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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금지 및 민주공화에 관한 선거제법(안)’이라고 부르자!
‘독점금지 및 민주공화에 관한 선거제법(안)’이라고 부르자!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3.20 1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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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 개편 합의안, 정당득표율 50% 넘지 못하면 과반 정당 불가능
‘국회 선진화법’ 선거제로 뒷받침한다는 의미도 지녀
지난해 12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선거제 개편에 미온적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 바른미래당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선거제 개편에 미온적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
사진: 바른미래당 홈페이지

우여곡절 끝에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지난 3월17일 선거제 개편안에 합의했다. 개편안은 두 축으로 이뤄져 있다. 하나는 의석수는 300석으로 동결하되 소선거구제 지역구 의석수는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수를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돌아갈 의석수를 확정하고, 여기서 다수득표제를 통해 얻은 지역구 의석을 제외한 나머지 의석의 50%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할당하는 것이다. 각 정당의 비례대표 명부는 6개 권역별로 작성되고,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서 각 권역이 차지하는 비중에 따라 권역별 명부의 상위 순위자에게 의석이 할당된다. 이렇게 각 정당에 할당하고 남는 비례대표 의석이 있다면 현행처럼 정당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배분된다. 각 정당의 의석수가 전국 단위 정당득표율에 의해 결정되는 ‘연동형’ 측면을 지니되, 75석으로 따로 정해진 비례대표 의석을 할당한다는 측면에서 ‘병립형’ 측면도 동시에 지닌다. 굳이 표현하자면 ‘권역별 명부식 준연동형(혼합형)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 있다. 곁가지로 각 정당에 할당된 비례대표 의석 중 2석 이내에서 지역구에서 아깝게 떨어진 후보에게 할당하는 석패율 제도를 도입한 것이 눈에 띤다.

선거제 개편 협상에는 이해당사자인 각 정당의 이해가 투영되기 마련이다. 논란이 없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그런 만큼 일정한 원칙이 있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는 배제된 채 자기들끼리 담합하는 잔치판이 되기 쉽다. 이번 선거제 합의의 가장 큰 특징은 유권자가 선택하는 정당득표율을 기준으로 의석수를 할당하는 ‘투표 비례성 확보’와 ‘사표 방지’라는, 해묵은 과제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측면이다. 왜 100% 연동하지 않고 50%만 연동하느냐는 반발이 있기는 하다. 100% 연동할 경우 여당의 지역구 의석수가 정당득표율에 따라 확정된 의석수를 초과할 경우 여당은 비례대표를 단 한 석도 배정받지 못하는 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데 야3당이 동의하고 50%로 낮춘 것으로 짐작된다. 비례대표 75석을 6개 권역별로 할당하면서 수도권(37석)과 비수도권(38석)을 5 대 5로 나눈 것에는 유권자 비중 측면에서 수긍이 되지만, 이에 비춰보면 수도권 37석을 서울(14석)과 인천․경기(23석)로 나눈 것은 일관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눈에 띤다. 합의를 위한 ‘수도 서울의 양보’라고 평가할 만하다.

선거제 개편 합의안, 협치 유도하고 국회선진화법 제도 간 정합성 높여

문학계에서는 어떤 문학작품과 이에 대한 비평가들의 문학작품 비평은 별개의 장르로 구별한다. 달리 표현하면 어떤 문학작품에 대한 비평 내용이 작가가 의도했는지 안 했는지는 별개라는 얘기다. 해당 문학작품이 작가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가 투영된 것이라면, 비평은 비평가와 독자가 세계와 맺고 있는 관계가 문학작품과 맺는 관계에 더해지는 복합적인 관계이기에 그럴 것이다. 이런 비평을 적용해 보면 이번 선거제 개편 합의안은 ‘독점금지 및 민주공화에 관한 선거제법(안)’으로 다가온다. 정당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한 과반 정당은 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독점 기준인 ‘1개 사업자 50% 초과 금지’가 선거제도에 적용된 것으로 비유할 수 있을 듯하다. 당연히 이 제도 아래에서 그동안 여당에 대한 몰표를 줘서 과반을 달성하게 해달라며 내세웠던, 대통령을 든든하게 엄호하기 위해 필요하다거나 국회 운영의 생산성을 높기 위해서라거나 하는 식의 논리가 들어설 여지는 극히 좁아진다.

