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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의 시대를 사는 지혜
[천지만리]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의 시대를 사는 지혜
  • 전병서 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 승인 2019.06.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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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2등의 부상이다. 패권국이 2위국가의 부상을 우려해 무력충돌을 만들어 2위를 좌초 시키는 일은 역사이래 항상 있는 일이었다. 소위 강대국들이 ‘투키디데스 함정(Tuchididdes Trap)’에 빠지는 것이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때처럼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국이 기존의 세력판도를 뒤흔들고 이런 불균형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패권국과 신흥국이 무력 충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학장을 지냈고, 미국에서 손꼽히는 국가 안보정책 전문가로 활약하는 그레리엄 앨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 동안 역사에 크게 기록된 사례만 꼽아보아도 열여섯 번 가운데 무려 열두 번이 전쟁으로 귀결되었다는 분석을 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패권을 두고 벌이는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지금 세계는 바야흐로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의 시대로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무역전쟁을 시작으로 보복관세 난타전이 벌어졌고, 화웨이 사태를 계기로 이젠 기술전쟁으로 불길이 옮겨 붙었고 6월9일 오사카 G20재무장관 회의를 계기로 드디어 환율 전쟁으로 전선이 확대 되고 있는 양상이다.
무역에서 갈등이 관세충돌로, 그리고 관세충돌이 기술냉전으로 확산되고 대만해협과 남사군도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무력군사시위가 빈번히 일어나는 국지전 성격의 무력 충돌의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
미·중의 경쟁과 충돌, 정말 17번째 투키디데스 함정으로 빠져들어 가는 것일까?

전병서 경희대 China MBA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레드 스완(Red Swan) 중국, 미국의 압박에 항복 않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이 11번에 걸친 협상을 했지만 최종적으로 결렬되었다. 천하의 패권국 미국과 11번 협상하고 막판에 협정문 작성 단계에서 판을 엎는 무모함을 누가 과연 보여줄 수 있을까? 그런데 재미난 것은 천하의 미국이 이런 중국에 대해 말 대포나 쏘고 있지 중국을 한방에 쓰러뜨릴 필살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방의 변덕스런 인기 영합적인 표에 목숨 거는 정치시스템과 금융과 기술이 결혼하고 이혼하면서 초래하는 급격한 주기적 변동성이 “블랙스완(black swan)”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블랙스완”이 세계를 혼란에 빠뜨린 1998년 아시아금융위기, 2009년 세계금융위기도 용케 피해 간 나라가 있다. 그간 인지하지 못했던 “붉은 백조-레드스완(red swan)” 중국이다. 
지난 20여년간 중국 위기설, 붕괴설이 나왔지만 중국은 여전히 건재하다. 중국 특색의 사회통제력이 절대적으로 강한 “붉은 정부”와 거대하고 급속하게 성장하는 경제체제의 결합시스템이 그간 서방이 그간 보지 못한 새로운 “붉은백조”의 모습을 띄고 있다.
서방 시스템하에서 리스크는 어떻게 발생하고 통제되는지 그간 수차례의 경제, 금융위기로 잘 알고 있지만 중국이라는 “사회주의 시스템과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결합한 요상한 새로운 체제는 서방의 시각으로는 곧 금방 망할 위험한 시스템인데 잘도 살아 남았다.
미·중의 무역전쟁의 시작으로 미국에 비해 4배규모의 수출을 하는 중국이 더 큰 고통을 받을 거라는 것이 서방의 일반적인 시각이고 고통의 크기에 못 견딘 중국이 항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서방의 생각이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의 관세 폭탄, 기술봉쇄에도 중국은 끔쩍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간 서방세계가 봐온 “흰 백조”와 “검은 백조”와는 다른 “붉은 백조”, 중국을 잘못 보고 있기 때문이다. 외부 경제충격에 대한 충격의 정도를 자유민주주의 통치시스템의 국가와 일당독재 통치시스템의 국가를 같은 기준으로 보면 안되다. 경제적충격, 소위 “고통의 양(量)”으로 판단하면 안되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고통의 인내력(忍耐力)”으로 봐야 한다.
당심(黨心)에 목숨 거는 독재국가 사회주의 공유시스템이 “고통의 인내지수”가 표심(票心)에 목숨 거는 서방의 다당제 자유민주주의 시스템보다 월등히 강하다. 북한의 경우 서방의 경제봉쇄가 수십년간 지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버티고 있는 것이 한 예다. 


