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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왜 중러는 한일 충돌 국면에서 동해 비행훈련을 했나?
[천지만리] 왜 중러는 한일 충돌 국면에서 동해 비행훈련을 했나?
  • 신봉섭 한림대 객원교수, 前 선양 총영사
  • 승인 2019.08.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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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 동해 상공 최초 연합 초계비행훈련 실시

지난 7월23일 중국과 러시아의 군용기 5대가 동해 상공에서 최초로 ‘연합 초계비행훈련’을 실시하면서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Korea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에 무단 진입하고, 그 중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는 독도 영공을 두 차례 침범하기까지 했다. 1953년 정전협정 이후 타국 군용기가 대한민국 영공을 침범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중대한 안보 이슈로 부각되었다. 당시 우리 공군은 경고사격과 플레어 투하 등 과잉 대응에 따른 충돌을 우려할 만큼 과감하게 잘 대처했지만, 안보위협을 관리하는 청와대는 NSC를 소집하지 않았고, 주한 러시아 무관의 초기 해명을 검증없이 섣불리 공개했다가 영공 침범을 부인하는 러 국방부의 발표로 논란이 커진 바 있다.

'한겨레신문' 2019년 7월 23일자 도표 인용
'한겨레신문' 2019년 7월 23일자 도표 인용

‘방공식별구역’(ADIZ)이란 영토와 영공(領空)을 방어하기 위해 공해(空海) 상공에 임의로 설정한 공역(空域)으로서, 주권이 미치는 것은 아니다. 군용기가 다른 나라 ADIZ에 진입하려면 사전에 통보하는 게 관례지만 강제 구속력은 없다. 세계 20여개국이 설정해 놓고 있지만 국제법적 근거는 미약하다. 통보가 없을 경우 전투기가 출격해서 정체를 확인하고 근접 감시하는 정도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지난 중-러의 연합 초계훈련과 독도 영공 침범은 과거 수시 발생했던 KADIZ 위반과는 전혀 다른 안보적 함의가 있다. 다만 그처럼 중대하고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임에도 충분한 논의와 후속조치 없이 일본의 ‘화이트 리스트 배제’ 보복 사태 속에 그냥 묻혀버린 느낌이다. 그런 점에서 중-러의 동해 상공 연합훈련과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주변국의 대립 양상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 정부는 중국과의 합동 비행에 대해 “세계 안정과 협력 강화를 위한 예정된 훈련”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동해’ 차원을 넘어 거시적인 전략적 의도가 읽혀진다. 왜 동해에서 연합훈련을 실시했을까? 그 배경과 의도에 대한 분명한 이해도 필요해 보인다.

러 군용기 독도 영공 침범, 한일 군사 대응태세 시험 의도

첫째, 러시아 조기경보통제기의 영공 침범은 동북아 해역 중에서 가장 민감한 ‘독도’를 타깃으로 삼아 한-일의 군사적 대응태세를 시험하려는 의도적인 도발로 간주된다.

러 국방부는 “국제법을 준수하였으며 한국 영공의 침범은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자체 방공식별구역을 두지 않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국제법 근거가 미약한 KADIZ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며, 영공을 침범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은 곧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간주하여 한국의 영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기 오작동에 의한 실수란 불가능한 일이고, 결국 고의적인 침범으로 한일 갈등을 부채질하려는 의도다. 특히, 한일 간의 수출규제 갈등에 편승하여 ‘독도’를 매개로 하는 영토 갈등을 부추김으로써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키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균열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은 1904년 러일전쟁 시기에 러시아 함대의 동해 진출을 감시하기 위해 독도를 무단 점유하여 망루를 설치했던 적이 있다. 당시 영국과 미국은 러시아의 남하정책을 막기 위한 ‘거대 게임’(The Great Game)의 일환으로 일본의 독도 강점을 묵인한 전력이 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러시아에게 독도는 한-일 뿐만 아니라 한미일 군사협력 태세를 시험하는 적절한 대상지역인 셈이다.

美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중-러의 전략적 공동대응 차원

둘째, 중-러 연합 초계훈련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중-러의 전략적 공동대응 개념으로 이해된다.

