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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아베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밀월’ 관계의 뒷면
[천지만리] 아베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의 미일 ‘밀월’ 관계의 뒷면
  • 호사카유지 세종대 교수,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원장
  • 승인 2019.06.17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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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한국 언론이 주장한 미일 ‘밀월’ 관계란 아베총리가 7월 참의원 선거를 이기기 위해 연출한 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5월27일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빈으로 일본을 방문해 아베 총리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이에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미일밀월관계’라고 크게 보도했고 어떤 신문은 사설로 ‘부럽다’는 표현까지 썼다. 아베 총리가 연출한 표면적인 ‘미일밀원관계’에 ‘충격’을 받은 일부 한국 언론들이 이성을 잃은 듯한 태도를 보이며 분석을 거의 하지 못한 채 기사를 내보냈다. 그들은 아베 총리가 왜 트럼프를 필요 이상으로 환대했는가를 읽지 못했고 표면에 보이는 현상만을 감정적으로 묘사한데 그쳤다. 일부 한국 언론들은 국민들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기는커녕 왜곡된 보도로 국민들의 판단을 잘못 유도하게 되었다.

한동안 한국 언론들은 ‘재팬 패싱’이라는 말을 즐겨 사용했다. 북한문제에 있어 한국 언론들은 한미관계의 긴밀함에 일본이 끼어들지도 못한다는 표현으로 ’재팬 패싱‘을 강조해 왔는데 이들이 갑작스러운 미일밀월관계 등장에 이성을 잃어 ’코리아 패싱‘이라고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이런 한국의 외교적 ’참사‘를 방치하는 한국정부에 대한 질타로 이어졌다.

그들의 단락적인 논리에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지만 여기서 이 문제에 대해 정리를 해 둬야 한다. 우선 원래 ‘재팬 패싱’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외교무대에서 일본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금방 일본이 패싱 당하고 있다고 결론지우면 안 된다. 사실 ‘재팬 패싱’이나 ‘코리아 패싱’자체가 외교무대에서는 있을 수 없다.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표면만 보고 심층적인 내용을 간과하는 우를 범하면서 무엇을 기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아베 총리가 연출한 트럼프 환대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그 목적은 7월 하순에 예정된 일본의 참의원선거에서 여당이 승리하는데 있다. 이번 참의원선거에서 여당 자민당의 고전이 예상된다. 왜냐하면 미중무역전쟁으로 아베노믹스를 지탱해 온 엔저가 무너지고 엔고 상태에 들어갔고 트럼프정권은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일본 측 관세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일본정부가 응할 생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공세가 매우 강하다. 일본의 주장은 미국을 빼고 형성된 환태평양경제협력기구(TPP) 수준의 관세율까지는 내릴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미국은 관세자체의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아베 정권의 고민이 있다.

미일정상회담에서 이런 미일 간의 의견 대립이 표면화되면 미일동맹의 위기가 부각되어 아베 총리의 리더십에 비판이 집중될 수 있으며 그것이 여권의 참의원선거 경과에 악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철폐를 아베 총리에 압박하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사실상 24시간 트럼프 감시태세를 취한 것이 5월말에 방일한 트럼프를 환대한 이유다.

일본이나 미국의 언론들은 아베 총리의 속셈을 분석한 기사를 많이 내놓았다. 그러나 오직 한국의 언론만이 국민들을 호도하는 보도에 열을 올렸다. 게다가 한국의 일부 언론은 분석력이 없고 일본을 부러워하는 기사내용을 일본어판으로 만들어 일본 측에 내보냈고 일본 독자들에 철이 없는 모습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일본 독자들이 댓글을 통해 한국 측 시각을 비웃었다.

트럼프는 차기 대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소위 팜벨트(Farm Belt)라 불리는 미국 농민층의 지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미중무역전쟁으로 인해 중국이 미국산 농산물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해 그 영향으로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폐업하는 농가가 나타났을 정도다. 그러므로 중국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을 지목한 것이다. 트럼프로서는 말을 잘 들어주는 자신의 종과 같은 아베 총리를 이용하지 않는 법이 없다.

그런데 일본이 미국산 농산물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데 동의한다면 아베 총리는 7월의 참의원선거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 바로 일본 농가들의 반대에 부딪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베 총리는 미국산 농산물에 관한 논의를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루자고 환대를 하면서 트럼프에게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이 아베총리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27일의 미일정상회담 모두에서 “무역에 관해서 우리는 아마 8월에 양국에게 매우 바람직한 무엇인가를 발표할 수 있다”라고 발언했다. 그리고 공동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일본과의 무역협의의 목표가 미국 무역수지의 적자삭감이고 공평한 무역거래 실현에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를 골프회동이나 스모경기를 가장 앞에서 관전하게 하는 등의 환대로 대접한 아베 총리는 이럴 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을 피하려는 목적으로 추가적으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이란에 전달하는 특사역할을 스스로 제안해 6월12일부터 이란을 방문했다. 그런데 아베 총리가 이란 방문 중인 13일 호르무즈 해협 부근에서 일본 해운 회사들이 운항하는 유조선 등 2척이 이란에 의해 공격당했다. 이런 식으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종’ 역할을 하다가 모두 실패로 그치고 있다.

결국 한국의 일부 언론들이 강조한 미일 ‘밀월’ 관계란 아베 총리가 7월의 참의원 선거를 이기기 위해 연출한 쇼였고 일본이 갈수록 미국에 종속해 가는 계기를 마련한 연극에 불과하다. 한국의 일부 언론들은 각성해야 할 것이다.

사진=CNN 화면캡처
사진=CNN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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