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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날개가 있으니 하늘을 날 수 있어....
임정환 영화작가  |  media@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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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17  12: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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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감상 - 버드맨〕

태초부터 인간에게는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이 말은 실제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일차원적인 욕망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루어질 수 없는 인간들의 꿈에 대한 욕망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여기 이 영화에서도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남자가 등장한다. 주인공의 이름은 리건(마이클 키튼) 한때는 히어로물 영화 버드맨 시리즈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배우(?)이다. 아니 극중에 나오는 평론가에 말에 따르면 배우는 아니고 연예인이다. 과거의 그는 이미 하늘을 날았다. 그가 주연한 히어로물의 제목만큼이나 날 수 있는 만큼 높게. 하지만 현재의 그는 인기도, 돈도, 가족관계도 잃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잃고 초라하게 늙은 상태이다. 그런 그가 다시 한 번 비상을 꿈꾼다. 비상을 위해 리건은 브로드웨이에서 제작, 감독, 배우까지 하며 연극을 한편 준비 중이다. 그러나 연극의 준비는 쉽지 않다. 오프닝을 앞두고 메인 남자배우는 무대사고를 당하고, 그를 대신해서 들어 온 마이크(에드워드노튼)는 리건이 통제 할 수 없는 행동을 일삼는 흔히 말하는 연기파 배우이다. 거기에 동료배우이자 새로운 연인(안드레아라이즈보로)의 임신소식, 리건의 도전에 냉소적인 딸(엠마스톤), 부족한 자금에 대한 압박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 중에서도 그를 가장 괴롭히는 것은 바로 그의 자의식이다.

영화에서 그의 자의식은 버드맨이라는 존재로 등장하는데 실종일관 리건에게 말을 걸어오며 그를 압박한다. 지금 이곳은 시궁창이라며 누구도 그가 하는 소위 예술적인 연극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불안한 리건을 조롱하며 비웃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건은 자기 입으로 말하는 생의 가장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인 연극을 올리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의 딸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이 연극의 의미는 대중에게 잊힌 아빠가 건재함을 알리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리건 역시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리건은 이 연극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려하지만(심지어 자신이 배우가 된 계기를 만든 인물의 소설을 각색한 연극이기도 하다) 그런 것들은 다 보기 좋은 허울일 뿐이다. 단지 과거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자신이 아닌 지금도 살아있는 자신, 딱 그것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을 영화는 시종일관 끊임없이 조롱하고 비웃는다. 예를 들자면 리건에게 배우의 꿈을 심어준 레이먼드 카버의 메시지는 단순히 술에 취해서 지껄인 말에 불과했고, 리건이 연극을 포기하려는 상황에서 마틴 스콜세지가 와서 본다는 매니저의 말에 금세 행동이 바뀌는 모순적 모습 등은 절로 실소를 머금게 한다. 사실 영화는 리건과 리건이 처한 상황만을 조롱하고 디스하진 않는다. 어쩌면 감독은 너무나도 공평하게 모든 것을 다 비판한다. 소위말해 모두까기 인형이다. 배우, 감독, 관객, 평론가, 미디어, 트위터, 심지어 연극이나 영화라는 매체의 본질, 자신의 영화까지도 다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이 오히려 영화의 객관성을 부여한다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다시 본론으로 들어와서 이런저런 불협화음속에서도 리건은 연극의 첫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다. 성공적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진짜 성공이라고 부르기에는 애매한 감이 있다. 그 성공이 리건의 의도와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통제 할 수 없을 정도의 자의식에 빠진 리건은 연극의 라스트 씬(자살장면)에서 “난 존재하지 않아”란 대사를 읊조리며 실제 권총을 써서 자살을 시도한다. 하지만 리건은 죽지 않았고, 그를 혐오했던 평론가는 영화의 부제인 예상치 못한 무지의 미덕이란 표현을 쓰며 그의 연기를 극찬한다. 대중들 역시 엄청난 호응을 보내주며 그를 응원한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그의 성공이 자신의 의도와는 달랐다는 점이 삶의 우연성, 심지어 삶과 죽음의 아이러니까지 느끼게 한다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심지어 그 성공을 이끈 것은, 리건 자신이 아닌 그렇게도 벗어나고 싶어 했던 아니 다시 찾고 싶어 했던 그의 자의식인 버드맨이 이끈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그에 대한 증거 아닌 증거로 리건이 첫 공연을 하기 전 버드맨의 조언에 따라 이카루스가 되어 뉴욕시내를 한 바퀴 날아오른 (실제로는 택시를 타고 한 바퀴 돌았을 뿐이다, 심지어 요금을 내지도 않고) 것이나, 자살시도 후 얼굴에 붕대를 하고 있는 모습이 버드맨 가면을 쓴 모습과 너무나도 닮아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영화는 거기에 한 발자국 더 나아가 화장실에서 붕대를 벗고, 변기에 앉아 있던 버드맨과의 작별을 고하는 리건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게다가 리건은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며 창밖으로 실제 비행을 시도한다. 진짜 비행일지 아님 추락일지는 관객의 몫이지만, 리건의 딸이 리건을 찾으려 창밖을 바라보는 그 반응이 의미심장하다. 왜냐하면 지상이 아닌 하늘을 보며 처음으로 아빠에게 미소 짓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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