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탐방-진대감14 마포점
어느 날 먹다 보니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내 입맛이 딱 30·40대 외식을 주로 하는 직장인 입맛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대 후반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20년 가까이를 하루 중에 2끼를 밖에서 해결하니 밖에서 파는 직장인을 겨냥한 입맛에 길들여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자신 있게 내입에 맛이 없으면 30대 직장인 입맛에 맞지 않는다 단언하고 다니고 있다. 다행히 로하스니 집밥이니 하는 열풍이 부는 바람에 편승해서 더 맛있고 더 건강한 외식을 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역시나 밖에서 파는 밥을 많이 먹으니 혀가 달고 짠데 익숙해져 있기는 하다. 간혹 청담이나 경리단의 핫한 곳을 찾아가서 즐기기도 하고 지방에도 맛있는 집이라면 달려가는 주의인데 또 하나의 깨달음은 20대가 받아들이는 핫플레이스의 핫한 푸드들은 이제 조금은 살짝 거북하고 혈당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생각한 나의 입맛과 맛집에 대한 주의는 30·40대가 만족할 수 있는 (마음은 언제나 30대인 60대도 포함임) 샐러리맨의 소박한 맛집을 이용하자이다.
이글은 이런 견지에서 작성되어지며, 부족한 내공의 사람에게 지면을 할애해주신 <이코너미21>에게 무한 감사를 보낸다.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탐방은 고소하고 싶은 직장 사수와 (이 나이쯤되면 내가 사수이지만) 소주 한잔하면서 감사하기 좋은 맛 집으로 스타트~
차돌박이는 하얀 지방질이 차돌처럼 박혀있어 붙여진 이름인데 소 앞가슴 갈비뼈 아래쪽부위 하단부의 살이다. 이 부위는 희고 단단한 지방을 포함한 근육으로 약 15cm의 폭을 분리하여 정형한 것이 차돌박이다 라고 음식사전에 정의되어있다. 그런데 이 지방이 차돌처럼 박힌 차돌박이란 아이는 한번 맛보기 시작하면 그 고소한 지방의 풍미에 빠져들어서 정말 헤어나기가 힘들다. 다만 그 지방이 줄줄 녹아 들어간 기름진 맛이 꼬소 하고~ 질척해서 중독적이지만 또 다행히 너무 느끼해서 먹기 힘들다는 사람이 있다. 이 느끼함을 한번에 싹 잡아주는 고깃집이 있으니 이 집이 바로 첫번째 맛집 주인공인 마포에 있는 진대감이다.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씹고 싶어지는 날이 간혹 많아지는데 그런 날 찾아가서 우리 친구 대포와 곁들이면 아주 금상첨화이다. 이 집의 시그니처메뉴는 차돌삼합구이이다. 차돌박이와 함께 갓김치를 올리고 관자와 먹는 건데 느끼한 차돌박이의 뒷맛을 갓김치가 한번 잡아주고 자글자글 한 기름기가 담백한 관자를 익혀주니 한번 맛보면 비 오는 날이나 회사생활이 퍽퍽한 날 꼭 생각이 난다. 특히 갓김치는 전라도 지방 사람이 아니라도 한국인이라면 좋아하는 맛이고 갓 특유의 쌉쌀한 맛이 입맛을 돋워주는데 이게 차돌박이와 만나면 그 조합이 기가 막히다. 홍탁을 능가하는 케미를 자랑한다고 하겠다. 그 갓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여수 갓이 서울까지 상경해서 차돌박이를 만났으니 그 달큰하고 느끼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퇴근길에 즐기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이 집을 근래에 많이 추천하고 다니는 이유가 맛있는 차돌삼합이기도 하지만 놀라운 가성비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직장인이다 보니 한끼 식사마다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게 ‘가격대비성능’이다. 비싸면 당연히 비싼 식재료와 맛도 있겠지, 저렴하지만 비싼 집처럼 좋은 재료와 저렴하지 않은 맛을 원한다. 이렇게 가성비는 우리 같은 호주머니가 가벼운 샐러리맨들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맛집 선정 이유이기도 하다.
차돌박이 삼합을 처음 먹었던 3년 전만 해도 진대감의 1인분당 21000원에 몇 점하는 한우차돌박이는 저녁보다 안주로 생각됐고 고급 음식에 속하는 터라 내 주머니에서 보다는 회식 때 즐기는 음식이었는데 인플레이션 덕분인가 한우1++를 1인분에 21000원에 즐긴다면 요즘은 저렴한 맛집으로 분류되고 있으니 디플레이션 되기 전에 한우를 요령껏 즐길 생각이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고기와 관자와 갓김치를 구워서 한입에도 먹지만 다른 제철 나물들과 곁들여서 나만의 삼합을 만드는 재미도 쏠쏠하다. 노화방지에 좋은 새발나물의 상큼함과 잣소스를 얹은 무생채, 제대로 묵힌 깻잎지의 깔끔한 뒷맛까지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우리 시골 할머니의 넉넉한 인심으로 담근 것 같은 나물과 묵은지들이 소주나 탁주와 곁들여서 먹고 나면 속도 편하고 입도 즐겁다. 단 옛 애인이 기억나게 한다는 오래된 밀 막걸리는 인당 두 주전자 이상은 하지 말도록 하자. 달달하고 부담없는 목넘김에 끝도 없이 넘어가서 옛 애인보다는 귀가 후에 어부인에게 야단맞기 딱 좋을 듯하다.
그리고 이 모든 음식의 서빙은 오래된 이모들의 넉넉한 인심과 함께 서빙이 되서 고기 잘 못 굽는 남자들에게는 더 맛있게 즐길 수 있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이모들에게 잘 보이면 날치알을 듬뿍 올린 볶음밥이 하트모양으로 나오니 오늘 내 식사 예절을 체크하기도 좋다.
진대감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한옥집에서 넉넉히 드는 햇빛 사이로 간단한 점심 메뉴를 즐겨도 좋다. 바쁜 점심 한끼 식사로 손색없는 메뉴들이 가성비 높게 집밥 스타일로 잘나온다.
정월대보름이 지난 지 얼마 안되어서 지금쯤 방문한다면 잘 볶아진 제철 나물 한 젓가락에 다가오는 봄 춘곤증도 미리 대비할 수 있겠다. 잘 먹고 잘 일하고 그래야 잘살지!
아! 그럼 다음달 메뉴는 상큼하게 즐길만한 봄 맛집으로 선정해봐야겠다. 상큼하게 즐기고 동행한 이에게 상큼하게 귀여움 받을 수 있는 맛집으로 소개한다는 미리보기를 남기면서 이번달 진대감 추천드린다. (이코너가 살아있으면 담달에 다시 만나요~~)
- 진대감14 마포점
- 02-715-1559
- 서울 마포구 공덕동 249-61(지하철 5호선 공덕역 4번 출구)
필자 소개
이희경(75년생)
두 딸의 엄마. 세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수료.
30대 입맛을 가진 40대 평범한 직장인, 주부, 프리랜서 강사, 블로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