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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은 인간의 타락과 죄에 대한 깨우침을 주기 위한 벌
재앙은 인간의 타락과 죄에 대한 깨우침을 주기 위한 벌
  • 김점식 착한나무심기(협) 이사/동아시아 문자문화연구
  • 승인 2014.10.02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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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으로 바라본 세상이야기>

일본에서 몇 년 전 일어난 지진과 쓰나미로 많은 일본 국민들이 다치거나 죽었다. 또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더욱 可恐(가공)할 일은 지진으로 인해 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일본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 인류가 지금도 방사능 물질에 노출될 위험에 처해 있다. 지진은 비록 天災(천재)이지만 방사능 누출은 人災(인재)이다. 이를 계기로 災殃(재앙)에 관한 한자를 살펴본다.

세계 각지의 신화에 따르면 地震(지진)과 같은 재앙은 지구가 아프거나 신이 분노하여 일어난다고 한다. 아프리카의 모잠비크 사람들은 지구가 감기에 걸리면 지진이 일어난다고 믿었다. 감기에 걸리면 열이 펄펄 끓으니까 부들부들 몸을 떨게 되는 것이 지진이라 여겼다. 또 중앙아메리카 원주민은 지구의 네 귀퉁이를 떠받치는 네 명의 신이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지구에 사람이 너무 많다 싶으면 이 신들이 한쪽 귀퉁이를 흔들어서 사람들을 떨어뜨리는 거라고 믿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는 억울하게 죽은 怨靈(원령)들이 재앙을 일으킨다고 보기도 했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만 해도 旱魃(한발)이나 洪水(홍수)등 큰 재앙이 닥치면 억울하게 죽은 客死者(객사자) 등을 위한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이제 災殃(재앙)에 관한 한자를 살펴보자. 먼저 災(재)를 살펴보기 전에 이와 관련된 才(재)를 살펴본다.

才(재주 재)의 갑골을 보면 十字(십자)형의 나무에 기도문이 새긴 신주단지인 ㅂ ㈜를 얹은 형태이다. 이로부터 시공간적으로 聖化(성화)되어 신성한 장소가 된다. 삼한시대의 소도, 그리스·로마의 아실리(Asillie) 또는 아실럼(Asylum)과 같은 곳이며 글자 자체는 소도에 있는 鈴鼓(영고)를 단 솟대와 매우 유사하다. 그래서 才는 신성한 장소로서 ‘있다, 存在(존재)’가 본래 뜻이며 인간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才能(재능)·才質(재질), 사물이 본래 가진 材質(재질)을 의미하게 되었다. 재능(gift)의 측면에서만 보면, 성소에서 신주단지를 얹혀 기원한 것에 대한 신의 선물(gift)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三才(삼재), 鬼才(귀재)

才가 ‘있다’의 의미에서 ‘재능’의 의미가 되자 才에 자루를 제외한 도끼 모양인 士(선비 사. 본래 무사 계급임)를 덧붙여 在(있을 재)를 만들었다. 士도 역시 신분을 상징하는 성스러운 기물로서 在는 본래 점유와 지배를 나타낸 자였다. 지배하에 ‘있다’가 본래 의미다. 在位(재위)

 

才는 솟대와 같이 성스러운 곳을 알리는 標木(표목)으로 아이(子)가 태어나면 이 곳에서 출생의례를 행한 후에야 비로소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인정받고 生存(생존)을 보장받는다. 여기에서 “있다’라는 의미가 파생되었다. 存과 在는 모두 ‘있다’라는 뜻이지만 存은 시간적이고 생명체에 대하여, 在는 공간적이며 사물에 대한 것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인디언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는 신성한 자연에게 그 출생을 알려 자연과 조화롭게 살도록 하는 것이 연상된다. 保存(보존)

 

신성한 공간으로 ‘있다’는 才에 나무(木)를 더한 材(재)는 나무에게 본래 材質(재질)을 의미하였겠지만 뜻을 확장하여 모든 사물이나 생명체의 재질이나 재능을 의미한다. 素材(소재)

가지고 ‘있는(才)’ 것 중 화폐(貝)의 형태를 財(재물 재)라 한다. 貝는 여자 성기를 닮아 아이를 쉽게 낳을 수 있게 도와주는 주술도구로서 쓰이기도 하고 또 먼 바닷가에서 나는 귀한 것이므로 고대 중국에서 화폐로 쓰이기도 하였다. 아직도 태평양 섬에 사는 원시부족 가운데 조개를 화폐로 쓰는 부족이 있다. 才가 신성한 의례를 행하는 곳이므로 財(재)도 본래 신성한 일을 위해 신이 주신 재화를 의미하였을 것이나 物神(물신) 숭배가 만연한 현대 사회에서는 개인의 치부수단에 불과하다. 蓄財(축재)

