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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없이 혼자 떠난 여행
가족없이 혼자 떠난 여행
  • 성호제 여행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3.23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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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힐링투어, 중년의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여행칼럼 - 4050 Healing Abroad>

한국에서 가장 힘겹게 산다는 40∼50대 가장. 그들에겐 ‘가정’이라는 안식처이자 동시에 엄청난 부담이 모든 것에 우선해 존재한다.

4050에게 물었을 때 그들의 얼굴에 절로 환한 미소가 피어나는 단어가 있다. 여행이다. 그게 어느날 혼자 떠날 수 있는 여행이면 가장 좋을 수 있다. 가족여행도 좋다. 그건 삶의 여유다. 아무튼 모두가 나가고 싶어한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뒤로 한채 나갈 수 있다면,. 그 많은 스트레스를 특히 심하게 강요당하는 대한민국.

그래서 이 여행칼럼의 제목은 “4050 힐링 어브로드(Healing Abroad)”다. 그냥 한국이 아닌 외국으로 비행기로든 배로든, 벗어나면 우리 모두 행복하다. 누가 관광적자가 심하다 떠들어도 그들이 우리의 인생을 책임지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 여행의 칼럼은 누구든지 쓸 수 있다. 누구든 원고를 보내오면 그 글은 공유될 수 있다(물론 다 실릴수 있는 것은 아니다).

메인 여행칼럼니스트는 성호제씨(48. 성호제후코이단 대표. 서울대 도시설계학과졸)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원래부터 꿈꿔왔던 여행업을 시작했다. 90년대 시작된 그의 여행사업은 지나치게 앞서 있었다. 모자르트와 함께하는 음악여행, 슈베르트와 함께하는 음악여행 등 문화와 테마가 있는 여행이었다. 사업적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여행은 한시도 그의 삶에서 멀리 있지 않았다.

혼자하던 여행에 그의 가족들이 합류했다. 그는 경제적 여유가 있든 없든 항상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만사를 제치고 여행을 떠난다. 그의 삶은 덕분에 많은 위기에도 항상 활력이 넘친다.

이제 그의 삶을 항상 건강하고 밝고 그리고 젊게 만드는 여행의 소감을 듣기로 한다. - 편집자 주

 

40대 후반이다. 좀더 솔질히 말하면 2년후면 만으로 50이다.

나는 소위 여행광이다. 시간만 나면 여행을 떠난다. 30대 결혼후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여행이 열렸다. 가족 여행이다. 나의 모든 여행 노하우를 살려 가족들에게 최상의 여행상품(?)을 제공했다.

20대에는 미친 듯이 배낭여행을 떠났다. 넘치고 넘친 호기심은 모든 불편을 치워버렸다. 30대엔 부모님을 위한 부모님 동반 여행을 다녔다.(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했다는 자평을 지울 수가 없다). 결혼 초기라서 아이들이 어려 나의 여행벽은 잠시 막혀버렸다.

아이들의 성장과 함께 나는 꿈에 그리던 가족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되었다.

가족여행은 내가 계획했다. 나는 나름 여행의 원칙이 있다. 출발하는 날과 귀국하는 날, 숙소 예약 빼고는 모든 걸 현지에서 해결했다. 당연히 고생도 많이 했다. 그렇지만 스릴이 넘쳤다. 가족 모두가 즐거웠다고 한다. 미국을 여행할 땐 렌터카를 빌리기도 했지만 주로 버스를 타고 다녔다. 그중 야간버스가 백미였다. 나중에 미국을 여행할 땐 꼭 권하고 싶은 여행방법이다. 때론 현지에서 할인항공권을 끊어 돌아다니기도 했다.

여행은 잘 모르는 곳을 다니기에 계획도 중요하다. 그러나 여행의 즐거움은 바로 잘 모르는 곳을 다니는 데에 있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여행을 했다. 물론 치안이 잘 안된 곳은 조심해야한다. 그것만 빼면 여행의 참맛은 이런 마구잡이 여행이 백미다.

시간은 흐른다. 이제 아이들이 사춘기를 맞고 점점 나를 따르기를 거부한다. 그 어느 아빠도 쉽게 제공할 수 없는 엄청난 팁을 제공했건만 아이들은 이제 자기들만의 세상을 찾는다.

그나마 나 때문에 가족이 행복해 한다는 생각에 마냥 즐거웠던 나는 갑자기 허전했다. 여행의 의미도 점점 퇴색하는 듯 했다. 아이 둘, 아내. 여행 때마다 4명이 한팀이었다. 당연히 돈도 많이 들어갔지만 그 즐거움이 생각 이상이었다. 내삶의 버팀목이었다.

그렇지만 여행은 나의 삶이고 존재의 이유다. 어떻게 다시 여행의 의미를 찾을까!

난 멀어져가는(?) 아이들을 뒤로한채 아내마저 떼놓고 나만의 홀로 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중년의 나이에 홀로 떠나는 힐링투어다.

선택한 곳은 푸켓. 일단 6시간 걸린다. 그리 힘들지 않다. 그리고 날씨가 따뜻하다. 그래서 짐이 적다. 힐링은 자유롭고 힘들지 않은 거다. 그리고 청명한 하늘과 푸른 바다가 있어야했다. 백사장 파라솔과 그늘, 그리고 그 아래서 맥주를 즐기는 것. 내가 가끔식 상상했던 힐링의 완성체(?)다. 단순하지만. 그래서 푸켓이 좋을 것 같았다.

