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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본 독일사회의 어두운 단면 : 인 디 아일 (In the Aisles)
영화를 통해 본 독일사회의 어두운 단면 : 인 디 아일 (In the Aisles)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19.06.13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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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나고픈 과거와 현재, 그리고 과거에 대한 그리움

대형마트의 신입직원 크리스티안은 선임동료인 브루노의 도움으로 새로운 직장(대형마트)에 적응해 간다. 어느 날 크리스티안은 다른 부서의 마리온을 보고 한 눈에 반하게 되는데, 마리온 또한 신참이라 놀리면서도 크리스티안에게 호감을 보인다.

대형마트의 진열대를 정리하는 직원들로 만난 주인공들은 각자의 힘든 사연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다.

이들의 만남과 대화는 주로 매장의 통로(Aisles)에서 이루어지는데, 그 곳에서의 만남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소란스럽지 않게 보살펴 주며 소소한 행복을 꿈꾸며 살아간다.

인 디 아일 영화 포스터
인 디 아일 영화 포스터

여기서 매장내의 통로는 이들의 삶과 삶을 연결해 주는 영화적 장치로 작용한다.

과거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삶을 열망하는 크리스티안,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현실로부터 도피 하고픈 마리온, 구 동독시절 트럭을 몰던 시절을 그리워 하는 브루노.

영화는 이 세 명의 일상을 잔잔하게 보여 주며, 그들이 숨기고 싶어 하는 비밀을 차분하게 풀어낸다. 그러나 주변 동료들은 이미 그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으며, 다만 브루노의 비밀은 영화 말미에 충격적인 결과로 밝혀진다.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되었지, 그리고 우리는 고용되었어...”

넋두리 삼아 얘기하는 부르노의 이 대사는 독일통일 후 자본주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 동독 노동자의 실상을 보여주며, 한국의 진보진영이 갖고 있던 독일의 노동현실이나 복지 등에 대한 환상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다.

사회주의 시절 동유럽의 일반 사람들이 서방세계를 부러워 했던 것은 진열대 가득한 엄청나게 풍부한 상품들이었다. 구 사회주의 동유럽인이 보기에 서방은 풍요로움과 자유로움의 파라다이스로 인식되곤 했다.

그러나 동구의 사회주의 정권이 무너지고 대부분 신자유주의를 채택한 이후로 자신들은 그 상품을 살 돈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나마 기본적인 생존이 가능했던 사회시스템이 무너지고 그야 말로 돈을 벌지 않으면 굶어 죽는 사회에 적응해야만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인 디 아일` 영 화 속 주인공 브루노와 크리스티안
`인 디 아일` 영 화 속 주인공 브루노와 크리스티안

영화 속에서 직원들이 - 유통기한이 지나 - 폐기대상인 소시지와 포장음식들을 쓰레기통에서 꺼내 먹는 장면은 자못 충격적이다.

이 영화는 2018년 독일의 토마스 스터버 감독의 작품으로 헐리웃 영화처럼 특유의 특수효과나 극적인 전개보다는 2시간 동안 차분하게 주인공들의 삶을 보여준다. 때문에 다소 지루하고 밋밋해 보일 수도 있는데, 마치 MSG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조미료 없는 음식이 맛 없다고 느끼는 그런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제68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서 상영된 영화임에도 한국에서 개봉했을때 누적관객수는 만 명을 겨우 넘겼다.  다만 올해 제7회 무주산골영화제를 통해 다시 한번 상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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