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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일본의 경제 보복, 중국의 사드 보복과 어떻게 다른가?
[천지만리] 일본의 경제 보복, 중국의 사드 보복과 어떻게 다른가?
  • 신봉섭 한림대 객원교수, 한반도통일전략연구소 전문위원
  • 승인 2019.07.18 14:3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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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지난 7월 1일 ICT 핵심소재 3종의 공급 규제에 이어, 한국을 안보 우방국인 ‘화이트 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하겠다고 한다. 8월 중하순으로 예상되는 ‘백색국가’ 배제 방침이 현실화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한일관계의 파탄은 물론 동북아 안보의 프레임을 밑동부터 흔드는 대격변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는 단순한 경제마찰을 넘어 한미일 3각 안보협력체제의 균열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안보상 우호국으로 분류된 27개 백색국가 중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것은 곧 한국을 안보상 비우호국으로 간주한다는 뜻이고, 전략적 견제의 대상으로 삼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꿔 말하면, 한국이 일본 안보에 대한 위협세력이고 ‘적대국가’나 다름 없다는 얘기라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오늘날 국제관계에서 경제는 안보와 불가분의 핵심요소이며,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일 경제마찰은 곧 안보갈등에 다름 아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경제요인에서 비롯된 분쟁이라기 보다는, 끌어들여서는 안될 역사문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불행한 일이다. 이처럼 중대한 상황에 직면하여 2016년 7월 이래 18개월간 중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보복을 당했던 당시의 상황을 돌아보고, 현재 일본의 반도체 소재 공급 규제 및 제재 확대 추진상황과 비교하여 그 성격이 어떻게 다르고, 또한 파급 영향은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를 성찰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화이트 리스트’ 제외는 한국을 안보상 비우호국 간주 의미

첫째, 사드 갈등 당시 중국 당국은 경제보복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일본은 고위인사가 직접강제징용 문제와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등 정부당국의 개입사실을 공식화하고 있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신감의 표현이고 준비된 착수(着手)임을 보여준다.

사드 갈등에서 중국은 배치 결정 이전까지는 ‘단교 버금가는 조치’ 운운하는 등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일단 결정 이후에는 주중대사 소환 항의 등 외교적 조치와 공식 교류접촉 중단 이외에 정부당국 차원의 경제제재를 공식화한 적이 없다. ‘인민의 정서와 민간의 자발적 의사 표시’라는 명목으로 한류문화 제한, 전세기 운항 불허, 단체관광 금지 등 민간교류를 규제하고, 국내법 집행을 구실로 주재 한국기업에 소방점검 강화와 영업정지, 한국제품 불매운동, 수입품 통관 지연 등 비관세 장벽을 압박수단으로 활용했다. 교묘하고 우회적인 제재로 인해 WTO 제소 등 적절한 대응이 쉽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일본은 3종 소재 수출금지의 첫 조치에서 당국의 개입사실과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의중을 드러냈다. 아베 총리가 제재 착수 당일 “강제징용 문제관련 양국 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무역 관리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없다”고 발언한 데 이어, 세코 경제산업성 장관도 트위터(7.3)에 조치의 배경이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를 둘러싼 신뢰관계 훼손에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물론 이후에 일본 당국이 논리와 입장을 이리저리 바꾸면서 수출 규제가 무역관리 차원의 조치라며 역사문제와 관련이 없다고 강변하지만, 초동단계에서 이미 정부의 개입 및 강제징용 문제와의 연관성을 인정한 점을 부정할 수 없다.