유럽의 배신-돈은 피보다 진하다
 

미국은 넘버2를 쓰러뜨리는 데 이골이 난 나라다. 1970년대 잘나가던 소련을 붕괴시켰고 1980년대 급부상한 일본을 1985년 플라자합의를 통해 30년간 좌초 시켰다. 이제 중국이다. 그런데 세번째 전쟁에서 미국의 힘이 예전 같지 않다.
1985년 플라자합의 때는 유럽이 미국에 동조해 일치 단결해 일본 죽이기에 동참했다. 그런데 이번 미국의 중국 죽이기에는 묘한 변화가 있다. 미국 첨단기술의 대중국 봉쇄에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업체이자 세계 최대의 통신장비공급업체인 화웨이가 걸려들었고 미국은 유럽에 화웨이 제재에 동참을 요청했다
영국은 미국의 외갓집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영국에게 중국 화웨이 제재에 동참을 요청했지만 영국은 시큰둥하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영국은 경제회생이 이데올로기나 정치보다 더 시급한데 미국은 경제지원보다는 정치동맹에 끌어들이려 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기분도 나쁘다
유럽의 양대 맹주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에 대해 미국이 부하 취급하는 것이 못 마땅하다. 그리고 유럽의 금융위기 이후 독일은 그나마 경제가 괜찮지만 프랑스는 경제회복이 발등의 불이다. 그리고 독일은 미·중이 치고 받을 때 중국과 짝짝쿵이 되어 미국의 중국 봉쇄 담장에 구멍을 냈다. 제조업이 강한 독일, 자본재 수요가 큰 중국에 메르켈은 계속 추파를 던졌고, 유럽에서 우군을 잡아야 하는 중국은 냉큼 독일의 손을 잡았다
프랑스는 젊은 대통령이 집권하기는 했지만 경제가 아킬레스건이다. 비행기라는 거대 품목이 수출품인 프랑스, 경쟁자 미국을 제치고 시장을 리드하려면 전세계 비행기 시장의 최대 큰손 중국과 등질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이를 노린 중국 시진핑이 직접 방문해 에어버스를 대규모로 사주었다.
국제관계에서는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이해관계가 맞으면 합종연횡(合從連衡)하고 수 틀리면 언제든 돌아서는 것이 국제관계다. 국제관계 외교에 단하나 불변의 철칙은 “돈이 말을 하면 고개를 돌리고, 힘이 말을 하면 고개를 숙인다”. 경제력과 국방력이 무슨 소리해도 답이다. 가난하면 비굴하게 되고 힘없으면 터지는 것이 국제관계고 외교다. 돈과 힘이 전부다.
미국의 경제력이 예전 같지 않자 유럽이 고개 돌리고 있다. “상품이 국경을 넘지 못하면 군대가 국경을 넘게 된다”. 무역에서 세계 최대의 적자를 내는 미국, 제조업에서 경쟁력이 떨어져 상품이 국경을 넘지 못하자 힘으로 국경을 무너뜨리고자 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되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싸움, 우린 어느 편에 설까?
강대국끼리 싸우면 필연적으로 약한 나라를 줄 세우기를 한다. 원하든 원치 않던 줄서기를 강요받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약한 나라의 숙명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5000년간 좋은 선택을 했고, 그리고 질긴 인내력으로 생존했고 번영했다.


미·중의 패권전쟁에 한국은 어느 편에 설까?
 