災(재난 재)의 현재 자형은 川(내 천)과 불(火)의 조합으로 홍수화 화재에 의한 재난을 의미한다. 하지만 갑골을 보면, 신성한 지역에 화재가 일어났음을 나타내고 있다. 성서를 예로 들자면, 하나님이 다스리던 신성한 땅이 물욕과 쾌락에 빠진 인간으로 들끓자 하나님이 물(노아의 방주 이야기)과 불(소돔과 고모라)로 심판을 내린 사건이 연상된다. 고대 통치자들은 재앙을 하늘이 인간에게 내리는 경고로 생각하여 근신하거나 죄인을 사면하는 등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심지어 축출되거나 살해당한 경우도 있었다. 우리 사회가 災(재)를 당하지 않을 정도로 건전한 사회인가 심각하게 고민할 때이기도 하다.

‘다치게 재’는 갑골에서 보듯이 才(재)와 戈(창 과)의 모습이다. 창 날 부분에 才를 붙인 모습이다. 戈는 날이 옆에 붙은 창을 세워놓은 모습으로 사악한 기운을 떨어내는 주술에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다치게 재’는 물건을 처음 만들거나 사용할 때 액막이 의례로서 사용한다. 차를 처음 사서 사고 없이 운행하게 해달라고 지내는 고사 같은 데 쓰였다. 載(실을 재. 다치게 재+車), 裁(마를 재.다치게 재 +衣), 栽(심을 재.다치게 재 +木), 哉(비롯할 재·어조사 재. 다치게 재+ㅂ)이다. 앞의 세자는 각각 수레에 처음 물건을 실을 때, 옷을 만들려고 베를 자를 때, 나무를 처음 심을 때 액막이를 하는 의례이다. 뒤의 哉는 창(戈)을 처음 만들 때의 액막이 의례이다. 搭載(탑재), 裁斷(재단), 栽培(재배), 嗚呼痛哉(오호통재)

異(다를 이)는 귀신, 혹은 귀신의 가면을 쓴 샤먼이 양팔을 펼치고 있는 모습으로 奇異(기이)한 모습으로 인해 ‘다르다’는 뜻을 갖는다. 이 사먼이 의례를 행하기 위해 ‘다치게 재’를 이고 있는 모습이 戴(일 대)이다. 戴冠式(대관식)

(뼈 앙상할 알)은 시체의 상반신의 잔뼈의 모습이다. 央(가운데 앙)은 머리에 차꼬를 찬 모습. 그래서 殃(재앙 앙)은 벌로서 내려진 災禍(재화)를 의미한다. 殃及池魚(앙급지어)

한자를 통해 災殃(재앙)을 이해하면, 인간의 타락과 죄에 대한 벌로서, 그리고 깨우침을 주기 위해 신이 재앙을 일으킨다고 이해할 수 있다. 또 재앙은 天災(천재=災=지진과 쓰나미)와 人災(인재=殃=방사능 유출)가 함께 온다.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는 수학 원리를 가지고 섬을 빠져나가려는 제자를 바다에 수장시켰다. 세상에 알려지면 큰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인간의 지능으로 원자핵의 비밀을 파헤쳤지만 결국 방사능 유출이라는 희대의 絶命(절명)적 위기를 인류는 맞이하고 있다. 피타고라스가 걱정했던 바대로 수학은 과학기술과 결합하여 결국 인류를 파멸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인류가 일본에서 일어난 災殃(재앙)을 신의 마지막 메시지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더 이상 인류만의 이기적 이익을 위해 지구환경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당장 원자력 발전소 및 핵무기는 더 이상 만들지 말아야 하면 점차 폐기하여야 한다. 또 인간이 인간을 포함한 다른 생명들을 무고하게 죽이는 일을 멈춰야 한다. 怨靈(원령)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신이 지구와 다른 우주의 생존을 위해 인류를 포기할 때까지 가서는 안 된다.

㈜ 口의 옛 자형은 ㅂ형태로 신주단지이다. 우리 민족은 고래로 각 가정에 조상신을 모신 위패를 모셨으며 일상적인 기도와 예배의 대상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곡식을 담은 단지를 집안 선반에 모셔 이를 대체하기도 하였다. 어쨌든 신주단지는 농경신과 조상신을 모신 단지로 일제가 이를 말살하기까지 우리의 보편적인 민속신앙이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6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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