한일 갈등은 역사 외교 경제마찰 전환으로 인해 불확실성 크고 복잡해

둘째는 그 성격 면에서 사드 갈등이 안보 이슈로서 미중 간 전략경쟁에서 비롯된 우리로서는 불가항력적인 사안인데 비해, 일본의 제재는 역사문제가 외교문제를 거쳐 경제 마찰로 전환된 사안이기 때문에 더 복잡하고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드 배치는 북핵 위협에 대비 목적이라는 명목상의 이유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미중 간 전략적 역학관계에서 비롯된 MD 체제 확장의 일부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으며, 따라서 한국은 동맹의 일원으로서 사드 배치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던 사안이다. 중국도 한국의 이러한 불가항력적인 측면을 잘 알고 있으며, 북한 비핵화 이후에 재론할 문제로 남겨두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일본의 경제 보복은 한일 양자 간의 문제에서 비롯됐다. 물론 과거사 문제에 대한 불만을 경제와 결부시킨 일본의 행동은 국제사회의 규범과 자유무역 국가간 상식에 어긋난다. 이를 빌미로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비열한 처사는 마땅히 그 부당성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 이후 8개월간 일본의 교섭 요구를 묵살하여 갈등을 키운 우리 외교의 경직성은 아쉬운 부분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간 대화의 문은 열려있어야 하고, 어떠한 공세에도 정면으로 마주 대하는 것이 외교이다.

사드 보복과 달리 핵심산업 겨냥한 맞춤식 제제의 파급력 우려

셋째는 경제적 파급영향 측면에서 사드 보복이 제한적이었다면, 일본의 경제보복은 한국의 핵심 산업을 직접 겨냥하는 맞춤식 제재라는 점에서 폭발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사드 보복의 경우는 한국의 경제 핵심을 건드리지는 않았다. 문화상품과 소비재 중심으로 제한적인 제재를 가했을 뿐, 주요 산업간 한중 교역의 기본 틀은 깨지지 않았다. 사드 보복에 따른 156억 달러(비공식 추정치)의 경제 피해에도 불구, 2017년 한중 교역액은 전년대비 14% 증가했으며, 442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중국 수출의 중간재 비중은 총 수출액의 79% (1282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절대적이다. 한편 국내 사드 제재의 공백은 새로운 프레임으로 빠르게 대체되었다. K-Pop과 드라마는 전 세계로 지평을 넓혔고, 관광업계는 아시아의 여행객으로 체질개선을 이뤄냈다.

그런데 일본의 경제보복은 실제 ‘백색국가’ 제외 여부 및 여하히 대응하느냐에 따라 한국 산업경제의 미래가 걸린 문제로서 그 파급력이 크다는 점이 지적된다. 일본의 맞춤식 수출 통제는 치밀하게 준비된 총성없는 경제전쟁의 신호탄이다. ‘국화와 칼’의 문화 기질을 가진 일본이 용의주도하게 꺼내든 칼을 쉽게 접을 것 같지 않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강제징용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이미 손상된 국가간 신뢰와 국제분업의 밸류체인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일본의 작심 공세가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넘어, 한국을 전략적 경쟁의 대상으로 간주한 견제의 시작일 가능성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면 안된다는 점이다. 일본이 한국을 경쟁국가로 인식하는 배경에는 그동안 과거사 갈등에 대한 피로감, 양국 간 경제격차 축소, 4차 산업혁명에서의 버거운 경쟁국 부상,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에 따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정에서 소외될 우려의 사전 차단 필요성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미중 무역전쟁을 틈타서 4차산업 경쟁국인 한국의 특정산업에 대한 훼방을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3개 핵심소재 금수는 세계 최고수준인 우리 반도체산업의 ‘뒷다리 잡기’이고, ‘백색국가’ 제외는 ‘사다리 걷어차기’에 해당된다.

한국을 전략적 경쟁상대로 간주한 견제 시작이란 의구심

넷째, 사드 보복과 일본의 경제보복은 작동 방향에서는 정 반대지만, 결국 한중일 3각 분업구조의 전면적인 해체와 재조정을 가져올 것이란 점에서 동북아 글로벌 가치사슬(GVC) 변화에 획기적인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한중 간 무역구조는 사드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변함이 없고 무역흑자 구도가 유효했다. 타격을 입고 중국에서 제3국으로 이전하는 한국기업이 늘었지만, 이는 중국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했던 소비재 중소업체가 대부분으로서, 이미 경쟁력을 잃은 한계상황에서 사드 갈등과 무관하게 ‘엑소더스’가 필요했던 자연스런 구조조정이다.

