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한국인은 스칸디나비아 3국을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로 알고 있다. 그러나 스칸디나비아반도는 노르웨이, 스웨덴 지역을 지칭하며, 스칸디나비아 3국은 여기에 덴마크가 추가된다. 위 삼국이 지리적, 인종적, 언어적으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재로 덴마크와 스웨덴은 다리 하나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북유럽 3국이라 할 때는 노르웨이, 스웨덴에 핀란드를 포함한다.
한국에서 가장 편하게 북유럽을 가는 경로는 핀에어(직항)를 통하는 것인데 핀란드의 수도 헬싱키가 첫 방문지가 된다.
여행을 떠나기 전 주의해야 할 것 중 하나가 각 국의 화폐를 미리 환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각 3국의 화폐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핀란드는 유럽연합 회원국이라 유로화를 쓰지만 다른 나라는 스웨덴 크로나와 노르웨이 크로네가 화폐로 통용된다. 다만 신용카드가 일반화 되어서 현금을 쓸 일은 많지 않다. 북유럽 국가들의 현금 사용률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기로 유명하다. 스웨덴은 유럽연합 회원국이지만 자국의 화폐(크로나)를 사용하며, 노르웨이는 특이하게도 유럽연합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나토에는 가입했다. 아마도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리적 특수성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스웨덴과 핀란드는 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노르웨이는 오랜 기간 덴마크와 스웨덴의 식민지였고 2차대전을 겪으면서 동맹이나 연합을 ‘간섭과 지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핀란드도 스웨덴의 식민지였다가 러시아의 지배를 받았는데, 1917년 러시아혁명 시기 독립했다. 그래서 2017년은 러시아혁명 100주년이자 핀란드 독립 100주년이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핀란드와 노르웨이는 식민지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현 핀란드 소재 스웨덴 대사관은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식민지 총독부였으며, 헬싱키 중앙역 앞 광장은 혁명시기에 레닌이 군중에게 연설하고 러시아로 돌아간 역사를 갖고 있다. 마찬가지로 노르웨이 오슬로의 주요 관광지인 ‘칼 요한스 거리’는 식민지 시절 스웨덴 왕(칼 요한스)의 이름을 지명으로 사용하고 있다. 반대로 스웨덴은 북유럽 패권국이었던 관계로 옛 왕궁이나 화려한 역사적 유산이 많이 남아 있는 편이다. 한편 노르웨이 오슬로는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건축물과 도시환경을 접할 수 있다. 이들 국가들에 비해서 핀란드는 상대적으로 다소 소박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인접해 있는 국가들이지만 독특한 각 국의 건축물과 도시 분위기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한 편이다.
필자는 주로 가을과 겨울에 북유럽을 방문하곤 했는데 그 때 마다의 느낌은 이 나라들이 너무 춥고 어둡다는 것이었다. 일단 해를 보기가 매우 힘들다. 비와 눈이 자주 오고 해가 짧아서 오전 10시경에 일정을 시작해도 새벽에 나온 듯한 느낌이다. 여름이 아닌 계절에 북유럽에 간다면 추위와 어둠으로 을씨년스럽고 우울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이 시기 북유럽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떠들썩한 관광지의 분위기보다 차분하고 삭막하기까지 하다.
이런 날씨의 영향은 북유럽 특유의 건축양식을 발전시켰는데, 대부분의 건물들은 창이 크고 널찍하다. 예술가들의 건축물도 채광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이들 지역 사람들의 햇빛에 대한 열망을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외곽으로 갈수록 끝이 높고 뽀족한 지붕들을 볼 수 있는데 눈이 많이 쌓이는 환경을 고려한 것이다. 반면에 여름에는 해가 진 상태에서도 날이 훤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관광지를 구경하는 것보다 그 나라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인데, 세 나라 사람들의 정서에 약간씩 차이가 있다. 특히 핀란드인들은 민족적, 언어적으로 다른 두 나라보다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지리적인 근접성과 식민지 시절의 영향인지 몰라도 핀란드인들에서는 러시아인과 비슷한 감성이 느껴지곤 하는데, 상대적으로 정감이 있고 낯선 사람에게 말도 잘 거는 편이다.
반면에 스웨덴, 노르웨이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별로 없다. 한국인의 눈에 이 두 나라 사람들은 다소 무뚝뚝해 보이는데, 미국처럼 눈만 마주치면 미소 짓고 인사해야 하는 부담감보다는 이런 문화가 편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각기 다른 문화에 대해서 재밌는 분석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미국의 경우 총기사고에 대한 스트레스가 많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면 적대감이 없다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스웨덴이나 노르웨이는 복지나 안전수준이 높아 남의 눈치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다.
그럼에도 북유럽 사람들 대다수가 도움을 청하거나 말을 걸면 대단히 친절한 편이다.
한국인이 북유럽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크게 보면 두가지다. 북유럽 특유의 미지의 세계에 대한 열망도 있지만, 북유럽의 복지와 교육시스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연수목적의 방문이 급증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한국의 연수단에 대해 현지의 부정적 시각이 조금씩 늘고 있다. 방문이 원칙적으로 불가능한 학교를 방문하겠다고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자신의 시간을 뺏기는 것을 싫어하는 그들에게 사전예약 없이 방문을 요청하는 경우, 무엇보다도 그들의 퇴근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퇴근 후 개인시간이 어떤 의미인지 한국인은 잘 모르는 것 같다. 한가지 사례를 들면, 저녁 예약을 한 식당에 10분만 늦어도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애초에 늦게까지 문을 여는 식당이 거의 없기도 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복지가 잘 되어 있고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데 새벽까지 장사할 이유가 있겠는가?
북유럽의 물가가 놀랄 정도로 비싼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며 사람의 손을 거치면 무조건 비싸다고 보면 된다. 반면 상대적으로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상품들은 그리 비싸지 않다.
물론 북유럽도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식당이 있다. 그러나 이런 식당들은 터키음식점이나 중국음식점들이 대부분이며 시민권을 갖지 못한 이주민인 경우가 많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북유럽의 복지는 시민권을 갖는 그들만의 전유물일지도 모른다. IS사태 이후 급증한 난민 등 이주민이 늘어나자 전과 다르게 구걸하는 사람과 도난사고 등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이런 현상들은 사회를 우경화 시키는 빌미가 되었다.
노르웨이는 우파연합이 집권하고 있고, 이주민이 시민권을 취득하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심지어 노르웨이는 시민권자가 상당한 재력을 소유하지 않으면 그 시민권자와 결혼해도 시민권이 주어지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해 놓았다.
“이 땅의 모든 사람에게 복지를...” 이라는 스웨덴식 자부심은 점차 이주민에게 진입장벽을 높이며 퇴색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현실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것은 외국인 유학생들이다. 무상이었던 학비가 외국인 학생들에게는 학비를 받기 시작했으며, 외국인 학생에게 무상으로 적응을 도와주던 대학의 커리큘럼은 점차 폐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인은 여전히 북유럽에 대해서 지나친 환상을 품고 있다. 또한 북유럽에 대한 여행객과 방문객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에게 여행객이자 이방인일 뿐일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는 재산 있는 내국인 남자에 국한한다.”는 것과 이를 비교하면 지나친 비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