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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 사이에서 우리 외교의 ‘프로화’ 필요하다
[천지만리] 미국의 창과 중국의 방패 사이에서 우리 외교의 ‘프로화’ 필요하다
  •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 승인 2019.06.15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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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중국에 대한 공세는 연일 가중되고 있다. 그야말로 전면전을 대비하는 전야의 긴장감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통상갈등에서 미국은 협상할 때마다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협상의 타결을 요원하게 하고 있다. 안보분야에서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를 수호하려는 미국은 동맹국과의 군사관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 미국의 동맹 강화와 동맹국의 방어능력 제고를 명분으로 이들의 막대한 무기 구입을 종용하고 있다. 산업 분야에서 미국은 중국의 첨단기술제품의 구매를 저지하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우리는 일부 영역에서 미국의 정치·외교적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다른 일부에서는 미국에 낚이고 있다. 미중 무역 갈등으로 우리의 대 중국 수출은 작년 11월부터 보인 감소세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대 미국 수출의 증가가 반사이익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수출은 전체적으로 지난해 12월부터 마이너스 행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안보분야에서 미국의 남중국해 ‘항해의 자유’ 입장을 지지하라는 압박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남중국해의 ‘항해의 자유’ 수호라는 명분 아래 ‘인도-태평양전략’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미 국방부에서 처음으로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가 출간되었다. 동 보고서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전략이익을 보호하는 정책과 전략을 망라하고 있다. 그러면서 미국의 목표 달성을 위해 동맹국의 참여를 종용하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불참’을 지난 2017년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선언했다. 지난 2월 모디 인도 총리의 방한 때 그나마 불참 입장을 경제 영역에서 ‘일부 참여’로 정정한 것이 위안거리라면 위안거리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전면적인 참여가 아닌 우리의 ‘신남방경제정책’과 접목하는 범위 내에서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군사 분야에서 우리의 미국 무기 구매 계획이나 실질적 합의 발표 소식은 끊이지 않는다. 한미정상회담이 개최될 때마다 이 같은 계획이나 합의가 발표되었다. 한 번도 예외는 없었다. 우리는 매 회담을 대북제재의 완화 기회로 모색했지만 씨알도 먹히질 않았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진전에 대한 합의 또한 일궈내지 못했다. 우리의 지속적인 대미 무기 구매는 올해 북한이 신년사에서 경고한 바, 즉 외세로부터 첨단무기 배치가 현실화되어 가고 있음을 방증한다. 북한 비핵화의 중재자를 자청했지만 북한의 경고와 우려를 무시한 지속된 처사로 중재자의 역할에 대한 북한의 신뢰를 얻을 수 없는 지경을 자처한 셈이다.

산업 분야에서도 미국과 중국의 압박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주한미대사를 통해 우리의 중국 첨단기술제품의 사용과 구매를 자제하라는 외교적 압박을 노골적으로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 당국은 우리 기업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동조할 경우 “사드 때보다 더한 고통을 주겠다”고 얼음장을 놓았다.

사드 보복으로 우리 경제가 직간접적으로 입은 손실금액은 2017년 한 해에만 8.5조원이라고 한다. 당시 사드 보복이 대상 기업이나 업종이 매우 제한적이었다면 우리의 대중 수출 비중에서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와 전자전기제품에 대한 보복의 피해는 지난 피해 금액을 상회할 것이 자명하다. 우리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는 조치가 될 수 있다.

미중 갈등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우리 정부는 11일 이른바 ‘전략조정지원반’을 외교부 산하에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외교부에서는 북미국, 동북아시아국과 양자경제외교국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간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해 정부는 산업통산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참여하여 지원사격을 할 예정이다. 보다 총체적으로 전면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보여주는 결정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미중관계의 갈등의 본질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전략조정지원반’ 참여 조직의 구성에서 입증되었다. 현재 미중 양국의 갈등관계는 경제통상기술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이 더욱 제도화된 기반에서 원칙과 규범을 더 책임 있게 준수하라는 의미에서 중국에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미국과 합의한 사안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더 강경하게 응징하겠다는 의지가 복선에 깔려있다. 즉, 중국에게 더 강력한 컴플라이언스(compliance)를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중국과의 경제통상기술 분야에서 갈등을 국가안보이익에 심각한 위협요소로 인식한다. 그래서 이 문제는 백악관의 국가안보회의 차원에서 다뤄진다. 개별 부처가 다룰 사안이 아니다. 국가안보이익의 성격으로 규정되었기에 국방부와 군 참모들의 참여와 관여는 필수적이다. 이들과의 긴밀한 협조와 협의 하에 대응방안과 전략이 결정된다. 우리 정부는 아마도 이 같은 미국의 대중국 전략 조직의 운영 방법을 모르는 채 백악관의 국가경제위원회나 미국무역대표부 정도의 수준과 유사한 대응전략조직이면 충분하다는 안일한 생각과 태도로 너무 쉽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국제문제가 나날이 전문화되고 세부화되고 있어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과 같이 정부도 국제문제는 국제문제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이다.

사진=KBS 화면 캡쳐
사진=KBS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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