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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법 반대 홍콩시민의 ‘진짜’ 우군=역외 금융센터 홍콩 그 자체
송환법 반대 홍콩시민의 ‘진짜’ 우군=역외 금융센터 홍콩 그 자체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6.17 10: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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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배후세력’ 지목하는 중국 국영미디어와 외교부
트럼프 ‘트윗’ 대상에서 홍콩 송환법안 반대시위는 열외
미‐중 무역전쟁 타결 위해 의도적 자제?
민주적 가치에 대한 트럼프 특유의 무관심?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는 모든 시위에 대해 이를 저지․해산․와해시키려는 집권층이 빼놓지 않고 늘 사용하는 화술이 있다. 외부세력의 간섭과 소수 과격세력의 극단적 폭력행위를 비난하는 게 그것이다. 이른바 '범죄인 송환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대규모 저항에 대해서도 예외는 아니다.

송환법안 반대하는 수많은 홍콩 시민들이 완차이 헤네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 위키백과
송환법안 반대 홍콩 시민들이 완차이 헤네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사진: 위키백과

송환법안에 반대하는 저항은 지난 3월31일 첫 시위에 이어 6월9일 홍콩시민의 7분의 1에 이르는 100만명이 넘는 대규모 항의시위와 12일 경찰의 과잉진압, 14일 시위대 보호를 위한 여성들의 행정장관 사퇴 연좌시위, 16일 200만명에 이르는 송환법안 완전 폐기와 행정장관 사퇴를 내건 2차 대규모 시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외부세력 간섭을 강조하는 성명이나 조치를 내놨다. 여기서 말하는 외부세력이 누구일지는 분명하다. 홍콩의 인권활동가들은 아니어야 한다. 중국 스스로 이들은 ‘하나의 중국’에서 ‘내부’ 시민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꼴이자 자신들이 내세우는 ‘일국양제’ 실험의 부정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짐작하다시피 외부세력은 미국이다.

홍콩 시민들의 완강하고 지속적인 저항에 놀랐기 때문인지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 캐리 람은 6월15일 “대중의 의견을 듣는 데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며 송환법안 개정 작업을 무기한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전날 밤 홍콩 인근의 선전으로 달려온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 한정과 만난 뒤 이런 중단 결정이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200만명에 이르는 2차 대규모 시위가 있은 16일에는 캐리 람은 홍콩 시민들에게 처음으로 공개 사과했다.

중국 외교부, 미국의 고강도 내정간섭 암시

대규모 항위시위가 벌어진 다음날인 6월10일 중국 국영미디어들은 미국이 시위의 배후에 있다고 비난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송환법안 추진 중단 결정을 전후해 중국 외교부는 미국을 향한 성명을 발표하고 행동했다. 14일 중국의 차기 외교부장으로 꼽히는 러위청 부부장이 주중미국대사관 부대사를 초치해 홍콩 사태 개입에 항의했다. 15일에는 외교부 겅상 대변인이 법안 추진 중단 결정을 지지하며 “홍콩의 일은 중국 내정에 속하므로 그 어떤 국가나 조직, 개인이 간섭할 권리가 없다”고 밝혔다. 같은날 홍콩에 있는 중국 정부 연락사무실에서 나온 담화에도 “외부세력이 홍콩 일에 간섭하고 소수 인사가 급진 폭력행위를 한 것에 강력히 유감을 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내용들로만 보면 미국이 이번 시위에 뭔가 대단한 개입이라고 한 듯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관련 실상은 빈약하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 시위에 관한 그 어떤 트윗도 날리지 않았다. 트윗으로 정치 메시지를 내보내고 정책을 결정하는 그동안의 행태에 비춰보면 예외적이기까지 하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에 대해 논평과 성명을 내는 미국 국무부장관 마이크 폼페이오도 성명 한 장 내지 않았다. 지난 6월3일 천안문 사태 30주년 성명에서 “중국인들의 영웅적인 항거를 기린다”며 “당시 사망하거나 실종된 이들에 대한 모든 것을 공개하라”고 직접 촉구하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홍콩시위가 트럼프의 트윗 정치에서 열외가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6월28~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미‐중 무역협상 합의의 길을 아예 닫아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들었을 법도 하다. 아니면 자신의 소득․세금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그의 무딘 도덕관념에서 알 수 있듯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맹목적인 목적의 추구나 공직자로서 책임성․투명성 결여 등 민주적 가치에 대한 트럼프 특유의 무관심의 산물일 수도 있다.