그런데 일본의 수출규제는 한중일 분업구조의 붕괴를 불러오고, 전면적인 재편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즉 일본에서 수입한 소재부품으로 한국이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고, 중국이 이를 조립.가공하여 미국 등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순환형 동북아 가치사슬에 거대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물론 한중 무역구조도 최근에는 미중 무역전쟁의 파급영향으로 중대 변화에 직면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국이 대미 수출에서 관세장벽에 부딪히면서 내수 중심 성장전략으로 전환을 서두르고 있고, 이에 따라 한국의 중간재 중심의 대중 수출전선에도 이미 적신호가 켜졌다. 여기에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가 겹쳐질 경우, 그동안 분업구조를 지탱해왔던 한중일 3국의 상호 의존관계가 무너지고 ‘각자도생’의 보호무역 기조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경제환경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한중일 순환형 분업구조의 해체 및 ‘각자도생’의 보호무역 기조 강화 전망

그렇다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동북아 지각변동의 회오리 속에서 당면한 일본과의 외교 갈등과 경제보복의 후폭풍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비상한 조처가 필요하다.

우선, 국가 주권과 자존심에 맞는 정연한 논리와 국제규범의 합당한 절차를 통해서 단호하고도 의연하게 대응하되, 불필요하게 갈등을 키우는 감정적 대응은 절제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면 충돌은 이유 여하에도 피해야 한다. 병법은 싸워서 이기는 것을 하책(下策)이라고 가르친다. 서로 ‘윈-윈’할 수 있다면 물론 상상책(上上策)이다. 한일 간에는 갈등과 경쟁요인이 산적해 있지만, 협력요인도 못지 않다. 협력하여 공동번영을 꾀할 공간은 많고도 넓다.

실사구시의 외교 해법과 장기적인 극일(克日) 전략의 투-트랙 동시 강구해야

둘째는 역사와 외교를 분리하고, 또한 외교와 경제제재를 분리하는 성숙한 대응이 필요하다. 과거사 문제는 꼭 지켜야 하지만 단시일내 해결될 일도 아니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당면한 외교의 해법과 장기적인 극일(克日) 전략이 투-트랙으로 동시에 강구되어야 한다. 준비 안된 싸움은 해서는 안된다. 긴 싸움을 준비하자. 수입선 다변화, 기술개발을 통한 국산화, 국내 생산설비 확충, 그 어느 하나도 짧은 시간에 이루기 어려운 과제다. 차분히 굳건하게 밀고 나갈 일이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의도를 꿰뚫고 냉철하게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작금의 일본 태도에는 경제력 우위에서 한국을 ‘길들이기’ 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서열을 중시하는 일본문화의 특성에 비추어, 이 참에 따끔한 본때를 보여 ‘줄 세우기’ 하려는 건 아닌지 의구심도 든다. 그런 점에서 한일관계 악화의 근본 원인이 한국의 추격과 일본의 견제라는 경쟁관계가 빚어낸 구조적인 갈등 때문이며, 언젠가 마주할 운명적 충돌이라는 지적에도 설득력이 있다.

새삼스럽지만 더 멀리 바라보자! “人無遠慮,必有近憂.”(먼 앞날을 고려하지 않으면 반드시 근심거리가 있게 마련이다) 논어 위령공(衛靈公)편에 나오는 교훈이다. 눈앞에 보이는 일이나 정치적 이익에 정신이 팔려 있으면 안된다는 뜻도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정책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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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 CHULHO 2019-07-23 17:22:30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한일간 원인 비교 분석과 실사구시의 해법을 조금이라도 제시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