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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탄소세, ‘트럼프 중간선거 승리’ 평가의 근거
기후변화와 탄소세, ‘트럼프 중간선거 승리’ 평가의 근거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8.11.15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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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탄소세 도입, 애리조나-재생에너지 확대, 콜로라도-석유개발지역 제한 좌절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노드하우스의 '언발의 오줌누기' 탄소세 제안도 비판적 평가해야

미국 중간선거에 대해 ‘공화당과 민주당이 성공과 실패를 절반씩 나눠 가졌다’는 평가가 많다. 민주당은 하원 지배권을 탈환하고, 공화당은 상원을 지킨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탄소세 등 친환경 측면에서 평가는 달라지기 어려울 듯하다. ‘트럼프의 승리’다. 2017년 6월 파리기후협약에서 그가 탈퇴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미국 중간선가에서 기후변화와 탄소세 등 친환경 의제를 둘러싸고 관심을 모았던 몇 개주가 있다. 워싱턴주, 애리조나주, 콜로라도주 등이다. 직접민주주의의 일환으로 유권자들이 제안된 법안의 핵심 내용을 도입할지를 결정하는 이들 주의 ‘밸럿 메저스’(ballot measures)에서 친환경 의제들은 줄줄이 거부됐다. 워싱턴 주의 경우 2020년 1월부터 톤당 15달러의 탄소세를 부과하고 해마다 2달러씩 높이는 의제가 외면을 받았다. 콜로라도 주에서는 환경민감 지역으로부터 석유․가스 개발을 제한하는 의제가 57%로 부결됐다. 애리조나 주 유권자들은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비율이 50% 이상이 되도록 사업자들을 규제하는 문제를 외면했다.

민주당 외면 속 기후변화 탈퇴 결정에 신임을 획득한 트럼프

이에 비춰보면, 자신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결정에 대한 신임투표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결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물론, 이런 의제들의 거부를 이끌기 위해 관련 사업자들이 엄청난 돈을 썼다는 점을 빼놓기는 어렵다. 워싱턴 주에서 미국서부주석유협회(The Western States Petroleum Association)는 3천만달러 이상, 콜로라도 주에서 아나다코 피트롤리엄 등 석유회사는 4100만달러 이상, 애리조나 주에서 애리조나 퍼블릭서비스가 2200만달러를 사용한 것으로 보도됐다.

하지만 ‘빅 머니’에 밀렸다고 보기만도 어려운 구석이 있다. 민주당이 기후변화를 적극적인 선거의제로 삼는 데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대부분의 민주당 후보들이 디지털 홍보나 텔레비전 광고, 선거홍보물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 역시 기후변화를 적극적인 선거의제로 삼겠다는 의향을 거의 비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선거결과나 야당인 민주당의 태도를 봤을 때, 트럼프의 남은 임기 2년 내는 물론 재선에 성공할 경우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복귀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셈이다. 이렇게 6년을 흘려보내면, 미국이 온실가스 감축에 어떠한 기여도 하지 않게 된다. 탈퇴 전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가별 감축결정기여(NDC)로 2024년까지 26~28% 절대량 감축을 약속했다. 유럽연합은 2030년까지 절대량 40% 감축, 중국은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배출량 기준 60~65% 감축, 한국은 2030년의 목표연도 배출전망치 대비(BAU) 37% 감축 목표를 제출했다.

점점 절박해지는 기후변화에 공세적이고 광범위한 대응

반면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의 절박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월7일 인천에서는 기후변화 연구자들의 국제 컨소시엄인 기후변화정부간패널’(IPCC)에서 2100년까지 지구 온난화를 2도 밑으로 유지하기 위한 목표치를 1.5도로 제시했다. IPCC가 낸 보고서에는 “지구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는 것은 정말로 정말로 어려운 일이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라며 “지금보다 훨씬 더 공격적인, 광범위한 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돼 있다. 그만큼 달성이 장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언발에 오줌’ 격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탄소세 제안

기후 시스템 안에서 기후 민감성의 불확실성에 주목하는 방법론을 구축한 것으로 꼽히는 마팀 웨이츠먼 교수
기후 시스템과 기후 민감성에
주목하는 방법론을 처음
제시한 마틴 웨이츠먼 교수

이런 측면에서 지난 10월 발표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윌리엄 노드하우스의 탄소세 제안도 다시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한편에서는 그의 제안이 얼마나 소박한지를 판단할 수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온난화 상한선인 1.5도가 얼마나 힘겨운 과제인지를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노드하우스는 ‘동적으로 통합된 기후‐경제’(DICE)로 불리는 모델을 세우고 수정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주류경제학에서 계산 가능한 일반균형 이론과, 기후과학의 다양한 흐름들로부터 얻은 방정식을 결합한 모델이다. 목표는 기후변화 감축의 한계비용이 기후변화 경험의 한계비용과 같아지는, “최적의” 기후변화 양을 추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최적의 탄소가격을 도출하는데, 1992년 그는 이산화탄소 1톤당 5달러에서 천천히 높여서 2085년 20달러에 이르는 탄소세를 권고했다. 그렇게 하면 지구 온난화는 3도를 초과하게 된다.