과반정당 출현을 어렵게 한 이번 선거제 개편 합의안은 정당 간 ‘협치’를 유도하는 제도를 구축하는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정당의 정치는 한편에서는 사회의 균열(cleavage)을 자양분으로 삼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 모순 덩어리다. 적절한 균형이 맞지 않으면 허구한 날 상대방을 비난하는 ‘적대적 상호의존’ 진영정치로 전락하거나 그들만의 ‘끼리끼리 한통속 담합’ 정치로 빠져든다. 정당 득표율이 50%를 넘는 경우는 한국정치사에 극히 드물었음에도 과반 정당이 수두룩하게 출현했던 점에 비춰보면, 이번 선거제 개편 합의안은 현실에 부합하는 제도의 구축에 해당한다.

물론 정당 간 ‘협치’를 유도하는 제도가 기존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그것이다. 다수당의 일방적인 국회 운영과 국회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2012년 5월 2일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한 국회법이다. 다수당이라고 하더라도 의석수가 180석을 밑돌면 예산안을 제외한 법안의 강행 처리를 원칙적으로 불가능하게 했다. 다만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의 경우나 교섭단체 대표와의 합의가 있을 때 국회의장이 법률안을 본회의에 직권 상정하거나, 해당 상임위 위원의 5분의 3 또는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동의하면, 여야 합의 없이도 소관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원회 심사(180일), 법사위 심사(90일)를 거쳐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고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180명) 찬성으로 통과 가능하다는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장치를 마련해 뒀다.

이번 선거제 개편 합의안은 이런 내용의 국회선진화법과 호응한다. 제도 간 정합성을 높인 것이다. 민주주의 원리는 다수결을 기본으로 한다.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다수자의 횡포’(tyranny of the majority)에 대한 경고처럼, 민주주의 원리는 ‘다수자 지배’의 속성을 기본으로 깔고 있다. 소수자에 대한 배려나 대화와 협상, 타협의 원리는 민주주의 원리에서 바로 비롯하지 않는다. 오히려 리퍼블리커니즘(republicanism), 공화주의 원리에서 비롯한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공화주의는 설명하기 복잡하지만 개인에 기반한 자유주의를 넘어선다. 단순화 위험을 무릅쓰자면 ‘개인주의+알파’이다. 이번 선거제 개편 합의안은 민주와 공화가 결합한 민주공화주의와 조응한다.

비례대표 배분 봉쇄조항 손봐야

지역구 5석 이상 폐지-정당득표율 하한선 1.5%로 낮춰야

정당 득표율이 50%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는 현실에 부합하고, 독점 정당의 출현을 억제하며, 민주공화주의 원리를 뒷받침하는 긍정성을 지닌다고 이번 선거제 개편 합의안의 한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국정당을 유도하기 위해 지역정당 출현을 사실상 막고 있는 현행 봉쇄조항을 손봐야 한다. 현행 봉쇄조항은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조건으로 정당득표율 3% 이상, 지역구 5석 이상을 규정하고 있다. 선거제 개편 합의안대로 정당득표율에 의석수를 결정한다면, 지역구 5석 이상의 조건은 폐지하는 것이 맞다. 정당득표율 3%라는 조건도 완화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2016년 20대 총선 투표자는 유권자 4천만명의 58%인 2320만명 정도였다. 정당득표율 3%는 70만명 정도다. 지역구 인구 상한선(31만406명)의 두 배를 넘는다. 정당득표율 3% 하한선 역시 지역구 인구 상한선에 맞춰 1.5%로 낮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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