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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낳을지도 모르는 ‘글로벌가치사슬’의 변화 가능성
트럼프가 낳을지도 모르는 ‘글로벌가치사슬’의 변화 가능성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0.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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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세 연장, 미국 기업의 막대한 해외 유보금 환류와 리쇼어링의 연결고리
무역적자는 개선되지 않고, 송환세는 리쇼어링으로 연결되지 않고. 중간선거 앞두고 고민 깊어지는 백악관.
무역적자는 개선되지 않고, 송환세는 리쇼어링으로 연결되지 않고.
중간선거 앞두고 고민 깊어지는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분쟁을 통해 얻으려는 성과는 미국의 무역적자 축소나 해소, 여기서 나아가 해외, 특히 중국에 나간 미국 기업들의 국내 복귀인 ‘리쇼어링’이다. 그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일관된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달러 패권이 아니라면 다른 나라가 이런 식의 일방주의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그에게 거는 한 가닥 기대가 있음을 무시하기 어렵다. 다국적 기업들이 형성하는 ‘글로벌가치사슬’(GVC)에 어떤 변화를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현지 생산과 현지 판매를 목적으로 하기보다 인건비와 법인세가 싼 곳을 것을 찾아 지구를 휘젓고 돌아다니며 생산기지를 배치하고 세금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동원하는 다국적 기업의 행태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강한 달러 계속되는 한 수입 급증 효과 못 막아

11월6일 중간선거를 코앞에 둔 지금까지 그가 거둔 성적표는 만족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들지 않았다. 중국의 대미 무역흑자는 8월 310억5천만달러, 9월 316억9천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7월, 8월, 9월 트럼프가 중국에 부과한 관세 효과를 피하기 위해 해당 수입품목을 중심으로 ‘앞당긴 수입’의 영향이 작용했을 테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하기는 어렵다. 중국산의 대체재를 찾아내면서 앞으로 사라지게 될 이 효과를 제외해도 미국의 무역적자 개선의 걸림돌로 세 가지 요인이 트럼프 행정부 아래에서 작용하고 있다.

첫째, 강한 달러의 효과이다. 중국 위안화 가치가 올해 3월 고점 대비 10% 정도 절하되면서 미국 관세 부과 효과가 상당 부분 흡수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강한 달러와 연결된 동전의 앞뒷면처럼 연결돼 있는 게 바로 저조한 미국의 수출 증가 둔화다. 강한 달러에다 상대국의 보복관세 부과로 인해 해외수요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수출은 지난 8월 -0.8%, 지난 7월 -1.0% 감소했다. 셋째, 역시 강한 달러와 연동돼 있는 문제로서 같은 액수로 돈으로 살 수 있는 미국의 구매력이 커진다는 점이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발효한 트럼프 주도의 ‘감세와일자리법’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강한 달러’와 맞물려 수입의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최우선’이란 구호가 무색하게, 미국산보다는 해외산 구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국계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송환이 낳은 해외직접투자 급감

글로벌 해외직접투자 추이. 자료: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글로벌 해외직접투자 추이. 자료: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

무역적자 개선되지 않는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15일 유엔무역개발회의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데이터를 발표했다. 미국계와 유럽계 다국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직접투자가 급감했다는 소식이다. 올해 상반기 세계 해외직접투자 규모는 4700억달러(약 532조원)로 지난해 상반기 7940억달러보다 41%(3240억달러)나 급감했다. 13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가 중요하다. 선진국 상호 간의 다국적 기업들의 직접투자가 줄어든 것인지, 아니면 다국적 기업들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든 것인지가 관건이다.

유엔무역개발회의의 분석을 보면, 해외직접투자 감소분의 99%가 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났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69%가 감소한 1350억달러에 그쳤다. 구체적으로는 아일랜드와 스위스의 해외직접투자 수지가 각각 -810억달러, -770억달러나 됐다. 미국에 대한 해외직접투자도 73% 감소한 460억달러에 그쳤다.

