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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환율전쟁으로 번지나
미중 무역전쟁, 환율전쟁으로 번지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8.06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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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달러당 7위안 깨지자 환율조작국으로 중국 전격 지정

미국이 8월5일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전격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관세, 5G기술에 이어 환율전쟁이 임박했다. 미국이 환율조작국 ‘카드’를 꺼냄으로써 전면적인 환율전쟁에 들어갈 경우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스티븐 므누신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권한으로 중국이 환율 조작국이라는 것을 오늘 결정했다”고 밝혔다. 므누신 장관은 “최근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했다”며 “중국이 외환시장에서 지속적이고 큰 규모의 개입을 통해 통화가치 절하를 용이하게 해온 오랜 역사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를 통해 “중국이 자국 통화 가치를 역사상 거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렸다”며 “이것은 환율조작이라 불린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이런 조치는 시장에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달러=7위안’ 벽이 깨진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는 ‘포치’(破七) 현상이 나타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5월 이후 11년 만이다.

지난달 31일 기준금리를 0.25% 내린 연준 회의를 앞두고 위안화 환율은 강한 평가절하 압력을 받아 왔다. 연준이 금리를 내리면 달러 가치가 내려가야 정상인데, 미국 경제의 성장이 계속된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되레 달러화 가치는 평가절상 압력을 받아왔다. 실제로 연준의 금리 인하 이후 달러화 가치는 상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효과를 예방하기 위해 지난달 23일 참모들과 회의를 열어 달러화의 평가절하 방안을 찾는 회의를 열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중국이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을 넘지 않도록 외환시장에 개입하기를 바랐는데 이를 용인한 것을 두고 전격적인 환율조작국 지정에 나선 셈이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달러를 넘기 전인 지난 5월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당시 미국은 중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했다. 환율조작국 지정기준인 △연 200억달러 이상의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의 2%를 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6개월 이상 연간 국내총생산의 2%를 초과하는 외환을 순매수하는 지속적인 일방향의 외환시장 개입에서 첫 번째에만 해당됐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중국이 위안화 절하를 허용하고 중국 기업이 미국 농산물 구매를 중단하고, 미 재무부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더욱 위험한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므누신 장관은 중국의 최근 행동으로 만들어진 중국의 불공정한 경쟁 우위를 제거하기 위해 국제통화기금(IMF)과 함께 ‘관여’(engage)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맞서 미국 단독으로 인위적인 환율개입에 나서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이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은 해당 국가에 대해 평가절하의 시정과 함께 지나친 무역흑자 시정을 요구하게 된다. 1년이 지나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해당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제한, 해당국 기업의 미국 연방정부 조달계약 체결 제한, 국제통화기금(IMF)에 추가적인 감시 요청 등의 제재에 나설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전에라도 트럼프 행정부는 공언해온 대로 평가절하에 해당하는 불공정한 우위를 없애기 위해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도 있다. 기존 중국산 제품 2500억달러 어치에 부과해온 관세율 25%를 더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음달부터 나머지 3250억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10%의 관세를 더 높일 수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관세 부과 부담을 상쇄하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한편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과 함께 중국 상하이, 홍콩, 한국, 호주 등 아시아 증시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금 가격은 올랐고,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상승했으며, 일본 국채금리는 안전자산 수요가 몰리며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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