한국은 60년 맹방 미국의 편에 서서 친미반중(親美反中) 하는 것이 답이라고도 하고, 리스크는 있지만 지는 태양 미국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떠오르는 태양, 중국에 줄 서야 한다는 친중반미 (親中反美)해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은 “친중-친미”나 “반중-반미”가 아니라 “지중지미(知中知美)”해야 산다
앞이 안보이면 역사에 물어 보라고 했다. 역사의 답은 외교의 기본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이다. 한국의 5000년 역사를 돌아보면 중국이 초강대국이 되었을 때 한국을 침략하지 않았던 적이 없다. 한, 송, 명 등 한족이 중국의 중원을 장악하면 북방의 오랑캐를 막기 위해 한반도와 형제관계를 강요했고 당, 원, 청 등의 북방민족이 중원을 장악하면 후방을 칠가능성이 있는 후고의 우환으로 한반도에 군신의 관계를 강요했다.
말이 형제지간이고 군신지간이지 본질은 살아있는 사람까지도 예물목록에 올린 처절한 “조공”관계였다. 당나라가 신라를 도와 한반도의 통일을 이룬 이후부터 조선시대까지 한반도는 공녀를 바치는 “인간 조공”의 속박에서 벗어 나지 못했다.
미국이 절대권력 100년을 장악한 지금 세계에 미국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한반도의 북쪽 절반은 중국의 영향력 하에 있고 남쪽 절반은 미국의 영향력 하에 있다. 그런데 지금 중국도 미국도 한반도를 완벽하게 통제하지 못한 엉거주춤한 스탠스다.
엔터키 하나만 누르면 순식간에 북경까지 도달할 수 있는 북한의 핵보유가 미국보다 더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중국은 말은 안 하지만 미국보다 더 위협적인 요소가 되었다. 미 본토를 핵미사일로 공격할 수 있는 나라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는 점에서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신경질적인 반응도 노골화되고 있다. 
한국, 미·중을 하나만 선택하는 일방의 선택이 아니라 미국을 기본으로 하고 8:2, 7:3, 6:4, 5:5. 4:6으로 미국과 중국의 비중을 변화시키는 것이 답이다. 시대와 상황 그리고 미·중의 파워를 봐 가면 비중조절하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미·중이 치고 받고 있고, 북한이 핵을 보유한 상황에서 중국도 북한 한방에 어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미국도 한국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세계의 2인자가 비실비실 할 때는 경제가 대통령의 재선과 입지에 결정적 변수였다. 바로 “바보야 경제야”가 먹힌다. 그런데 세계의 2인자와 패권다툼 할 때는 경제가 문제가 아니라 “바보야 외교다”. 패권이 넘어가는 데 세금 퍼주어 재정적자, 국가부채 늘려 만든 단기경기부양은 큰 의미 없다. 2인자를 제대로 패면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큰 돈을 벌 수 있고 반대면 나라가 망한다.
지금 미국 트럼프가 세금인하, 돈 퍼 돌리기로 경기를 살렸지만 외교에서는 꽝손이다. 유럽, 중동, 북한, 중국 손대는 곳마다 사고만 쳤지 완벽하게 승리한 곳이 단 한곳도 없다.
외교와 국가 간의 딜은 주고 받는 것이다. 일방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면 협상이 아니라 복종이고 굴욕이다.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감내할 준비해야한다. 선택의 기준은 얻는 것이 잃는 것 보다 크면 수용하는 것이다. 하나도 안 주고 상대의 모든 것을 뺏는 완벽한 승리는 결국 화를 부른다.


한국, 닭이 되면 곤란하다
 

중국에는 “원숭이를 길들이려고 닭을 잡아 피를 보여 준다”는 말이 있다. 대국이 싸우면 필연적으로 편가르기를 한다. 강대국사이에 낀 작은 나라의 숙명이긴 하지만 한국의 밥줄은 중국에 연결되어 있고, 목줄은 미국에 연결되어 있는 고약한 구조다. 한국은 미국의 화웨이 제재 동참 요구와 중국의 반도체공급유지 요청 사이에 곤혹스럽다. 그러나 한국, 닭이 되면 곤란하다.
미·중의 전쟁은 화웨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래 갈 전쟁이다. 중국도 향후 5년이 중요하다. 인당소득 1만달러를 무사히 넘어 중진국함정을 탈피하면 향후 50년간 탄탄대로이고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해 중진국함정에 빠져 다시 나락으로 추락하면 “중화민족의 부흥의 위대한 꿈”은 꿈으로 끝나는 미묘한 시기다
그래서 한국의 정책방향은 단기적이어서는 곤란하다. 보복이 두려워 원칙없이 갈팡질팡하면 양쪽에서 다 터진다. 외교에서 역사의 답은 “원교근공(遠交近攻)과 국익우선”이다.
국익우선의 전제는 실력이다. 경제력이든 기술력이든 힘이 없으면 비굴해지고 초라해 진다.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하게 구는 것이 한국 주변의 강대국의 못된 습성이다. 화웨이 사태,근본적인 것은 한국의 경쟁력이 문제다.
미국이 함부로 건드리지 못하고 중국이 절절히 원하는 기술이 있으면 미국도 중국도 두렵지 않고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다.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것이 아니라 어부지리를 할 수 있다. 협박한다고 보복이 두려워 비굴하게 굴면 둘 다 잃는다. 5G기술, 한국도 목숨을 걸어야 4차산업혁명에서 미·중에 맞설 수 있고 화웨이의 가성비와 기술력을 뛰어넘는 기술력이 있으면 당당하게 중국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다 

 
필자 소개
전병서 소장은 중국 북경의 칭화대에서 석사, 상하이 푸단대에서 금융학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의 IB에서 Analyst, IB Banker로 25년간 일하면서 중국리서치, 중국IB업무를 담당했다. 한국의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대우증권 상무이사, 한화증권 전무이사를 지냈고 중국의 상해중국경제금융센터 초빙연구위원을 지냈다. 현재 경희대 China MBA, 중앙대 Leader MBA 객원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중국100년의 꿈 한국 10년의 부”, “중국의 대전환 한국의 대기회”, “한국의 신국부론 중국에 있다”.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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