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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북미의 판문점 ‘번개’와 한국의 ‘중재자’외교에 대한 함의
[천지만리] 북미의 판문점 ‘번개’와 한국의 ‘중재자’외교에 대한 함의
  •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 승인 2019.07.12 15: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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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도날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번개’ 만남이 이뤄졌다. 실로 역사적인 사건이다. 트럼프는 남북 분계선의 이북 땅을 사상 처음으로 밟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그는 또한 판문점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와 사상 처음 회담을 가진 미국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된다. 그러나 역사적 순간의 여운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외교에게 남긴 여운은 더 길게 느껴진다.

이번 북미 간의 ‘번개’ 성사과정에서 한 가지 간과된 사실이 우리 외교에 긴 여운을 남겼다. 이번 북미 ‘번개’ 만남이 미국의 직접적인 연락으로 성사되면서 북미 사이에서 우리의 ‘중재자’ 역할의 막이 내리는 역사적 순간이 되어 버렸다. 북미 간의 대화를 환영하고 지지하면서도 막상 대화 채널이 구축되면 우리는 이들 간에 나타나는 ‘통미봉남’ 소통 방식에 불만을 가졌었다. 우리 정부는 이를 애써 외면하며 우려를 불식시키려 노력했다.

그런데 현실 외교에서는 이미 이런 결과가 예측되었다. 이미 첫 번째 북미정상회담 추진과정에서 조짐이 보였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중국 두 나라 모두에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는 중국에게 대화의 필요성을 2017년 4월 첫 미중정상회담에서 암시했다. 트럼프는 시진핑 국가 주석와의 오찬 만찬 중 시리아의 폭격을 명령했다. 그러면서 그의 대북 선제공격론을 가볍게 여기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를 한 셈이다.

우리나라에 대해서는 트럼프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상황에서 미국이 구현했던 대북전략을 재현했다. 엄밀히 말해 우리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했다기보다 동맹국의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1988년에 북한에 사용한 전략 카드를 다시 꺼내든 셈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은 동서 진영의 모든 국가가 80년대에 개최된 올림픽에 처음 참여하는 화합의 장이었다.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세계적인 행사의 성공을 위해 미국은 북한의 도발 방지와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 북한과의 대화를 모색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1987년 북한이 오랫동안 제시한 대화제의를 마침내 수용한다. 중국의 중재로 실무접촉이 있었지만 당 해 년도에는 KAL기 폭파사건 때문에 회담이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1988년부터 북한과의 대화가 본격 시작되면서 미국은 한미군사훈련도 중단시켰다. 그 해 북미 양국은 북경에서 7차례의 회담을 열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평창올림픽 때 같은 맥락에서, 즉 세계가 우려하는 북한의 도발사태 방지를 위해 북한에 전환적인 전략 조취를 취해야만 했다. 그 결과 2017년 하반기에 한미군사훈련를 무한 연기할 것을 결정한 동시 북한과의 대화가 고려됐다.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은 북한은 2018년 신년사에서 미국의 이런 의향에 맞짱구 치면서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을 긍정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이른바 ‘중재자’ 역할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평양과 워싱턴을 오가는 우리 외교 당국의 노력으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그러나 이후 7월부터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 완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이 배가되면서 미국은 대북 소통 경로를 중국으로 선회한다. 트럼프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시진핑과 협의한다. 이 같은 사실은 회담 개최 직전 중국 <인민일보(해외판)>에 의해 밝혀졌다. 트럼프는 2017년 11월 30일 아르헨티나의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을 오찬에 초청한다. 그리고 그에게 북한과의 회담 중재를 요청한다. 시진핑은 귀국 후 김정은의 방중을 타진했다. 김정은은 2019년 1월 1일 신년사를 발표하자마자 새해 벽두 첫 주부터 북경을 전격 방문한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트럼프의 회담 제안을 수락했다.

지난 6월 30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판문점 조우는 둘 사이에 직접적인 소통으로 이뤄졌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회담 이후 판문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만남이 몇 달 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트위터로 만날 의사를 처음 공개했지만 트위터로 이뤄진 ‘번개’가 아니었다는 의미다. 아마도 두 지도자 간에 1차 회담 기념 친서를 교환하기 위한 실무협상이 극비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결정된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구축된 것이 현실이다. 과거와 같이 두 나라가 우리나라를 넘어서 직접 연락하는 것에 낙담해선 안 된다. 이는 우리가 지지해왔던 것이기에 필연적인 결과다. 우리의 존재감과 개연성의 증대를 위해 전략적 대안 마련에 더 고민해야할 것이다. 왜냐면 이제는 미국과 북한이 중국과도 각각 직접 소통하고 결정하는 구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주변국 사이에서 중재자로서, 북한 비핵화의 이익 당사자로서, 한반도 문제의 주인으로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이제는 우리의 외교 채널을 적극적으로 확대시켜 나가야할 때가 됐다. 과거 경험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고 주변국들의 행보를 예측할 수 있는 역사적 근거를 답습해야할 것이다. 이런 학습 과정은 국가 행위의 유형의 전말을 파악하는 유효한 근거로 내재된 논리를 파악할 수 있는 토대다. 이 모든 것이 갖춰질 때 비로소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보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우리 국익에 부합하는 자세로 이들과의 협상에 임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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