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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만리] 우려되는 우리 외교의 현 주소
[천지만리] 우려되는 우리 외교의 현 주소
  • 주재우 경희대학교 중국어학과 교수
  • 승인 2019.09.05 16: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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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21] [주재우 교수] 우리 외교는 지소미아 사태 이후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한중관계는 사드 배치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고 한일관계는 서로를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면서 악화일로다. 한일 양국이 미중 무역 갈등 상황과 같이 서로 ‘치킨 게임’에 임하면서 해결의 기색이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다. 한미관계는 지소미아 사태의 후유증으로 미국발 외교 소용돌이가 들이 닥칠 것이라는 예보가 있다. 남북관계의 경색 국면도 돌파구는 점점 없어 보인다.

외교를 그르치면 정치, 군사, 안보, 경제, 산업 영역에만 국가적 피해와 손실을 입히는 것이 아니다. 민간외교에도 지대한 타격을 미친다. 국가 간의 갈등으로 민간 차원에서 제일 손쉽고 보편적인 보복 조치가 비자 심사를 까다롭게 하는 것이다. 이의 피해자는 당연히 국민들이다. 국민의 해외 방문 목적은 다양하다. 관광에서부터 학술교류, 사업, 유학, 취업과 친지방문 등 비자 신청의 목적 범위도 광범위하다.

최근 우리나라 외교가 다양한 이유로 주변국과 갈등을 겪으면서 주변국들이 우리 국민의 방문 비자 신청을 까다롭게 심사한다. 주변국들의 이런 국제화와 세계화 시대에 역행하는 외교 조치를 보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든다. 어쩌다 우리 국민이 이런 수모를 겪게 되었나. 민간외교가 국가이익 수호와 증대에 한 몫 한다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안다. 그런데 나라는 민간외교의 중요성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응조차 하지 않아 안타깝기 짝이 없다.

2015년 ‘메르스’사태 이후 중국이 우리 국민의 비자신청을 까다롭게 심사하기 시작했다. ‘메르스’라는 치명적인 질병의 중국 유입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한 중국이 우리 국민에 농락당한 경험 때문이다. 우리는 관행에 따라 서류에 중국내 체류 주소를 제대로 기입하지 않아 중국 보건당국이 역학조사 때 애를 많이 먹었다. 2017년에는 사드 보복조치로 비자 심사를 더 까다롭게 했다. 신청서의 사진도 최근 6개월의 것으로 제한했다. 신청서에 가족 정보도 밝혀야 했다.

2019년 6월 1일부로 중국 외교 당국의 까다로움은 더 강화되었다. 추가사항은 두 개 늘었다. 하나는 중국 체류 기간 동안의 일정을 세세하게 기입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서명이 아닌 도장을 찍어야 한다. 일정에는 방문 예정 장소를 일자별로 기록해야 한다. 회의나 미팅을 위한 방문의 비자 유형도 관광비자에서 상용비자로 전환되었다. 상용비자 신청서에 회의 장소, 회의 일정, 방문 예정 인사 등을 모두 기입해야 한다. 계획의 증명을 위해 중국 측의 초청장도 반드시 첨부해야 한다. 제3세계국가에 우리가 과거에 요구했던 식이다.

더 개탄스러운 것은 우리 외교 당국의 중국인 비자에 대한 관대함이다. 한국을 자주 방문하는 중국인들에게 5년이나 10년짜리 복수비자가 발급되고 있다. 우리 국민이 받을 수 있는 중국의 복수비자 유효기간은 1년이다. ‘중국에게 할 말은 한다던 우리 정부의 태도는 영사외교에서 찾아 볼 수 없다. 외국인에 대한 관대함은 영사외교에서 우리 국민에 대한 외국의 불평등한 대우로 돌아오고 있다.

물론 사드사태 이후 우리 외교 당국도 중국인의 취업비자신청을 까다롭게 심사하면서 맞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취업비자를 신청하는 중국인을 고용하는 당사자는 우리 기업이다. 까다로운 심사로 비자발급이 지체되거나 거절되면 그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의 몫이다. 우리 국민과 기업이 우리 외교 당국으로부터 역차별을 당하는 셈이다.

미국 비자는 어떠한가. 지난 8월 5일 미국 시각으로 미 국무부는 2011년 이후 방북한 대한민국 국민의 ‘무비자’ 방문 자격을 박탈했다. 따라서 북한을 방문한 우리 국민이 미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미 대사관에 직접 비자 서류를 제출하고 면접 심사를 받아야한다. 우리 국민의 잠정적 피해자 수는 약 37,000명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사태 이후에도 우리나라 국민의 비자문제에는 관대했다. 다른 나라 국민에게는 까다로운 조치가 부과되었으나 우리 국민의 무비자 자격은 유지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의 ‘관대함’이 그래도 유효하다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 국민의 방북 기록 기준이 2000년 이후부터 책정되었으면 그 수는 부지기수였을 것이다. 일례로, 2007년 6월 기준 금강산을 방문한 총관광객 수만 해도 150만명이 넘는다. 2008년 7월까지 우리의 북한 관광객 수는 총 196만명이다. 물론 여기는 복수의 관광객 수가 포함되었다. 이밖에 북한 방문객도 수십만명에 달한다. 만약 미국이 햇볕정책 시기부터 제한을 뒀으면 우리 국민의 약 200여 만명 이상이 미국 무비자 자격에서 제외될 뻔했다.

미국의 조치가 우려스러운 것은 미국의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이 대만과 홍콩 기업과 인사에게 적용되었기 때문이다. 8월 30일 미국 재무부는 대만인 2명과 타이완과 홍콩 해운사 3곳에 이 같은 제재를 적용했다. 이들이 UN 제재 대상인 북한의 석유제품 수입을 도와주기 위해 불법 환적을 했다는 이유다. 남북한 간에도 환적 소문이 끊이지 않는 시점에서 우리 외교 당국은 진퇴양난의 외교 국면을 타파하기 위한 전략 수립 과정에서 영사 이익을 신경 쓰는 치밀함을 보여줘야 하겠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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