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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의 3단 궤변논법, 스스로에 독약일 수 있어!
아베의 3단 궤변논법, 스스로에 독약일 수 있어!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7.08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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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 전무 ‘대량살상무기 꺼내기’ 카드로 ‘아베-볼튼’과 공모설도 가능
북한에 제안한 ‘조건없는 정상회의’의 진정성까지 의심 받을 수 있어

들이댄 잣대가 있으니 이에 맞는 근거를 꺼내긴 꺼내야 한다. 반도체 3품목 수출규제 강화를 시행하면서 아베 정부가 들이민 잣대는 ‘백색국가’에 적용하는 ‘포괄적 수출허가’의 예외로 ‘개별 수출허가’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을 아직 백색국가에서 제외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 수출되는 이들 3품목이 대량살상무기 관련 용도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에 3년마다 포괄 수출허가를 내주지 않고 건건이 허가를 받는 개별수출 허가로 돌렸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가 한국 정부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1차적으로 이런 잣대에서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에 나선 만큼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은 아베 정부의 책임이다. 백색국가는 “(일본에서 수출되는) 관련 품목들이 (향하는 목적지가) 대량살상무기(WMD)의 개발․제조․이용․보관을 위해 이용되는” 것과 무관한 나라들인데, 한국에 이에 근거한 대우를 하기가 어렵다고 아베 정부가 공식화시켰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언론이 이 부분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베 정부가 그동안 밝힌 근거는 자민당 간사장 하기우다 고이치의 7월6일 발언이나 다음날 일본 총리 아베 신조의 발언이 거의 유일하다. 하기우다는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식각(에칭)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인) 불산은 독가스나 화학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데 북한에 전달될 우려가 있다”고 했고, 아베는 “(한국이) 국가 간 약속(한일청구권협정)을 지키지 않은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북한에 대한) 무역관리도 제대로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하다”고 했다. 아베는 문제가 된 부적절한 일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개별 사안을 언급하지 않겠다”고 피했다. 발언으로만 보면 하기우다보다 아베가 좀 더 심하게 변죽을 울리는 ‘미꾸라지’다.

문제의 핵심은 삼성전자나 에스케이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반도체기업이 반도체 제조를 위해 수입하는 불산이 북한으로 흘러가거나 흘러갔을 위험성이 있다고 아베 정부가 공식 거론했다는 것이다. 판단은 두 가지다.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궤변이기에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게 하나요, 금도를 넘어선 국제외교상의 결례로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게 다른 하나다. 전자에는 ‘전쟁도 정치의 연장’이라고 하는데, 아베 정부의 공세 역시 외교와 정치의 연장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시각이다. 후자는 ‘전쟁에도 종류가 있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예를 들어 2003년 3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는 이유로 미국 클린턴 행정부와 영국 블레어 행정부가 손잡고 침략한 전쟁이 정당하지 않은 것처럼, 1931년 9월 일본 관동군이 중국 군벌의 소행인 것처럼 철로 폭파사건을 조작하면서 터진 만주사변이 정당하지 않은 것처럼 ‘해서는 안 될 짓’이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쪽이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한국은 2009년 5월부터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의 참여국이기 때문이다. 2004년 일본의 백색국가로 지정되고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가입했다. 아베 정부의 주장은 한국의 이런 지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것이다. 일본으로부터 불산 수입량과 사용처를 PSI 모든 가입국에게 보내는 행위는 미룰 필요가 전혀 없다.

지난 6월27일 오사카 중-일 정상회담 모습. 일본산 불산이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가 대량살상무기가 될 위험성을 내비친 아베의 수출규제 강화 논리는 '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 제안의 진정성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사진: CGTN
지난 6월27일 오사카 중-일 정상회담 모습.
일본산 불산이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가
대량살상무기가 될 위험성을 내비친 아베의 수출규제 강화 논리는
'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 제안의 진정성까지 의심하게 만든다.
사진: CGTN

둘째, 올해 5월 아베가 일본인 납치 문제 등 어떠한 조건도 없이 북한과 ‘조건없는 정상회담’을 제안했는데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기 때문이다. 아베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이런 뜻을 전했고, 시진핑 주석은 6월22일 북‐중 정상회담에서 이런 의향을 전달해 김정은 국방위원장으로부터 ‘유의하고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NHK가 7월4일 보도했다. ‘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은 좋은 일이다. 북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한과 일본의 관계 정상화는 미국과 북한관계 정상화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판단하는 당사자는 북한이다.

하지만 ‘일본산 불산이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들어갔거나 들어갔을 위험성’을 제기하는 것은 제안 자체의 진정성이 있는지부터 의심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북한으로서도 대단히 불쾌할 수 있다. ‘동시적․병행적’ 북핵 문제 해법을 구체화시키기 위해 미국과 실무회담을 재개하는 마당에 대량살상무기를 늘려오려고 시도했거나 시도하고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는 것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측면에서 보면, 3품목 수출규제 강화는 아베의 ‘자충수’에 가깝다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셋째,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 아베가 존 볼튼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손잡고 남‐북‐미 3자의 북핵문제 해결에 어깃장을 놓으려는 시도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낳기에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베의 논법을 빌리면 아베가 볼튼과 손잡고 어깃장을 놓고 있다는 주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아베의 3단 궤변 논법은 이런 식이다. ‘징용공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해결된 사안(일본 쪽 일방적 주장)인데 한국이 이 협정을 안 지키고 있다→국가 간 협정도 안 지키는 데 무역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겠느냐?→일본산 불산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가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돌이켜보자. 지난 2월28일 하노이 제2차 미‐북 정상회담 이후 존 볼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에 일괄타결 문서를 전달했고 여러 차례에 걸쳐 ‘생화학무기를 포함한 모든 대량살상무기와 모든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라’고 북한에 요구했다고 말했다. 핵탄두는 물론 미사일 사거리, 대량살상무기까지 몽땅 의제로 던졌다는 얘기다. 볼튼이 이라크와 전쟁으로 몰아가려는 태도를 보여 온 점에 비춰볼 때, 이는 사실상 대화와 협상을 하지 말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볼튼의 이런 주장을 멀리하고 협상테이블을 복원하려는 시도하는 과정에 있고, 볼튼은 이를 흔들려 하고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이 전하는 백악관의 상황이다. 대량살상무기를 매개로 아베가 볼튼과 내심 의기투합했을 가능성은 차고도 넘친다.

정부 일각에서는 아베가 확전을 노리는 게 아니냐는 신중론이 있다. 다양한 가능성과 시나리오를 검토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문제는 저쪽에서 ‘확전을 노리니 확전하지 않는다’는 식의 태도가 아니다. 사실상 당분간 확전은 불가피하다. 정당한 응전은 의도에 말리는 게 아니라 냉엄한 국제관계에서 무시당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방어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그 내용을 외교적 화법으로 어떻게 채워나가느냐다.

일단 일본산 불산 수입량과 사용처를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모든 회원국에 발송하는 것으로 시작으로 대략 이렇지 않을까 싶다. 아베의 3단 궤변논법은 ‘조건 없는 북‐일 정상회담’이란 아베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고, 한국을 거쳐 북한으로 불산이 흘러들어갔다는 식의 근거 전무의 주장은 북핵문제 해결과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방해하고 일본 국민들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반평화적 책동이며, 북핵 문제의 ‘동시적․병행적 해법’을 좌초시키려는 음모로 의심받는 매우 유감스럽고 위험한 언사로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은 용인하기 어렵다. 물론 정당한 응전을 하되 한국 정부의 대화의 문은 언제든 열려있음을 빼놓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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