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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가트(GATT) 제21조에 기대려면 증거를 대라!
아베, 가트(GATT) 제21조에 기대려면 증거를 대라!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7.09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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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대지 못하면 아베의 ‘몽니’ 송두리째 흔들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반도체 3품목, 나아가 품목 확대나 ‘백색국가’ 지정 제외가 세계무역기구(WTO)협정의 하나인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가트; GATT)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은 위반이라고 맞서고 있다. 두 나라가 기대는 규정은 다르다. 한국은 가트 제11조(수량제한 조치들의 일반적 철폐)에 위배된다고 내세운다. 수출국의 식량이나 기타 필수적 생산물이 부족한 경우, 상품의 분류․등급 관련 기준이나 규제의 적용에 필요한 경우 등 수량제한 예외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 아베 정부가 기대는 규정은 무엇일까? 가트 제21조(국가안보 예외)다. 이 조항은 가트의 어떤 규정도 “당사국이 자국의 본질적 안보이해(essential security interests)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간주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과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해 유엔헌장 아래에서 당사국의 의무에 따른 행위를 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자와 관련해 세 가지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핵분열 물질이나 이를 추출할 수 있는 물질 거래와 관련한 안보이해, 무기․탄약 등 전쟁 수행을 위한 거래 그리고 군대에 공급할 목적의 상품과 물질의 직․간접적 거래와 관련한 안보이해, 전쟁이나 기타 비상사태와 관련한 안보이해가 그것이다.

아베 정부가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기획했을 위험성에 대한 좀 더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사진: G20
아베 정부가 조직적으로 '가짜뉴스'를 기획했을 위험성에 대한
좀 더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 사진: G20

가트 제21조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특히 “본질적 안보이해”라고 당사국이 간주하면 그만인 거냐, 아니면 세계무역기구 패널(1심)이나 항소기구(2심)에서 “본질적 안보이해”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거냐가 핵심이다. 후자의 견해는 “본질적 안보이해”에 대한 판단을 당사국의 고유권한으로 할 경우, 남발의 위험성이 높아져 무역의 예측가능성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을 낳기 때문에 분쟁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쪽이다. 미국이 전자의 견해를 채택하고 있다. 해당 상품이나 서비스가 미국의 국가안보를 침해하는지 여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수출입 제한을 취할 수 있도록 한 무역확장법 섹션 232는 가트 제21조에 대한 이런 해석에 기반한다.

아베 정부의 3품목 수출규제 강화, 나아가 품목 확대나 백색국가 지정 배제 역시 가트 제21조에 근거한다. 일본 국내법인 ‘외환․외국물자법’은 가트 제21조와 연결되는 고리다. 일본의 국가안보에 기반해 전략물자 통제나 수출을 우대하는 ‘백색국가’(white country)라는 개념은 이 법에 자리한다. 수출되는 물자가 향하는 나라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제조․이용․보관에 이용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경우 일본 정부가 ‘백색국가’로 지정하는 것이다. 또한, 백색국가로 지정했다고 해도 특정한 거래가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제조․이용․보관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개별수출 허가를 통해 수출규제를 강화시키게 된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은 가트 제21조를 실현하기 위해 ‘외환․외국물자법’을 제정․운용하고 있는 것에 해당한다.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수출․입 제한이 가트 제21조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아베가 3품목은 물론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품목들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가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려면, 이 법에서 정하는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제조․이용․보관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음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 채 가트 제21조로 곧바로 건너뛰어서 ‘한국으로 수출이 일본의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간주하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아베 정부가 한국의 수출규제를 강화시키면서 한국으로 수출되는 불산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면서 아베가 북한을 끌어다 붙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지 않으면 ‘외환․외국물자법’에 따른 수출․입 규제를 강화시키는 근거를 마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일본 정부에 근거를 대라고 집요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개별 사안을 언급하지 않겠다”는 식으로 변죽을 울리는 모습을 보면, 아베 정부는 현재 아무런 근거도 갖고 있지 않다. 사실을 날조하는 파렴치한 짓을 저질렀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일본 정부가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날조한 것이다.

다행히 외교부는 7월8일 아베를 비롯한 일본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항의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게 이런 식의 항의에 그치면 되는 사안인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청와대 담화가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가짜뉴스를 조직적으로 유포한 일본 정부로 인해 수많은 국민들이 학살당한 쓰라린 역사의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걸출한 프로야구단 요미우리 자이안츠의 설립자는 정치인 출신의 쇼리키 마쓰타로다. 쇼리키는 1923년 9월 관동대지진이 일어날 당시 경시청 경무부장으로 있었다. 엄청난 자연재해로 흉흉해진 민심을 돌릴 희생양이 필요했다. “불령선인들이 폭동을 일으킨다”는 가짜뉴스 기획이 그의 머리에 나왔다. 그리고 조직적으로 유포됐다. 그 결과 수많은 조선인이 학살당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산하의 독립신문 특파원이 조사․보고한 바로는 6661명이 학살당한 것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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