고강도에 훨씬 밑도는 미국 정부의 미적지근한 홍콩시위 반응

‘아직 살아있는 이들을 위한 지지가 그리 힘드냐?’ 반발 불러

홍콩시위에 대해 미국 정부에서 나온 것이라곤 두 개가 있다. 하나는 국무부 대변인 모건 오르태거스가 6월10일 발표한 성명이다. “홍콩의 자치를 훼손하고, 인권과 오랫동안 홍콩이 보호해온 근본적 자유와 민주적 가치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송환법안에 대해)” “깊은 우려”(grave concern)를 나타낸다는 내용이다. 다른 하나는 6울13일 미국 상․하원의원 10명이 관련 법안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다. 송환법안이 계속 추진될 경우 현재 홍콩에 주고 있는 무역상의 특별한 지위를 해마다 검토하는 내용의 ‘홍콩인권민주주의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것이다.

후자는 기실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1992년 통과된 관련법의 내용을 재확인하는 게 전부다. ‘미국‐홍콩 법’으로 불리는 이 법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중국 본토와는 다른 별개의 실체(seperate entity)로 홍콩을 계속 대우하면서 민감한 기술에 대한 접근, 미국 달러화와 홍콩 달러화의 자유로운 교환과 같은 경제와 무역상의 특혜를 제공하는 내용이다. 다만, 홍콩의 자치(autonomy)가 취약해질 경우 홍콩에 부여한 경제와 무역상의 특권의 일부나 전부를 유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권한을 대통령에 주고 있다. 의원 10명이 여기에 새로 추가하겠다는 내용은, 홍콩의 자치가 이런 대우를 정당화시킬 만큼 충분한지를 확인하는 보고서를 해마다 국무부가 발표하도록 한다는 것뿐이다.

홍콩시위에 대한 이런 미적지근한 움직임은 중국이 말하는 ‘외부세력의 내정간섭’에 해당하기에는 턱없이 밑도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미국 국방부는 6월1일 발표한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에서 ‘대만=국가’라는 도발적 표현을 포함시켜 중국이 내세워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부정하는 듯한 움직임을 이미 보인 터다. 정부 차원에서 홍콩 송환법안 반대시위에서까지 중국을 자극하기는 부담이 따를 수 있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 정부가 말하는 외부세력의 내정간섭 주장은 홍콩 반환조건을 중국이 잘 지키고 있느냐는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50년 동안 고도의 자치와 법치, 자유를 보장한다는 약속은 1984년 ‘영국‐중국 홍콩공동선언’에서 중국이 반환조건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입각해 어떻게 판단할지는 영국은 물론 홍콩에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미국과 같은 나라들이 각자 판단할 수 있는 성질을 지닌다. 문제는 이들 나라가 ‘정치와 경제의 분리’에 입각해 접근할 것이냐, 그렇지 않을 것이냐다. 이런 홍콩 반환조건들은 ‘홍콩 반환은 제국주의 침탈의 결과를 원상태로 돌리는 것이기에 반환 이후 홍콩을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중국 주권의 문제’라는 식으로만 접근하기 어렵게 한다는 얘기다.

미국내 대중 강경파들의 반응을 보면, 홍콩시위에 대해 트럼프와 국무부가 미지근한 반응을 했다는 해석을 오히려 뒷받침한다. 각종 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라고 규정해 놓고서는, 정작 민주적 가치와 자유 등과 같은 전략적 경쟁의 영역을 드러낸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데서 트럼프 행정부가 머뭇거리고 있다는 게 이들의 비판이다. 폼페이오를 향해 쏟아지는 “(천안문 사태 희생자를 위로하는 30주년 성명은 내면서) 아직 살아있는 홍콩 시위대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기가 훨씬 더 어렵다는 말인가?”라는 가시 돋친 비판에서 이런 분위기가 엿보인다.