스위스와 아일랜드의 해외직접투자 급감 등 유럽과 북미의 직접투자 감소는 주로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이 쌓아둔 해외 유보금이 미국으로 환류된 데 ‘금융적 현상’이라고 는 게 유엔무역개발회의 분석이다. 국경 간 인수․합병이나 실물투자를 동반하는 그린필드 투자의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국경 간 인수․합병은 370억달러로 전년 상반기의 3750억달러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린필드 투자는 3200억달러에서 4540억달러로 되레 47% 늘어났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직접투자는 감소도 미미한 것으로 추정됐다. 3200억달러로 4% 감소한 수준이다. 개도국의 해외직접투자 점유율은 선진국 간 직접투자가 감소하면서 66%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은 700억달러가 흘러들어 여전히 최고 수혜국이었다.

자사주 매입과 주가 부양에 낭비되는 환류 해외 유보금

반면, 미국계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수지는 2017년 상반기 1470억달러 흑자에서 2018년 상반기 2170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미국 기업들이 해외 유보금 중 3640얼달러가 미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얘기다. 미국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에 쌓아둔 유보금은 2조5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본국 송환은 지난해 12월 트럼프 주도의 ‘감세와일자리법’에 포함된 송환세 한시 인하 때문으로 분석된다. 트럼프는 올해에 한해 해외유보금을 미국으로 송환하면 법인세율(21%)보다 낮은 15.5%의 저율 세금만 부과하는 송환세를 신설했다. 이를 이용한 대규모 유보금 송환이 이뤄진 셈이다. 실제로 애플은 올해 1월 약 380억 달러(약 40조6790억원)의 송환세를 납부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유보금을 환산하면 2520억달러가 넘는다. 미국 연준 자료를 보면, 올해 1분기에만 애플․시스코 등 미국 기업들은 해외 유보 현금 1조달러 가운데 30%인 3천억달러를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의 무역적자 추이와 유엔무역개발회의의 자료를 통해 두 가지를 알 수 있다. 첫째, 미‐중 무역분쟁에도 ‘강한 달러’와 이에 힘입은 경기부양 효과가 수입의 증가와 수출의 둔화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트럼프가 연준을 향해 “제 정신이 아니다”는 격한 비난을 쏟아내는 배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주요 지역별 해외직접투자 증감 동향. 자료: UNCTAD
지역별 해외직접투자 감소 동향. 자료: UNCTAD

둘째, 해외직접투자가 상징하는 글로벌가치사슬(GVC)의 변화를 확인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무역장벽이 높아지는 만큼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서 미국 본토에 대한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날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계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유보금 본국 환류가 트럼프가 원하는 ‘리쇼어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환류되는 해외 유보금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지면서, 이 자금의 용도에 대한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불행하게도, 미국에 송환된 현금의 상당 부분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에 이용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만 현금 보유액 상위 15개 기업은 550억달러를 자사주 매입에 사용했다. 지난해 4분기 230억달러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수준으로 늘었다. 이 차액의 상당 부분이 환류된 해외 유보금일 것으로 추정된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액이 총 1조달러가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류 해외유보금이 리쇼어링과 연결될 가능성

이렇게 낭비되는 해외 유보금이 리쇼어링과 연결하려는 대책이 나오는 건 시간문제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민주당) 등 주주 자본주의에 책임성을 도입하려고 노력 중인 민주당으로서도 이런 자사주 잔치를 그대로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리쇼어링과 연결할 경우 한시 송환세율 15.5% 적용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떠올릴 수 있는 유력한 방안이다.

역사는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이 과정에서 의미심장한 우연의 산물을 낳을 수도 있다. 마지막 남은 신분제와 봉건제의 유산을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함께 묻으면서 교육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경제발전과 결합했던 것도 여기에 속한다. 글로벌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지역 패권을 놓지 않으려는 중국 사이의 무역분쟁은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글로벌가치사슬’의 변화를 낳을 수 있다. 그것이 다자주의와 결합하는 ‘옥동자’일지, 미국 예외주의와 결합하는 ‘사생아’일지는 모르는 일이다. 최대한 피해를 줄이면서 지켜보면서 기존 다자 간 무역질서의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게임 설계자로서의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덤핑’에 대한 체계화한 고민은 그 시작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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