2015년에는 좀 후하게 인심을 썼다. 1톤당 31달러의 탄소세를 주창했다. 다음 세기까지 연 3%씩 증가시키자고도 제안했다. 이렇게 해도 온난화 효과는 3도 이상이다. 노드하우스의 자신의 계산을 보면, 온난화를 2.5도로 제한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탄소세는 가정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톤당 107~184달러 사이에 있다. 자신이 내놓은 탄소세 수준을 훨씬 웃도는 것이다. 그럼에도 파리협약의 목표인 2도 이내, 그 실행 목표치로서 상한선인 1.5도에 비해서는 터무니없이 낮다. 사실상, 노드하우스가 제안한 탄소세 수준은 에너지 가격에 변화를 주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에는 너무도 미미한 극소량이다. 역산해 보면 노드하우스의 탄소세 1달러는 가스 1리터당 0.26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기후 민감성’ 감안하면 과감한 행동은 필연

​기후 시스템의 되먹임 효과 온도 상승의 관계를 보여주는 기후 민감성 곡선. 자료 Why Is Climate Sensitivity So Unpredictable? Gerard H. Roe, Marcia B. Baker, 26 Oct 2007
​기후 시스템의 되먹임 효과와 온도 상승의 관계를 보여주는
기후 민감성 곡선.
자료 Why Is Climate Sensitivity So Unpredictable?
Gerard H. Roe, Marcia B. Baker, 26 Oct 2007

이런 빈약함은 결국 노드하우스가 기반하고 있는 비용‐편익 방법론의 한계라는 지적이 많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 증가할 경우 온도 변화를 측정할 때, ‘기후 민감성’이라는 불확실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수면 온도 변화는 단순히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만이 아니라 기후시스템에 의한 되먹임(feedback)을 통한 증폭 효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문제제기가 깔려 있다. 예를 들어 온난화는 더 많은 수증기 증발과 더 적은 얼음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더 높은 온난화가 벌어지게 되는데 이런 과정이 되풀이되며 온난화는 증폭된다는 얘기다. 비유하자면, 원금에 대해 이자가 복리로 불어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이런 되먹임 효과가 없을 경우 이산화탄소 농도의 두 배 증가는 해수면 온도를 1.3도만큼만 증가시킬 뿐이지만, 되먹임 과정을 통해 잠재적인 해수면 온도 증가는 8도, 9도 또는 심지어 10도 이상에도 이를 수 있다. 위의 그래표는 바로 이런 점을 보여준다.

'기후 민감성’은 기후변화에 대한 '좌고우면'은 사치라는 시사점을 함축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과감한 행동을 할지는 이미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되먹임 효과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산화탄소 농도가 두 배가 증가할 경우 해수면 온도가 8도 이상 올라가는 확률을 감소시킬 수는 있어도, 5~8도 범위에서 올라가는 확률을 줄이는 데는 그리 많은 기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5~8도가 상승하는 온난화와 이로 인한 재앙의 가능성은 확률적으로 거의 줄지 않는다는 얘기다. IPCC가 보고서에서 평균의 함정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며 다음과 같이 밝힌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 있다. “평균에 묻힌 극단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더 잦고 강력한 고온, 더 파괴적인 태풍, 더 높은 해수면 등은 훨씬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낳는 복합적 효과를 가져온다.”

기후 민감성에 대한 선구적 통찰과 방법론을 제시한 것은,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노드하우스라기보다는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인 마틴 웨이츠먼(77) 교수의 공로로 환경경제학계에서는 꼽는다. 그에게 기후 민감성이 갖는 불확실성은 기후 시스템이 갖는 본질적 특성이다. 이에 직면한 인류가 과감한 행동에 나설지 말지를 묻는 것은 어리석은 물음이라는 게 그의 성찰의 실천적 결론이다. 웨이츠먼이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트럼프의 무책임함에 주는 던지는 비판의 무게는 훨씬 더 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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