동원된 5대의 중-러 군용기는 KADIZ와 JADIZ(일본방공식별구역)를 넘나들면서 동해에서 동중국해까지 작전반경을 넓히는 장거리 순항훈련을 했다. 한국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지난 6월초 발표한 미 국방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지목함으로써 적대적 경쟁국임을 공식화했다. 중-러의 연합훈련은 미국의 봉쇄 전략에 맞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우리 것만 바라보고 감성적으로 반응할 일은 아니다. 한반도 주변의 판이 바뀌는 ‘거대 게임’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중-러 간 전략적 협력은 탈냉전 이후 미국의 유일 패권체제에 대한 견제에서 시작되었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의 ‘중국의 꿈(中國夢)’ 비전과 ‘강한 러시아 재건’을 주창하는 푸틴 대통령의 집념이 결합하면서 협주곡처럼 날로 강화되는 추세이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는 남중국해, 무역, 기술 패권 문제로 미국과 대립하는 중국과 손을 잡았다. 2016년부터는 준(准)군사동맹 수준으로 협력관계가 부쩍 긴밀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작년 9월 ‘보스토크(동방)-2018’ 해공군 연합훈련을 비롯하여 금년 5월초 산동반도 칭다오(靑島) 해상에서 진행된 중-러 합동훈련(해상연합 2019) 등 연합훈련의 규모도 점차 커지고 있다. 최근 북핵 등 한반도 문제 해결과정에서 소외(패싱)되는 상황을 의식한 러시아는 중국의 대미 반(反)패권 전략에 기꺼이 동참하는 형국이다. 향후에도 유사한 연합훈련은 지속될 것이다.

동해 지역을 제1 도련선 내부로 편입시키려는 의도

셋째는 중국 군용기가 동해 KADIZ를 거의 정례적으로 무단 운항하는 점에서 동해 지역을 ‘제1 도련선’의 내부로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중국의 동해 KADIZ 진입은 대체로 매월 하순경에 실시되어, 연간 8-12회 규칙화 되어가고 있다. ‘도련선’(島璉線)이란 1982년 해군사령관 류화칭(劉華淸)이 제창한 미국의 접근에 대항하는 방어선 개념이다. 서태평양의 열도를 사슬처럼 이은 가상의 ‘제1 도련선’은 일본과 오키나와에서 타이완, 필리핀, 보르네오로 이어진다. 한미동맹이 예전 같지 않고 한일관계는 전례 없는 갈등과 전방위 불협화음에 휩싸인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는 한국을 미-일 동맹에서 ‘갈라치기’ 해볼 만한 게임이다. 한국 정부의 반발과 항의에 귀를 막고 꾸준하게 위반하면서 사실상 중국 군용기의 ‘하늘 길’로 만들어 방어선을 이 지역까지 확장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여기에 러시아도 편승을 했다. 러시아는 KADIZ를 무시하면서 올해만도 10여 차례 위반했다. 급기야 지난 7월 러시아가 중국과 연합 편대를 구성하여 합동 순항훈련을 한 것이다. 바야흐로 한반도가 ‘제3차 그레이트 게임’(The Third Great Game)의 회오리에 본격적으로 휘말려 들어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19세기 영국이 러시아 남하전략 봉쇄를 위해 70년간 벌였던 ‘1차 그레이트 게임’과 미-소 냉전으로 시작된 ‘2차 그레이트 게임’에 이은 세 번째 거대한 지정학적 게임을 말한다.

