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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과 연준의 금리 인상 랠리가 탈달러화에 미칠 영향?
미‐중 무역전쟁과 연준의 금리 인상 랠리가 탈달러화에 미칠 영향?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6.2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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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금리인상, 신흥시장의 탈달러화 움직임을 봉쇄하는 효과와 함께 탈달러화를 부추기는 역풍 될수도
탈달러화의 움직임은 미중무역전쟁의 영향 중 무엇이 우위에 설 것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

<커버스토리③ - 탈러 vs 탈달러 - 탈(脫)달러의 진로와 결과를 정할 지정학>

역사적인 경험으로 보면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신흥시장이 위기를 겪는다. 달러화 가치가 강세를 띠고 신흥시장으로부터 자본유출이 일어나며 이로 인해 신흥시장 통화는 극심한 평가절하 압력에 시달리면서 환율이 치솟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1979~1981년 기준금리를 6%에서 19%까지 끌어올렸을 때도 그랬다. 폴 볼커 의장 때였다. 그가 취임하던 1979년 13.3%이던 인플레이션율은 1983년 3.2%로 떨어졌다. 긴축의 결과였다. 1970년대 오일쇼크에서 비롯한 급속한 인플레이션율을 급격한 금리 인상만으로 다스리려 했던 통화정책이 바람직한 것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실업률을 10%까지 치솟게 하며 고용을 희생시킨 이런 가혹한 긴축 통화정책은 그에게 ‘불굴의 인플레이션 파이터’라는 별명을 남겨줬지만, 그 결과는 중남미 국가들에게는 잔혹했다. 자본유출에 시달리며 1982년 외채위기를 겪었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 인상과 달러화 강세화가 부르는 신흥시장 위기

1997년 동아시아 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일본과 독일 등 5개국 통화에 대해 달러 약세를 유도했던 1985년 9월 플라자합의를 뒤집어서 1995년 4월 역(逆)플라자합의를 통해 달러 강세를 유도했다. 연준은 금리를 잇따라 올렸다. 이는 2년 뒤 1997년 7월 타이 바트화 폭락에서 시작해 말레이시아, 한국 등을 덮친 동아시아 금융위기의 주요한 원인이 됐다.

올해도 양상은 비슷하다. 2008년 대금융위기 이후 달러를 푼 양적 완화를 정상화시키는 차원에서 연준은 3월과 6월, 그리고 9월 세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1.25~1.5%에서 2~2.25%로 끌어올렸다. 9월에는 올해 12월 한차례 추가 금리인상, 내년 3차례, 2020년 1차례 금리인상을 통해 2020년 3.4%까지 올리겠다고 예고까지 했다. 신흥시장이 출렁였음은 물론이다. 특히 9월 말이 심각했다.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의 통화가치는 2017년 말 대비 50% 이상, 30% 이상, 15% 이상 하락하며 심각한 금융위기에 직면했다. 연준이 예고한 대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경우 이들 나라를 포함해 상당수 신흥시장이 금융위기에 빠져들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2017년 말 대비 9월 말 기준 신흥국 통화 평가절하 정도

왼쪽에서부터 순서대로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공, 러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자료: https://www.x-rates.com/historical/?from=USD&amount=1&date=2018-09-30
왼쪽에서부터 순서대로 아르헨티나, 터키, 브라질, 남아공, 러시아,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인도. 자료: https://www.x-rates.com/historical/?from=USD&amount=1&date=2018-09-30

연준의 금리 인상이 신흥시장의 위기를 동반한다는 특징은 이전과 비슷하지만, 올해는 중요한 성격이 추가된다. 미‐중 무역전쟁의 와중에서 자연스레 지정학적 성격을 갖게 돼버렸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과 터키, 유럽연합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탈달러화 움직임과도 연관된다. 연준의 금리 인상 랠리는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신흥시장으로부터 자본 유출을 심각하게 하면서 탈달러화 움직임을 봉쇄하는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이런 신흥시장의 금융위기는 미‐중 무역전쟁의 지정학과 맞물리며 탈달러화를 부추기는 역풍으로 뒤바뀔 가능성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탈달러, 패권 다툼의 신냉전의 맥락에 놓일 것인가?

