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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팍스 코리아'를 꿈꿔야 답이 나온다
[천지만리] '팍스 코리아'를 꿈꿔야 답이 나온다
  •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 승인 2019.04.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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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의 무역전쟁 다음은 기술전쟁, 끝은 금융전쟁
미중 패권경쟁에서 한국의 최대 리스크는 줄 세우기의 희생양이 되는 것

“위대한 나라”끼리 싸우면 누가 이길까?

위대한 나라들끼리 한판 붙었다. “위대한 중화민족의 부흥(伟大中华民族复兴)”을 부르짖는 시진핑 중국주석과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를 부르짖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정면으로 붙었다.

미중의 무역전쟁은 표면상으로는 무역전쟁이지만 미국의 전략을 잘 보면 무역전쟁이 아니라기술전쟁, 금융전쟁이고 큰 그림으로 보면 미국의 패권 유지전략과 중국의 패권 확보전략의 충돌이다.

서방은 1895년이후 아시아의 굴기를 ‘황화론(黃禍論)’으로 규정하고, 아시아를 경계했다. 청일전쟁 말기인 1895년 독일 황제 빌헬름2세는 러시아 차르 니콜라이 2세에게 유럽 문명을 파괴하려는 일본과 중국의 아시아인들에 맞서 단결하자고 하면서 ‘황화론’을 꺼냈다.

1980년대 일본기업이 기세를 올리자 서방의 ‘황화론’은 일본을 타겟으로 삼았다. 2000년대들어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경제 2위로 올라서자 ‘황화론’의 타겟은 중국으로 옮겨 붙었다.

중국 굴기가 세계의 화근이라는 얘기가 서방 언론에서 나온 지 십 수년이 지났지만 중국의 전세계 GDP기여율은 30%가 넘는다. 경제적으로 보면 중국이 세계경제의 화근이 아니라 세계 성장의 기관차였다.

1500년대 이후 포르투갈에서 시작해 스페인, 네덜란드, 영국, 미국에까지 이른 서방국가의 세계패권의 역사를 보면 한번 패권국이 다시 패권국이 된 적이 없었다. 패권에는 리바이벌이 없다.

서방 세계의 모든 패권국이 갔던 길은 제조대국으로 일어서서 무역대국으로 융성하고 군사대국으로 강대해지고 금융대국에서 끝이 났다. 지금 세계 제조대국, 무역대국 1위는 중국이고, 군사대국 1위는 미국이고 3위가 중국이다. 금융대국 1위는 미국이고 2위가 중국이다.

세계의 금융패권은 포르투갈에서 영국까지를 보면, 짧으면 80년 길면 110년까지 이어졌다. 미국 달러패권의 시작을 1920년이후로 보면 99년이 흘렀다. 1913년 미국이 FRB를설립한 이후 2019년까지 황금을 기준으로 본 미국의 달러가치의 구매력은 96%나 하락했다. 잘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미국이지만 달러가치가 말해주는 패권국 미국의 쇠퇴는 뚜렷하다.

‘제조의 덫’과 ‘금융의 덫’에 걸린 미중, 패권전쟁은 길고 오래간다

미국은 지난 100년간 달러가치가 96%나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세계 외환보유고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미중 패권전쟁은 금융전쟁에서 승부 난다. “썩어도 준치”이고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 대항마인 중국의 위안화는 위안화 국제화를 10년 이상 부르짖었지만 전세계 외환보유고 비중은 아직 1.84%에 그치고 있다.

지금 중국은 미국의 “금융의 덫”에 걸렸고, 미국은 중국의 “제조업의 덫”에 걸렸다. 월마트에 파는 물건의 46%가 ‘메이드인 차이나’고 미국은 중국산 없이 살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다. 전통 제조업이 이미 20~30년 전에 떠나버린 미국은 공산품수출을 대상으로 하는 무역전쟁, 관세전쟁에서 중국을 이길 수 없다.

중국은 2001년 WTO가입 이후 세계무역질서에 편입되면서 달러결제시스템에 빠졌고, 미국은 중국의 달러거래를 손바닥 보듯이 들여다 보고 있다. 중국이 3조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자랑하지만 미국이 FRB지하실의 프린터에서 3조 달러를 더 찍으면 중국은 가만 앉아서 외환보유고의 가치가 반 토막 나지만 손 쓸 방법이 없다. 금융에서 중국은 아직 미국에 게임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중의 무역전쟁은 한쪽의 완패도 완승도 없다

미중의 무역전쟁 다음은 기술전쟁이고 끝은 금융전쟁이다. 지금 미중의 패권전쟁은 무역전쟁의 단계에 있다. 그래서 미중의 패권전쟁은 양국의 내부적인 정치외교적 이유로 합의형식을 띤 휴전은 할 수 있지만 종전까지는 길고 오래갈 수 밖에 없다

강대국끼리 경쟁하면 ‘작은 나라 줄 세우기’가 리스크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왕관을 쓴 ‘팍스 아메리카나’와 왕관을 노리는 ‘팍스 시니카’의 쟁탈전이다. 이미 1800년대에 세계 GDP의 33%에 달했던 동양의 패권국 중국은 ‘팍스 시니카’의 부활을 노린다.

