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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보상을 받았지만 회사가 괘씸해요
산재 보상을 받았지만 회사가 괘씸해요
  • 원종욱 본지 편집기획위원, 연대 의대 교수
  • 승인 2014.12.24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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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보험 보상 받았어도 사업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 가능…사업주 과실 증명 가능한지, 산재가 중한지 등 따져 소송해야

35세 김영수씨는 중소 식기 제조업체에서 프레스를 담당하고 있었다. 김씨는 이 회사에서 프레스로 숟가락을 찍어내는 일을 5년 동안 하였다. 일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지만 기계의 안전장치 오작동으로 사고 날 뻔한 일을 두 번 당하고 나서는 늘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사장에게 수리를 요청했지만 일이 바쁘고, 기계 납품업자가 연락이 잘 안된다고 하면서 차이피일 하였다.

사고가 나던 날도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갑자기 프레스가 내려 오면서 프레스에 왼쪽 손이 뭉개졌다. 대학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했지만 결국 왼손을 쓸 수 없게 되었고, 장해 5급 판정을 받았다.

산재보험에서 치료비와 휴업급여, 장해보상금을 받았지만 왼손을 쓸 수 없어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사장은 위로비라고 1천만원을 주었지만, 산재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더 이상 보상은 해줄 수 없다고 한다. 더욱이 사고 났던 기계를 빨리 수리했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억울하고 사장에 대한 분노가 치민다.

김씨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김씨가 억울한 만큼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는 없을까?

일반적으로 배상책임은 손해를 당한 사람이 손해를 입힌 사람의 잘못을 입증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고, 잘못한 만큼만 배상한다. 대표적으로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가해 차량과 피해 차량의 잘잘못을 따져서 과실 만큼 배상을 한다. 그래서 과실이 6대4니 7대3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과실이 7대3으로 상대방의 과실이 크다고 해도 내 과실도 30%를 차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전체 손실의 70%는 상대방이 부담하지만 30%는 내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 산재의 경우는 어떤가? 산재보험은 사업주의 배상책임을 대신해서 업무상 손상을 당한 근로자에게 보상을 해준다. 그렇지만 산재보험은 사업주의 무과실책임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사업주의 무과실책임’이라는 말은 사업주가 과실이 없어도 사업주에게 보상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업주가 잘못이 없고, 일상생활의 사고라면 사업주는 배상할 책임이 없지만 산재의 경우에는 사업주가 잘못이 전혀 없다고 해도 배상할 책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산재에서는 근로자의 중대한 과실이나 고의가 아니라면 사업주의 잘못이 없다고 해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볼 때 근로자에게 매우 유리하다.

자 그럼 사업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산재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은 고의적인 잘못은 물론이지만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을 포함하여 광범위하게 과실을 인정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주의 의무를 포함하여 아무런 과실이 없는 사업주가 근로자의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산재에 대해서 보상을 해야 한다면 사업주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

실제로 독일과 미국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처음 무과실 책임 원칙에 입각한 산재보험이 도입되었을 때 사업주들의 이러한 억울한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서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정하였다. 첫째, 산재 근로자에 대한 보상은 근로자의 실제 경제적 손실만을 보상한다. 즉, 정신적 위자료나 범칙금과 같은 성격의 배상은 포함하지 않는다. 둘째, 산재보험에서 보상을 받은 재해 근로자는 사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즉, 산재보험 도입 이전에는 산재를 당한 근로자는 보통법(common law)에 따라 사업주의 과실을 증명하여 배상을 받을 수 있었는데, 이렇게 손해배상을 받을 경우 산재보험에서 보상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배상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사업주를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재해 근로자가 손해인 것 같지만 근로자의 과실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서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사업주는 자신의 과실이 있어도 산재보험으로 보상하면 소송을 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산재보험이 오늘날처럼 유지 발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 김영수씨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김씨는 분명히 억울한 점이 있다. 사장에게 기계의 안전장치 수리를 요구했지만 수리가 지연되어 재해를 당했다. 이는 분명히 사업주에게 잘못이 있다. 그런데 필자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씨가 이미 산재보험에서 보상을 받았기 때문에 사장이 말한대로 더 이상 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에서는 산재 근로자가 산재보험에서 보상을 받았다고 해도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더 많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단, 이때는 손해배상에 대한 판단이기 때문에 사업주가 과실이 있는 부분만 배상이되고, 만일 근로자의 과실이 동반되었다면 근로자의 과실 부분은 배상에서 제외된다. 또한 최종 배상 금액에서 산재보험에서 보상 받은 부분은 제외하고 배상 받을 수 있다. 이런 점은 독일이나 미국 등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사업주들이 조금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우리나라만 유별난 것이 아니라 많은 국가들이 이러한 제도를 갖고 있다.

김영수씨는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김씨는 다음 몇 가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첫째, 사업주의 과실을 증명할 수 있는가? 또 사업주의 잘못이 있다면 사고의 원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 것인가? 또 김씨의 잘못은 없었는가? 이제는 손해 배상 소송이기 때문에 사업주의 잘못을 김씨가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이를 입증할 서류나 동료 근로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한 냉정하게 자신의 잘못은 없었는지도 생각해 봐야 한다.

둘째, 산재가 중한 경우만 소송을 하라는 것이다. 김씨가 승소했을 경우 배상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법원에서 배상 판결한 금액에서 산재보험에서 보상 받은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는 상황에 따라 다르니 변호사와 상의해 봐야 하겠지만, 승소하더라도 배상 금액이 작으면 별 이득이 없을 수도 있다. 산재가 중하면 중할수록 승소했을 때 배상 금액이 크다. 가벼운 산재의 경우 산재보험의 보상금을 제외하면 배상금이 없을 수도 있다. 따라서 산재가 중한 경우에만 소송을 검토하는 것이 좋다.

셋째, 사업주와 합의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손해배상 소송은 민사소송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한 변호사 비용도 고려 해야 한다. 사업주의 행위가 괘씸하다고 해도 결국은 금전적으로 보상 받을 수 밖에 없다. 소송 비용이나 시간 등을 고려해서 합의하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사업주의 불법 행위가 있다면 형사고발을 할 수도 있다)

김씨가 억울하고, 사업주가 괘씸해도 사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하려면 이와 같은 점들을 잘 고려해야 한다.

산재보험이 억울한 근로자를 만드는 것 같지만 반면에 자신의 사소한 과실로 산재를 당한 근로자들이 더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렇지만 사업주의 과실로 인해 정말 억울한 산재를 당한 경우에는 사업주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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