불가피한 홍콩시민들의 불안과 저항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외부세력의 강도 높은 내정간섭’이 상투적인 비난에 해당한다면, 중국 정부와 중국 친화적인 인물들로 현재 이뤄졌다고 평가받는 홍콩 특별행정구 당국이 송환법안 추진을 ‘무기한 연기’하도록 한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범죄자 인도 명분의 반송법안이 '법치 없는 홍콩'을 만든다며 '중국 송환 반대'와 '행정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말팻말을 든 홍콩 시민들의 모습. 사진: CNN
범죄자 인도 명분의 반송법안이 '법치 없는 홍콩'을 만든다며
'중국 송환 반대'와 '행정장관 사퇴' 촉구 말팻말을 든 홍콩 시민들의 모습. 사진: CNN

하나는 역시 홍콩시민들의 저항이다. 100만명이 넘는 홍콩 시민들은 대만, 마카오, 중국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 사안별로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송환법안에 분명하고 완강한 반대를 나타냈다. 이 법안이 없으면 홍콩이 범죄인 피난처가 된다는 홍콩 특별행정당국의 설명이 아니라, 이 법안의 본질은 홍콩이 누리고 있는, 그리고 반환 이후 점진적으로 약화해온 언론․표현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 자유, 자치, 법치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훼손하는 데 있다는 확신을 보여줬다. 중국 정부가 홍콩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본토로 송환이 필요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것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라고 본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공산당이 통제하는 법률체제 아래에서 정치범과 통상적 범죄자 사이의 구분은 모호하다. 정치범들과 인권활동가들은 ‘싸움 걸기’와 ‘분란 촉발’이라는 공통된 혐의를 받으며 형사범으로 전락하기 일쑤다.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느냐’는 식으로 ‘불법적인 사업 운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일도 다반사다. 이런 상황에서 송환 가능한 범죄가 무엇인지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근본적인 불신, 누구나 체포돼 본토로 송환될 수 있다는 불안, 홍콩에서 아무런 보호도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杞憂)가 아니다. ‘필우’(必憂)라 할 법하다.

송환법안, 중국 본토 자본조달 창구로서 홍콩 위상 자체 흔들어

다른 하나는 송환법안 반대시위에 대한 든든한 우군으로 작용하고 있는 역외 금융센터로서 홍콩의 역할과 기능 그 자체다. 홍콩은 중국 본토에서 사업을 벌이거나 증권이나 투자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한 창구 기능을 한다. 홍콩증권거래발전위원회(HKTDC)에 따르면 2018년 중국 본토에서 승인된 외국인투자 프로젝트 중에서 홍콩증시와 연계돼 있는 비중이 44.3%에 이른다.

또한 홍콩은 중국 민간기업들은 물론 국영기업들이 기업공개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는 핵심 창구였다. 홍콩 반환이 이뤄지던 1997년 말 홍콩증권거래소에 등록된 기업은 658개, 이중 본토 기업은 15.3%인 101개에 그쳤다. 2018년 6월 말 홍콩증권거래소에 등록된 본토 기업은 국영기업을 포함해 1051개로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기업의 총주식수에서 발기인이나 정부, 자사주 등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은 주식수를 뺀 유동주식을 기준으로 계산한 시가총액에서 이들 본토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6.9%나 된다.

홍콩증시에 등록된 중국 국영기업들의 묶음인 ‘레드칩’을 포함해 기업공개를 통해 중국 본토기업들이 1997년부터 2017년 4월30일까지 조달한 자금은 5조4천억 홍콩달러(약 800조원)로 같은 기간 동안 홍콩 증시에서 기업들의 전체 조달액 8조7천억 홍콩달러의 62%를 차지했다. 이는 한 마디로 홍콩이 중국 기업들의 자본 조달, 중국 본토로의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한 역외 금융센터이자 상업적 허브로 기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레드칩은 △중국 국영기관이나 지방정부가 통제하는 기관, 이들 기관이 통제하는 기업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30% 이상 소유하는 기업 △이들 기관, 이들 기관이 통제하는 기업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20~30% 소유하되, 이사회에서 강한 영향력이 존재하는 기업으로, 중국 국영기업을 말한다.

투명하고 명확한 법치, 이에 입각한 투자의 자유와 보호는 이 기능의 유지에 필수불가결하다. 범죄자 송환법안은 바로 이 기능을 훼손할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동반한다. 6월13일 미국 상․하원의원 10명이 ‘미국‐홍콩 법’에 그리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을 추가하겠다는 발표가 잠재적 파괴력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 달러화와 홍콩달러화의 자유로운 교환, 민감한 기술에 대한 접근의 계속 등처럼 중국 본토와 별개의 실체로서 경제와 무역에 관한 홍콩의 특별한 대우를 미국이 철회한다면, 역외 금융센터로서 홍콩의 가치는 치명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 본토 기업들의 자본 조달은 힘들어질 것이고, 홍콩 증시에 등록된 국영기업을 포함한 중국 기업들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중국 외교부가 말하는 ‘외부세력의 내정간섭’ 운운의 정확한 실체는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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