북한 발 동북아 지각변동에 대한 저항선 구축

넷째, 중-러 연합훈련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우선주의 독주 질서 하에서 미-북 간 비핵화 협상이 불러올 수 있는 북한 발 동북아 지각변동에 대한 저항선 구축 의도일 가능성도 있다. 다시 말해, 김정은 위원장이 비핵화와 북-미 수교의 교환을 넘어 친미노선으로 돌아설 개연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국은 이를 미연에 방지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배타적 일방주의 성향과 미-중 패권전쟁이란 큰 틀에서 볼 때, 그 어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은 북핵을 단순한 제거의 대상이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는 ‘정문일침’(頂門一鍼)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실제로 ‘2019 인도-태평양 전략보고서’는 중국을 현상타파 국가(Revisionist Power)로 지목하고,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 “중국의 국경과 가장 가까운 곳에 전략 자산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상식적으로는 ‘가장 가까운 곳’이 한미일 동맹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지만, 더 가까이 국경을 마주한 북한도 예외는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변화무쌍한 한반도 주변정세 향방을 냉철하게 간파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중-러 군용기의 출몰 구역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지정학적 교차지점으로서, 해상 및 항공전력이 집중되고 전략미사일 탐지 레이더망이 투사되는 곳이다. 조기경보통제기 운항을 통해 한미일의 탐지 자산과 능력에 대한 데이터 정보를 챙길 수 있다.

이상의 중-러 연합 비행훈련 의도와 그동안 KADIZ 위반 행태를 놓고 보면, 완전히 국제규범을 무시하고 자국의 전략이익만을 추구하는 전형적인 ‘힘의 외교’로 비쳐진다. 모두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러한 행태가 중-러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엄연한 국제관계의 논리라는 점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일본 및 대만과 공조 하에 CADIZ(중국방공식별구역)를 무시하는 것처럼, 중국도 JADIZ와 새 KADIZ를 묵살하면서 무력화를 시도하는 것이다. 미국 해군은 ‘항행의 자유’를 명분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자유통행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괌 기지에서 이륙한 B-52 폭격기는 CADIZ를 무시하고 동중국해 상공을 비행한다. 미국으로서는 CADIZ를 인정할 경우 동북아에 설정한 미국의 규칙이 와해되고, 결국 지역패권을 중국에 넘겨주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결코 양보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2013년 11월 동중국해 해역에 센카쿠열도(釣魚島)와 이어도를 포함하는 CADIZ를 처음 설정했다. 이 해역은 1969년 설정된 일본의 JADIZ 및 새로 확대 선포(2013.12)된 KADIZ와 중첩되기 때문에 3개국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중국 군용기가 사전 통보 없이 KADIZ를 위반한 사례는 2018년에만 140여 차례에 이른다. 2016년 50여 차례, 2017년 80여 차례에 비해 급속한 증가 추세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중국의 CADIZ와 겹치는 이어도 해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중국 군용기가 동해 KADIZ 해역까지 진출한 것은 사드(THAAD) 문제가 불거지면서 시작되었다. 2017년 1월초 군용기 10여대가 이어도-대한해협 해역에서 훈련을 하다가 그 중 전폭기 8대는 동해 KADIZ 해역까지 처음 진출했었다. 당시는 한중 사드 갈등이 한창 고조되던 시점이다. 그리고 2018년에는 중국 군용기가 8차례 KADIZ를 위반하며 동해 상공을 비행다.

국가이익과 자기 지배력 확보할 가치와 규범으로 돌파구 찾아야

지난 7월 중-러 연합훈련 이후 16일만인 8월 7일 러시아 전폭기가 또 한번 KADIZ를 통해 동해 공역을 비행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동중국해에서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한중일 ‘ADIZ 삼국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게 쉬쉬하고 숨길 일도 아니다. 어떻게 인식하고 받아들일 것인지가 중요하다.

결국 본격화된 미-중 패권경쟁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 ADIZ를 둘러싼 중국과 ‘반중국 연합’(미.일.대만 및 한국)의 대결구도가 형성되었고, 이에 중국이 다시 러시아를 끌어들여 연합전선을 구축해가는 상황이다. 그 중에도 한국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교차하는 특수한 지정학적 변수가 크기 때문에 보다 더 냉철함과 전략적 유연성이 요구된다.

우리에게 선택은 친미, 연미(聯美), 반미가 아닌 오직 결미(結美)가 있을 뿐이듯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친중, 반중 또는 친러, 반러가 아닌 통합적인 전략이 필수 불가결이다. 국가이익과 자기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가치와 규범을 기반으로 주변4강 구조 내에서 전략적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국가안보는 아무리 경각심을 가져도 지나침이 없지만, 그렇다고 과대 포장하여 안보 불안감을 조장하는 ‘안보 장사꾼’의 난장(亂場)을 바라보는 우려도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에 관한 한 정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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