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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연대”의 관점에서 일본사회를 생각한다
“비판적 연대”의 관점에서 일본사회를 생각한다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19.03.15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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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불편하고 곤란한 감정이 있다.

식민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지워 버리고 쿨하게 정상적인 국가 간 시민인 것처럼 행동하기도 어색하고, 과거사를 끄집어 내자니 감정의 골이 깊어질까 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공식적이고 정확한 사과와 보상이 마무리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정부와 극우세력, 그리고 이에 반해 나름대로 우호(?)적일 수 있는 평범한 일본인을 분리해서 사고해야 하는 애매함이 존재한다.

저자는 일본 내 시민파 혹은 리버럴파들에게도 이러한 “애매함”이 있다고 한다.

서경식은 재일조선인으로 평생을 일본에서 살아왔기에, 자신이 그 내부성원이자 동시에 ‘일본’이라는 대상을 끊임없이 사유할 수밖에 없는 문제적 존재다.

그런 저자가 극우파보다 더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 과거 나름대로 일본 내에서 진보세력으로 분류됐던 리버럴파의 사상적 반동이다.

서경식의 진단에 의하면, 일본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사상적 반동기에 들어선다.

이는 단지 우파의 탓이라기보다 일본 국민 다수에 내재한 ‘국민주의’적 심성을 우파들이 이용한 것이다.

일본에서의 ‘국민주의’란, 전쟁과 식민지배에 대한 책임을 철저히 파고드는 것은 피하고 싶지만 동시에 자신을 ‘민주주의자’로서 도덕적 우위에 올려놓고 싶은 이율배반적이면서도 분열된 소망을 가리킨다.

과거의 잘못을 회피하고 그것을 지나간 일로 돌리면서도 양식 있고 선한 위치에 서고 싶은 심성이 사회적으로 발현되었고, 일본 정계의 다수파인 우파들이 이를 이용했다는 것이다.

2015년 말의 한일 위안부 합의는 바로 그러한 모순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국민주의는 사상이나 논리라기보다는 감성, 정열에 기반하고 있기에 90년 이후 탈이념의 시대, 그리고 경제불황이 겹치면서 우파들이 리버럴파의 그 정동(정서)을 파고 들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리버럴파의 이런 이중성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지만 이들마저 잃게 됐을 때 올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한다.

우파가 지배하는 정치구조와 맞물려 감정적 대응으로 반동화된 리버럴파에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여기서 “비판적 연대”의 입장을 견지한다.

저자는 국민주의적 정서에 기반한 반동화 경향에 대해 사상적이고 논리적인 비판을 가하지만 한편으로는 “연대”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지 않으려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사회의 사상적 변화과정을 분석하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더욱 중요하게 어떻게 그들과 손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사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

서경석 지음, 나무연필 발간, 1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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