트럼프 행정부가 열어젖힌 미‐중 무역전쟁은 시간이 흐를수록 미국과 중국(+러시아), 그리고 유럽연합으로 대표되는 나머지 서방선진국들이 얽혀있는 세 가지 성격의 게임이 복합적으로 연동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첫 번째 게임은 가존 무역 게임의 룰의 해체와 관련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기존 다자간 협상과 무역분쟁 해결 틀인 세계무역기구가 미국의 교섭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양자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본다. 북미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에서 미국은 이런 태도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에 대해선 중국은 물론 유럽연합, 일본까지도 비판적이다. 모두들 자신을 다자주의의 옹호자로 내세운다.

두 번째는 중국을 길들이고 규율하는 게임이다. 중국의 눈부신 경제발전이 정치적 자유화로 이어지지 않았을 뿐더러, 그 경제성장이 서방의 기술을 유용하고 유망한 기술을 사들이는 한편 시장개방은 더딘 채로 은밀하면서 막대한 수출보조금을 통해 달성했다는 미국의 볼멘소리에 유럽연합과 일본 등 나머지 서방선진국들은 상당 부분 동의한다. 미국은 ‘시장경제를 위해 고안된 무역 규칙들이 중앙 통제 경제에 적용할 때는 부적절하다’는 말로 이 문제를 표현한다. 트럼프 행정부가 말하는 세계무역기구 개혁은 이 지점에서 중국을 길들이고 규율하는 문제와 만난다. 이에 대해 중국은 기업의 소유형태를 결정하거나 산업정책의 크고 작음 여부는 국가주권의 선택 문제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길고 험난하기는 할 테지만 두 번째 게임은 협상의 문제에 속한다.

문제는 세 번째 게임이다. 흔히 말하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패권 다툼의 게임이다. 이 게임은 무역 규칙의 시행이나 설계의 문제가 아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불리는, 현존의 패권국과 부상하는 도전자 사이의 지정학적 경쟁이자 다툼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중국과 러시아를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했다. 유럽연합이나 일본 등과 같은 서방국들은 이 경쟁의 일부가 아니다. 다만, 외교적, 경제적 안보의 구성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패권 다툼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나머지 국가들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방식으로 다가온다. 어느 편에 설 것인지를 강요받는 것이다. 이런 패권 다툼에서 중국은 한층 더 권위와 통제에 의존하는 나라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공화질서를 선택한 나라들로서는 점점 미국을 선택하는 길로 흘러들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어느 한 편을 강요받는 ‘신냉전의 도래’인 셈이다.

현재 흘러가는 탈달러화의 움직임은 어떤 게임이 우위에 설 것인지에 따라 맥락과 결과가 달라진다. 첫 번째와 두 번째 게임의 결합 속에서 해결의 길을 찾는다면, 탈달러화 움직임은 달러화가 지니는 지나친 특권을 낮추는 제도화의 맥락에 놓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에너지 거래 시장에서 달러 결제의 비중을 낮춰나가는 식의 연착륙이 가능해질 수 있다. 하지만 세 번째라면 세계 통화질서는 달러화, 여기에 종속적으로 연계되는 유로화, 그리고 이로부터 분리된 중국(과 러시아)과 여기에 연계되는 비달러․유로화로 양분되는 길로 갈 수 있다. 달러화 패권은 그대로이거나 더 강해질 수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통화질서가 달러화, 완만한 퇴조의 파운드화, 이 둘로부터 분리된 사회주의 통화로 나뉜 것과 비슷해지는 셈이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한 장면. 1983년 독일 작가 J. G. 보그트의 목판화 ‘시칠리아 전투에서 참패한 아테네군’. 기원전 415~413년 아테네군의 시칠리아 원정 참패는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전환점으로 꼽힌다. 사진=위키피디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는 개념이 탄생하게 된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한 장면. 1983년 독일 작가 J. G. 보그트의 목판화 ‘시칠리아 전투에서 참패한 아테네군’. 기원전 415~413년 아테네군의 시칠리아 원정 참패는 스파르타의 승리로 끝나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전환점으로 꼽힌다. 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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