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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한참 이상한 국제통화기금의 ‘글로벌 재정 긴축’ 권고
뭔가 한참 이상한 국제통화기금의 ‘글로벌 재정 긴축’ 권고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8.20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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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세 인상하려는 아베 정부는 IMF 모범생?

2008년 대금융위기 이후 금리는 전 세계적으로 낮다. 일부 독일과 일본 등 많은 발전국들에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다. 이런 와중에 미중 무역전쟁은 타결이 좀처럼 타결이 쉽지 않다. 교역량이 줄고 수출수요가 적어진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투자를 꺼린다. 발전국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경기둔화는 분명하다. 일부 나라들은 경기침체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유럽연합의 독일의 2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일본은 제자리걸음을 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실업 증가의 척도로 성장률 ‘6% 지키기’(바오류·保六)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장률 하락에 전전긍긍한다. 상대적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도 만기 10년 재무부채권 수익률이 만기 2년 수익률을 밑도는 ‘뒤집힌 수익률 곡선’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나타나는 등 경기둔화의 조짐은 이전보다 역력하다.

이런 상황들이 시사하는 정책 방향은 한 곳을 가리킨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수요 창출자’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 대금융위기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통화정책(‘금리 인하’라는 통상적인 수단, 정부․민간 자산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라는 이례적인 수단의 결합을 통해)이 떠맡았다면, 이제는 재정정책이 핵심 해결사 기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있다는 데는 정책집단 안에서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다. 대금융위기 진정의 부산물인 저금리 환경은 적극적인 재정정책 수행을 위한 정부의 차입(적자국채 발행 통한 자금 조달)에 이전보다 훨씬 유리하게 작용한다. 정부가 차입을 늘린다고 해도 이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둔화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여전히 성장률이 금리보다 높다는 사정은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효과를 낳는다.

유로지역 재정적자 수준이 최적에 가깝다?

국제통화기금 추정 최적 재정적자(단위: %, GDP 대비 비중)*왼쪽 칸 2018년 실제 재정적자, 오른쪽 칸 권고 목표치
IMF 권고 재정적자 비중(단위: %, GDP 대비)
*왼쪽 2018년 재정적자, 오른쪽 권고 목표치

이런 상황에서 ‘글로벌한 재정긴축’ 효과를 낳는 정책을 권고한다면 뭔가 아귀가 크게 맞지 않는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7월17일 내놓은 ‘2018년 대외수지평가’ 보고서에는 바로 이런 함의를 갖고 있다. 물론 이 보고서에서 국제통화기금은 가까운 장래에 긴축기조를 하라는 권고는 아니라고 쓰고 있다. 중장기 목표라는 것이다. 하지만 바람직하고 “정확한” 재정정책의 준거를 유로지역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적인 정책권고’라는 말은 설득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보고서는 유로지역이 중기적으로 다소 정확한 재정정책을 갖고 있음을 내비친다. 유로지역 재정적자는 2018년 국내총생산의 0.7%였다. 국제통화기금이 대회수지평가(EBA) 모델에서 유로지역에 권고한 방향은 유로지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0.2%가 “정확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0.5%포인트만큼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지만, 유로지역의 재정적자 0.7%는 다른 나라들에 대한 권고에 비춰보면 최적의 재정적자 수준에 근접해 있다.

보고서는 중국에 대해 3.3%포인트의 재정긴축을 권고한다. 2018년 중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의 4.8%(중국 공식통계와 IMF 통계는 차이가 난다)였는데, 정확한 수준은 1.5%라는 것이다. 국내총생산의 약 3% 재정적자를 기록한 일본에 대한 정책권고는 ‘균형재정’이다. 3%포인트의 재정긴축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재정적자는 2018년 국내총생산의 5.4%였는데 1.5%를 목표로 해야 한다는 주문이 따랐다.

물론 보고서가 모든 나라들에 재정긴축을 권고하는 것은 아니다. 2018년 국내총생산의 1.1% 재정흑자를 기록한 독일에 대해서는 -0.1%로 전환할 것을 권고한다. 1.6%포인트만큼 재정정책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한국에 대해서는 국내총생산의 2.7%인 재정흑자를 균형재정으로 돌리라는 처방이 붙었다. 그럼에도 각 나라들에 대한 보고서의 권고를 종합하면 국내총생산 합계의 2%포인트에 해당하는 재정긴축을 권고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IMF 권고대로라면 나타는 건 ‘글로벌 수요 부족’

국제통화기금의 이런 권고를 모든 나라가 이행한다면, 결과는 자명하다. 글로벌 차원에서 ‘수요의 부족’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글로벌한 수요 부족은 독일의 재정흑자를 재정적자로 전환시키는 데 더 큰 효과를 낳는다는 게 보고서에 내재돼 있다. 임금 인상과 가계소득 확대를 위한 확대 재정정책의 결과로 흑자가 줄어드는 것보다 교역상대국의 재정긴축에 따른 수출 감소가 주는 효과가 더 크다는 얘기다.

글로벌 국내총생산의 2%포인트를 재정긴축하라는 국제통화기금 보고서는 지금의 세계경제 현실에 비춰보면 한참 이상하다. 그런 만큼 국제통화기금의 권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나라들은 아마도 거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그렇지 않은 듯한 나라들도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다. 국내총생산의 3% 재정적자를 균형재정으로 전환하라는 국제통화기금의 권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베 정부는 오는 10월부터 소비세를 8%에서 10%로 높여 정부 세수를 늘리려고 하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의 행보는 국제통화기금의 행보와는 정반대다. 스탠더드차터드가 분석팀이 7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중국의 재정적자는 2018년 4.7%에서 6.5%로 거의 2%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2019년 국내총생산 대비 재정적자를 2018년 대비 0.2%포인트 늘려 경기대응에 나선다는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를 한참 웃도는 것이다.

궁금증은 글로벌 경제의 현실과 한참 동떨어진 정책권고를 담아내는 국제통화기금 보고서의 편향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로 쏠린다. 결국 유로지역의 재정적자 0.7%가 “정확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함축하는 평가모델에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로지역 안정성장협약(GSP)은 연간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의 3% 이내, 정부부채를 국내총생산의 60% 이내로 관리할 것을 회원국에 의무화시키고 있다. 문제는 이 안정성장협약이 ‘경기대응적’(counter‐cyclical)이 아닌 ‘경기순응적’(pro‐cyclical) 재정정책을 공고화시켜 왔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해 왔다는 점이다. 경기순환의 정점과 저점의 폭을 누그러뜨리는 게 아니라 되레 키우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얘기다. 많은 학자들의 거센 비판과 개선 노력에도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독일의 반대가 크게 작용해 왔다. 국제통화기금 모델의 내부적인 개선이 이뤄지려면, 유로지역의 ‘안정성장협약’이라는 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IMF 공식 홈페이지 캡쳐
IMF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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