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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광고’ 천국 한국, 광고차별 문제없나
‘맞춤형 광고’ 천국 한국, 광고차별 문제없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4.1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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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광고전달, 택시기사 모집 흑인에 75%, 주택판매 백인에 75%
저예산 광고주, ‘하이‐밸류 이용자’ 접근 차단될 가능성 높아
이윤 극대화 위해 플랫폼 사업자들 자발적 ‘광고 전달’ 차별화

“이미 다양한 광고상품을 통해 효율성이 검증된 카카오 모먼트 플랫폼을 기반으로 사용자별 차별화된 타깃팅을 통해 광고노출 효과를 극대화할 계획 … 438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의 이용자수와 하루 평균 수십 번 노출되는 채팅리스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의미 있는 광고수익 증가를 기대한다.”

카카오의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진단하는 하나금융투자의 4월16일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한 내용이다. 빅데이터 분석이나 ‘맞춤형 광고’라는 말에 익숙한 지 이미 오래(?)된 탓인지 주의를 기울일 만한 내용이 없어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도 무심코 흘려버리기 일쑤다. 잠시 ‘사용자별 차별화한 타게팅’이라는 표현에 신경을 곤두세워보자. 플랫폼 사업자의 ‘광고 차별’로부터 우리나라는 안전지대인지 따져보자는 뜻에서다. 지금은 그걸 ‘맞춤형 광고’라도 읽어도 상관없다.

지난 4월3일 미국에서는 미국계 초국적 플랫폼 사업자인 페이스북의 광고 차별에 대한 연구보고서 ‘최적화를 통한 차별 - 페이스의 광고 전달은 어떻게 편향된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가 발표됐다. 노스이스턴대학 박사과정에 있는 무하마드 알리, 남부캘리포니아대학 컴퓨터학 조교수 알렉산드라 코로로바 등 연구에 동등하게 기여한 저자가 6명이나 된다. 연구를 위해 이들은 8500달러(약 960만원)를 들여 페이스북에 직접 광고를 게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광고주의 차별화한 광고 타깃팅 요구가 없었음에도 광고가 전달되는 대상이 인종과 성별로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주택, 신용, 일자리 광고의 경우에도 이런 일이 벌어졌다. 광고비에 따라 전달범위가 달라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광고비는 동일하게 책정했다. 목재산업 일자리 광고의 90%는 남성이었다. 근력을 요구하는 특성상 남성에게 집중된 것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인종별로 보면 이 광고는 72%가 백인에게 향했다. 수퍼마켓 계산원 모집 광고는 여성에게 약 85%가 전달됐다. 택시기사 모집 광고는 흑인에게 75%가 향했다. 주택판매 광고를 전달받은 수용자의 75%는 백인이었다. 반면 주택임대 광고는 흑인 65%, 백인 35%에 전달됐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함께 세계 1, 2위 광고 매출을 다투고 있는데 이윤 극대화 차원에서 자발적 광고 차별을 행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구글과 함께 세계 1, 2위 광고 매출을 다투고 있는데
이윤 극대화 차원에서 자발적 광고 차별을 행하고 있다.

또한 페이스북이 이른바 ‘가치성이 높은 이용자’ 군을 분류할 경우 광고 예산이 적은 광고주는 넉넉한 광고주에 비해 이들 이용자 군에 접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지적됐다. 무차별한 균등성을 조건으로 광고 예산에 따라 전달 범위가 차이가 난다는 건 인정하더라도, 저예산 광고주들의 ‘하이‐밸류(높은 가치성 있는) 이용자’ 군에 대한 접근은 페이스북에 의해 아예 차단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저자들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광고 이미지를 자동적으로 분류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를 통해 누구에게 전달할 것인지 적절한지를 자동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이다.

이런 결과는 광고주의 요구가 없었음에도 페이스북이 자체 이윤 극대화 계산에 근거해 자신들의 이용자 중에서 광고 타깃층을 선별했음을 보여준다. 한정된 실험이지만 광고 차별이 상당히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이 연구에서는 제목이나 이미지 등 광고 콘텐츠 자체가 전달되는 대상을 결정지을 수 있음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보디빌딩 등 남성이 가장 흥미로워할 수 있는 광고는 남성에게 집중적으로 전달되고, 화장품 등 여성이 가장 흥미로워할 수 있는 광고는 여성에 집중 전달된 것이다. 또한 수용자들이 광고 이미지가 광고 전달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점도 발견했다. 동일한 광고에서 여성이 흥미로워할 수 있는 제목, 텍스트, 이미지로 채운 것이나 제목과 텍스트만 여성이 흥미로워할 수 있는 것으로 채운 것이나 실제 여성에 전달된 비율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광고주들이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더라도 페이스북이 좀 더 깊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주택, 신용, 고용에서 차별을 영구화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페이스북의 광고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작동원리의 공개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미국 통신품위법(Communication Decency Act) 제230조의 보완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최근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남용하고 있다며 개정을 강력히 내비친 이 조항은 플랫폼 사업자 등 쌍방향 컴퓨터 서비스 제공 사업자들에게 중립적인 전달자 지위를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번 연구에 적용하면 광고주가 제공한 광고에 포함된 불법성을 이유로 페이스북이 이를 걸러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내용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페이스북 스스로가 주택, 고용, 신용 등의 광고를 전달하며 차별 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이 조항의 남용에 해당된다. 이런 남용을 규제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이른바 ‘사용자별 차별화한 타기팅’이나 ‘맞춤형 광고’가 거의 무제한 허용되고 있다. 광고 관련 기본법이라고 할 수 있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물론,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방송법’, ‘인터넷미디어방송사업법’, ‘신문등의진흥에관한법률’, ‘공정거래법’ 등 그 어떤 법률에도 이윤 극대화 차원에서 플랫폼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벌이는 광고 전달 차별 행위의 타당성을 따지는 내용은 없다. 있다고 해도 청소년 유해광고, 이용자 동의 없는 광고 전달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 등이 전부다. 근거 규정이 없으니 차별 행위의 위법성이나 불법성을 따질 수도 없다. 법과 제도가 현실에 한참을 뒤쳐졌다.

모바일과 개인용 컴퓨터를 통해 전달되는 온라인 광고는 2017년 전체 광고의 37.1%(3조8330억원)로 방송광고 비중 30.3%를 추월하고 1위에 올라섰다. 방임 상태에 놓여있는 플랫폼 사업자의 온라인 광고 차별 행위에 대한 실태조사와 알고리즘 투명성(작동원리 공개)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이미 꽤 늦기는 했지만 지금이라도 ‘맞춤형 광고’라는 솔깃한 표현의 잘잘못을 따지고 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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