설명한다고 해서 모두 산재로 승인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발병 메카니즘과 MRI를 포함한 검사 소견이 일치하고, 직업력이 뒷받침해주면 산재 승인 받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결론적으로 모든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근로자들이 산재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첫째,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 있는 신체 부담 작업을 했던 과거 직업을 소상이 설명하고, 둘째, 질병이 만성적으로 나빠졌다는 사실을 솔직히 기술한 다음, 셋째, 갑자기 통증이 생겼을 경우는 그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물론 모든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병은 아니겠지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중 70% (출퇴근 시간 포함)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는 사람이 그리고 직장에서 육체적 노동을 많이 한다면 당연히 그 사람에게 생긴 근골격계 질환은 직업병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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