원나라 징기스칸의 유럽정복의 길인 육상 실크로드와 명나라 정화장군이 개척한 인도양을 거쳐 아프리카까지 가는 해상실크로드의 복원 프로젝트인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17년 2기 취임식에서 2035년까지 경제적으로 미국을 추월하고 2050년까지 군사력에서도 미국을 추월해 세계1위 국가가 되겠다는 미래 33년의 국가 마스터플랜을 만천하에 선언했다.

강대국끼리 경쟁하면 작은 나라 줄 세우기가 벌어진다. 미중의 패권경쟁의 와중에서 한국의 진짜 리스크는 바로 줄 세우기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원숭이를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준다”는 중국말이 있다. 한국, 미중의 각축전에서 닭이 되면 곤란하다. 한국은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이 아니라 ‘부지리’하는 묘수를 찾아야 하고 그러자면 2등 중국을 다루는 법을 알아야 한다. 의욕 넘치는 2등이 항상 사고를 치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에서 이미 그런 조짐이 보였다.

커브길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후발 선수의 수법이다. 미국 GDP의 66%에 달한 중국, 여세를 몰아 10~20년내에 미국경제 추월을 꿈꾼다. 이런 중국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중국견제가 한국에게는 큰 행운이다.

중국으로 가속적으로 빨려 들어가는 한국, 트럼프 덕분에 3~5년의 여유가 생겼다. 미국의 중국기술 굴기에 대한 강한 제재가 중국의 기술발전을 적어도 3~5년 지연시킬 판이다. 이 기간 중에 한국은 중국이 따라오지 못할 반도체에 이은 초격차의 신무기를 만들어야 한다.

‘팍스 코리아’를 꿈꿔야 답이 나온다.

역사를 돌아보면 당, 원, 청나라시대처럼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했을 때 한국이 편안했던 적은 한번도 없었다. 지금의 추세면 시간이 문제이지 중국의 부상은 불가피하다. 중국의 계획대로 33년후 ‘팍스 시니카’의 재현이 이루어 진다면 한국의 스탠스는 어떠해야 할까?

미국, 중국, 일본의 전세계 1,2,3위를 주변에 둔 세계 11위의 한국이 강하게 살아 남으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타국을 지배한 적이 없는 한국, 적어도 ‘팍스 코리아’를 꿈꾸는 원대한 계획이 있어야 미국의 쇠퇴, 중국의 부상에 대응할 전략이 나온다.

중국의 ‘가치투자의 선구자’ 여불위(呂不韋)의 성공스토리에 나오는 “곡물에 투자하면 10배, 보석은 100배, 사람은 1000만배가 남는 장사다”라는 말에 답이 있다. 밥상 위의 파리도 천리마 엉덩이에 붙어만 있으면 하루에 천리를 갈 수 있다.

스카이 캐슬에서 재단되고 양육된 인재가 아닌 기괴한 천재가 세상을 바꾼다. 대학 안 나오고도 스마트폰 하나로 세상을 홀랑 바꾸고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을 만든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중국의 SKY가 아닌 3류 지방대를 나왔지만 중국 최고, 세계 21위의 부호가 된 알리바바의 마윈 같은 영웅 셋만 있으면 한국의 운명도 바꿀 수 있다

1,2,3위의 사이에서 11위하는 한국의 생존법은 2,3의 어깨위에서 1로 뛰어 오르는 전략을 세워야 성공한다. 타국을 지배해 본적이 없는 한국, 상상력과 창의성, 도전정신이 넘치는 인재를 키우면 ‘팍스 코리아’를 만들 수 있다.

한국이 믿을 것은 결국 경제력이다. 한국이 중국에 큰 소리 치는 것도 자본주의를 먼저 도입해 인당소득에서 2만 달러 이상의 격차를 만든 때문이다. 북핵의 해결방안도 결국 핵폐기 대가로 한국이 얼마를 통일비용으로 지불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지금 미중관계를 보면 미국이 범처럼 나대지만 중국은 조용하게 대응한다. 미중관계에서 왜 중국은 미국을 별로 두려워하지 않는 것일까?

바로 "10배의 법칙"이다.

사마천(史馬遷)의 사기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보면 재산이 “10배 이하면 욕하지만 100배면 두려워하고 1000배면 고용당하고 10000배면 노예가 된다”는 말이 나온다

미중간의 경제규모, 한중간의 경제규모를 보면 답이 있다. 중국이 미국을 두려워했던 시기는 중국GDP가 미국 GDP의 1/10이 안되었던 2002년까지다. 지금 중국은 미국의 66%대에 달하는 GDP를 가졌다. 두려움의 단계는 벌써 지나갔고 오히려 미국을 추월하는 꿈을 꾸는 시기다.

한국의 경우도 한중관계를 보면 한국은 중국을 물로 봤다. 그러나 사드 사태 터지고 나서 중국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한국은 90년대 초·중반 중국 GDP의 80%를 넘어서 기고만장 했지만 2013년 이후 중국GDP의 1/10 수준으로 추락하면서 중국에 대한 공포가 시작된 것이다.

한국, 4차혁명시대를 주도할 스티브잡스, 마윈을 뛰어 넘는 걸출한 인재를 키워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의 경제규모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일 신성장산업에 승부를 걸어야 동북아에서 당당하게 큰소리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돈이 말을 하면 외교도, 정치도, 국제관계도 쉬워진다. 돈이 발언권을 잃으면 남북관계도, 한중관계, 한미관계도 난제만 쌓일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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