이번 여행은 나만의 나를 위한 힐링여행이다. 지금까지와는 약간 다르게 했다. 그냥 아주 잘 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태국 최대의 섬 푸껫에서 동쪽으로 45㎞ 떨어져 있는 ‘끄라비(Krabi)’ 군도의 아름다운 해변가 모습. 사진=뉴시스

공항픽업부터 현지 교통까지 현지전문 여행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내가 원하는 일정을 알려주면 알아서 다 해준다. 기사 달린 차를 대기시키고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 주고, 돌아올 시간을 정해 그 사이 마음껏 자유를 만끽하는 그런 여행이다.

신경쓸 게 없어서 좋았다. 숙소예약부터 교통편, 마사지 예약, 섬 투어 예약 등 모든 걸 현지 여행사에서 알아서 다 해줬다. 내가 한일이라고는 티켓팅과 가고 싶은 곳을 정하는 것 뿐이었다. 일정은 내가 자유롭게 정했다. 가고 싶고, 하고 싶고, 먹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었다. 정말 황제여행이었다. 비용도 생각보다 많이 들지 않았다. 푸겟은 나 같이 혼자 온 여행자를 위한 여행사 서비스 시스템이 잘 되어 있어 편리했다.

오랜만에 맛보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아이들에게만 해주었던 스노클링도 하고 섬에서 여유있게 누워 오랜만에 자유를 만끽했다.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가족이 함께 갈 때는 먹거리, 탈거리, 잘거리, 볼거리, 놀거리 등 챙겨야 할게 너무 많다. 가족을 위한 여행이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틀림없지만 나 자신을 위한 여행이 아닌 것도 명확하다.

한국의 40대 50대는 스트레스가 정말 많다. 그래서 가끔씩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모든 병의 근원은 명백히 스트레스다. 꽉 짜인 패키지여행 스케줄에 맞추는 것도 스트레스다. 자유로운 듯 하지만 가족과 지인이 함께 가는 여행도 어느 정도 스트레스가 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선 새로운 발견이다. 혼자 가는 여행에서도 수많은 호텔중에서 적합한 호텔을 찾는 것도 그렇고 현지교통편 등 내가 즐겼던 완전 자유여행도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내가 제시하는 4050 힐링투어는 이렇다. 항공권만 내 일정에 맞게 예약하고, 현지에 밝은 여행사에게 나의 계획을 전해주고 숙소예약과 공항픽업, 참여투어, 현지 교통서비스 정도만 부탁하는 것이다.

생각보다 비용도 많이 안든다. 전 일정 중 몇 개의 포인트 투어 정도 만 한다. 그 외에는 슬슬 걸어다니면서 사람들이 많은 음식점에 가서 나만의 테이블에서 맥주나 와인과 함께 만찬을 즐긴다. 흥미로운 라이브 카페에 맥주 하나만 사서 바에 걸터 앉아 음악에 심취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진정한 나만의 힐링여행은 이렇게 푸켓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여러가지 스타일의 여행패턴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여행의 목적이다. 여행의 이유다. 스트레스를 푸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것이 기준이 되면 된다. 여행방법은 거기에 맞추면 된다.

힐링투어 팁! 여행지는 문화와 자연이 골고루 있는 것이 나은 것 같다. 방콕처럼 문화과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름다운 섬처럼 자연만 있는 것도 아닌 문화와 자연이 거의 반반 섞인 곳이 좋은 것 같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곳이 푸켓이라고 현지 여행사대표는 얘기한다. 자연만 있으면 처음엔 좋아도 중반부터는 심심하고, 또한 문화적인 곳은 스트레스 풀려다 오히려 스트레스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연이 그립다. 그런 면에서 푸켓은 문화적 볼거리와 함께 자연 속에 동화되어 문화를 잊고 지내기 딱 좋은 곳인 것 같다.

이번 여행 총경비는 120만원 정도. 3박 5일 항공권, 수영장이 달린 리조트급 호텔에서 조식을 즐길 수 있고, 점심 저녁은 씨푸드와 태국현지식에 맥주, 와인 등을 즐겼다. 라이브 카페에서 음악도 듣고, 마사지도 받았다. 매끼 식사 때마다 푸짐하게 식사하면서 호텔에서 헬스하고 스콜(소나기)이 오는 수영장에서 수영하다 일광욕을 했다. 시원한 맥주 한잔에 그동안의 스트레스는 모두 날려 보낸 것 같다. 라차섬이라는 곳에 하루 종일 있으면서 열대어를 감상하며 스노클링도 즐겼다. 에머랄드빛 바닷물에 몸을 맡겨 여유있게 수영도 하며, 고운 모레 위에서 내 발자국도 남겨보았다. 너 그동안 잘 걸어왔다. 나의 발자국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해봤다.

이번 여행은 그동안의 여행과 많이 다르다. 분명 활력과 호기심 넘치는 여행은 분명 아니었다. 나만의 나를 위한 힐링투어는 중년의 나이에 나를 돌아볼 수 좋은 정말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여행은 그야말로 중년의 나를 쉬게하고픈 여행이었기에 현지 여행의 아기자기한 이야기 거리가 부족한 듯하다. 다음부터는 재미있는 여행기를 풀어 놓아야 겠다는 생각이다. 힐링 어브로드의 주제가 “4050세대의 힐링”이라고 들었다. 때마침 정말 오랜만의 홀로 여행을 막 다녀왔기에 이번엔 이렇게 써본다.

▲ 태국 푸켓에 위치한 프리마빌라의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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