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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 지식생산과 도서유통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 입증되지 않아
도서정가제, 지식생산과 도서유통 생태계에 긍정적 효과 입증되지 않아
  • 배재광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
  • 승인 2019.08.20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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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가제는 지난 20여년간 도서출판 시장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다.

1996년 ‘다빈치’(2000년 4월  ‘예스24’로 사명을 변경하여 창업했다)가 인터넷사이트로 초기형태의 온라인 서점을 개설한 이후 벤처붐으로 다양한 온라인 서점이 문을 열고 가격할인을 무기로 사업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도서정가제는 가격할인이 온라인서점들의 시장진입전략으로 활용되는데 대해 저작권자, 지역서점,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거부감으로 추진되었다.

사법연수원 시절부터 벤처법률지원센터 대표를 맡고 있던 나로서는 토론을 주재하고 양 당사자들의 입장을 조율하면서 인터넷이라는 환경이 기존 사업을 변화시키는 실제 현장과 법제도로 인하여 지체될 수 있는 혁신에 대해서도 경험하였다. 당시 저작권자 등이 주장하던 도서정가제를 통한 온라인서점 진입 장벽 설정이 공정거래법 제29조 ‘재판매가격유지행위’에 반할 수 있다는 점과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도입되는 과정에 있을 수 있는 사업적 지체현상이 결국 국가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점을 들어 기존 사업자들을 설득하였다. 10여차례 토론회와 간담회를 거쳐 정가제는 온라인 서점에 한해 10%할인이 가능하도록 예외규정을 둔 ‘출판 및 인쇄 진흥법’(2008년 1월 개정으로 ‘출판문화산업진흥법’으로 변경되었다. 이하 ‘출판 진흥법’이라 한다)이 제정되어 2003년 2월 시행되었다. 한국의 인터넷생태계에 획을 긋는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다. 온라인서점은 이를 기반으로 치열한 경쟁을 거쳐 현재 대형 유통서점으로 발전했다.

도서정가제는 그 후 2008년, 2009년 개정을 통하여 온라인뿐 아니라 모든 유통소매점에 적용되는 것으로 정착되었고 2012년까지 몇가지 예외규정에 대해서 간단히 개정했다. 2014년 법 제22조의 전면개정으로 도서정가제를 강화함으로 정가제에 대해 다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출판 진흥법의 제정부터 개정까지 그 개정취지는 대부분 소규모 출판사와 지역서점의 보호를 들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지역서점은 계속 감소하고 있고, 대형출판사를 제외한 출판사들은 여전히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명시된 법의 개정 취지와 그 정책목표에 따르면 정책수단인 정가제에 의하여 분명히 개선되어야 할 목표들이 실제로는 악화되고 있는 현상을 규명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이를 기반으로 2020년에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완전 도서정가제’로 갈 것인지 아니면 ‘현행 도서 정가제 규정의 개선’으로 방향을 잡을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터넷을 지나 인공지능(AI), IOT 등 4차 신업 기술을 기반으로 O2O 초연결사회로 진입하는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도서정가제에 대한 해결책이 단순히 법적 정책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기술적 패러다임의 변화도 함께 고려해야 할 이유이다.

도서정가제를 고민하면서 필히 다루어야 할 법적 해석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도서정가제 자체에 대한 문제다. 정책수단으로서의 도서정가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하여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이다. 좁게는 출판진흥법 제22조 제1항, 제3항, 제4항의 문제다.

다음으로 도서 정가제의 이면인 ‘재정가’ 제도가 실제 적용가능한 규정인지를 검토해야 할 문제다. 현재 대부분 출판사들이 겪고 있는 출간된 도서의 파쇄 문제가 어디에서 연유하는지를 명확히 하고 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같은 법 제22조 제2항의 문제다.

세번째로 도서정가제 예외 규정에 대한 문제다. 가격할인과 경제상 이익으로 구성된 할인률의 적정성과 그 실제 범위에 대한 해석, 기존 예외규정에 포함되어 있던 발행일 18개월 지난 간행물(구간)과 도서관에 판매하는 간행물 등을 제외한 당해 규정의 적정성 문제가 핵심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가제 자체의 존치여부의 문제다. 이것은 법적으로는 공정거래법상 재판매가격유지 제한의 문제, 나아가 위헌법률인지 여부 등과 관련되어 있다.

또한 중고책 유통과 관련하여 저작권법상 ‘저작권소진론’에 대한 이론적 근거와 개정의 필요성에 대해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법 제20조 단서의 문제다.

도서정가제와 관련되어 시장과 사업적 측면에서 고려할 중요한 문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도서정가제가 그 취지에 맞게 작용하고 있는가라는 정책정합성의 문제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그에 합당한 정책수단을 실행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도서정가제는 저작권자 보호, 영세출판사 보호, 소규모 서점보호 등을 통하여 창작이 활성화되고 국민들로 하여금 지식의 산물인 책을 더 많이 읽게 하는데 정책적 목적이 있다. 여기에는 도서정가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취지와 달리 결국에는 대형출판사, 온라인서점을 포함한 대형서점이 더욱 경쟁력을 갖게 된 현실을 설명해야 하는 어려운 문제가 있다. 도서정가제와 지역서점, 소규모 출판사 보호가 사실상 관계가 있는 것인지 정책의 정합성 자체를 검토해야 한다. 그 동안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실증적인 자료와 법정책적 관점에서 엄밀한 검증을 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이번 기회에 이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사업적 측면에서 중고책 유통에 따른 문제다. 중고책 유통이 과거와는 다른 환경, 온라인 판매와 배송시스템의 완비로 인한 측면과 도서정가제로 인한 풍선효과를 함께 고려해서 출판업계와 유통업계의 문제의식에 대해 해결책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규모 출판사들의 현안 문제인 재정가제도로 인한 간행물 파쇄문제이다. 현행 방식의 경직성 때문에 비용 문제로 파쇄할 수 밖에 없게 된 것인지를 검토하고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연재를 통하여 위 문제들을 하나하나 살펴 보면서 법제도나 정책의 문제는 국회, 문광부, 각 협회 단체들과 토론회를 거쳐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다. 각 주제마다 그 동안 제기된 해결책들도 충분히 검토해서 대안으로 삼을 수 있는지도 살펴 볼 예정이다. 대형과 소형,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과 대안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2000년을 반추하면서 정책을 만들고 함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다.

지체된 정의가 정의가 아니듯 지체된 혁신도 혁신이 아니다. 혁신은 현상의 파괴로 부터 시작하지만 현명한규제프레임 설계(Regulatory Framework)로 제로섬게임이 아니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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