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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와 프레임 전쟁, 그리고 ‘정치’
조국 사태와 프레임 전쟁, 그리고 ‘정치’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09.10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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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치 정부여당 의지와 열정 실제 높았을까?
‘검찰 쿠데타’란 프레임은 누가 씌웠나?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대통령의 ‘임명’이란 통과의례가 회수가 될까?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귤화위지’(橘化爲枳)가 조국에게 적용될까? ‘정면 돌파’라는 임명 행위가 달라진 환경을 뜻할 수 있느냐는 얘기다. 답을 내리기 전에 몇 가지 따져볼 문제가 있다. 사태의 배경, 사태의 전개, 그리고 정치의 본질이다.

대통령의 임명 근거는 직접적으로 본인이 관련됐다는 증거가 없고, 청와대 민정수석 때부터 함께 일해봤더니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것이다. 현 정권 아래에서 사법개혁의 상징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다. 이것이 사법개혁의 상징이 될 수 있느냐는 갑론을박이 많다. ‘옥상옥’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공수처가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느냐 하면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는 게 아니다. 공수처의 수사권도 검사에게 있다. 시민의 신체의 자유, 거주의 자유 등을 제한하는 영장은 검사를 통해서만 청구할 수 있다는 헌법 조항이 바뀌지 않는다는 제약 아래에서 기존의 검찰을 둘로 쪼개는 것이다.

기존 검찰 안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공수처 안에서도 그대로 벌어질 수 있다. 자기들 마음대로 기소를 하지 않는 폐해도 벌어질 수 있고, 기소를 마구 남용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 법안의 내용에 정치권력과 독립적으로 막강한 권한을 절제 있게 사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존 검찰의 자의적인 불기소 처분 등의 폐해를 바로잡으려면, 기존의 항고, 재정신청 제도를 견제와 균형을 발휘하도록 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은 가라앉지 않는다. 현재는 고소 사건의 경우 검찰이 불기소할 경우 고소인만이 이에 불복해 검찰에 항고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통해 기소를 요청할 수 있다. 수사기관이 인지해 수사가 시작된 사건의 경우에는 고소인이 따로 없다. 이 사건에서 ‘미고소 피해자’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곧바로 헌법소원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경찰이 인지수사를 시작한 주체이고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할 경우에, 경찰이 검찰에 항고하거나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해주면 어떨 것인가? 공수처와 기존 검찰로 검찰 조직을 둘로 쪼개서 견제하게 할 수도 있지만, 경찰을 이용해 기존 검찰의 자의적인 권한 남용을 견제하는 장치는 이런 식으로도 마련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은 문제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의 나오는 유명한 문구처럼 ‘살점을 떼어내되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도록 하라’는 격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일각에서 제안하는 ‘기소 배심제’도 이런 맥락에 있다고 보인다. 검찰 조직을 둘로 쪼개봤자 문제의 핵심은 고스란히 남는 것이고 수사권 조정 문제를 해결 난망이니, 기소 여부를 시민이 결정하게 하자는 문제의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화대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본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어쨌거나 국회의 엄청난 진통 끝에 공수처 설치 관련 법안 2건이 올해 4월 선거제도 개편 법안과 함께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상정됐다. 정부가 무슨 짓을 하는지에 관계없이 이 법안의 처리는 국회에서 결판나게 돼 있다. 사법개혁의 운명은 국회에 달려있다는 얘기다. 물론, 공수처 설립 법안이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상정되기까지 민정수석으로서 조국은 여당을 도와 많은 기여를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사법개혁의 ‘아이콘’으로 분한 조국이 할 일은 그 이후에는 그다지 없다. 굳이 찾자면 집행 과정에서 ‘수사권 조정’이란 실타래를 푸는 데서 법무부 장관으로서 하는 역할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공수처에 설치되는 ‘수사권조정위원회’가 핵심 주체다.

공수처 설치라는 개혁이 결실을 맺으려면, 국회의 원만한 운영이 핵심이다. 패스트트랙 안건 상정에 반대했던 자유한국당을 설득하고 협조를 구하는 게 핵심이다. 지난한 일이다. 하지만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는 일처럼 쉬운 일은 없다. ‘태극기 부대도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어떻게든 감싸 안으며 끌고 가야 하는 게 개혁 작업이다. 개혁이 헉명보다 어렵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이 측면에서 조국을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갈아 끼우는 태도가 과연 개혁 작업에 도움이 되는 것이었는지에 근본적인 물음표가 생긴다. 그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고 진영 정치의 화신으로 이미 분한 상황에서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명분은 그리 설득력이 없다. 공수처 설치는 국회에서 결판나게 돼 있는 현실에서 사법개혁을 위해 그가 할 일은 그다지 없을 뿐 더러, 오히려 국회에서 결실을 맺는 데서 그는 오히려 걸림돌이기도 한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과연 정부여당이 공수처 설치에 의지를 갖고 있기나 한 것인지 의문을 들게 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조국 지지세력과 청와대, 정부여당이 이번 사태에서 동원한 프레임에는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것 말고도 ‘검찰 쿠데타’, ‘검란’이라는 게 있다. 청와대 선임행정관 조경호가 본격 퍼뜨린 이 프레임은 검찰을 향해 “미쳐 날뛰는 늑대마냥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물어뜯겠다고 하얀 거품을 물고 있다”는 비난을 퍼부었다. ‘마녀사냥’이고 ‘검란’이라고 규정했다. 어느 정치인 말처럼 ‘칼잡이’ 윤석열을 검찰총장에 앉히는 임명장의 잉크도 마르지 않았는데 검찰이 ‘검란’을 일으켰다고, 쿠데타를 일으켰다고 비난해대는 꼴이다.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사태의 발단은 아주 간단한 것이었을지 모른다. 조국은 언론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의혹에 대해 관련이 없다고,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시종일관 얘기해 왔다. 검찰에 주는 시그널은 분명하다. ‘문제가 없다고 하니 수사해도 클리어(말끔히 해소)되겠네’라는 것이다. 의혹은 쏟아지는데 팔짱끼고 있는 것은 ‘칼잡이’ 윤석열 스타일에 맞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문제가 없다고 하니 수사를 하면 오히려 의혹이 말끔히 풀리는 효과까지 생기는 셈이니 검찰은 홀가분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랴. 막상 수사해보니 그냥 덮어버릴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그가 수행한 각료들에 대한 인사 검증이 부실한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일이 본인 주변에서 벌어져버린 것이다. 이게 윤석열의 검찰이 맞이한 상황이라고 보는 게 ‘검란’이니 ‘검찰 쿠데타’니 하는 음모론보다 현실을 보는 상식적인 눈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조국의 부인을 불구속 기소하지 않은 채 공소시효를 넘겨버렸다면, 윤석열의 검찰은 아마도 초토화했을 것이다. 정부여당이 바로 이걸 노린 게 아니냐고 본다면 이 또한 음모론일 것이다.

공수처 설치는 국회에서 결판나게 돼 있다. ‘사법개혁의 적임자’임을 자부하는 조국이 막상 법무부 장관으로서 할 일은 그다지 없었다. 오히려 처음부터 국회에서 결실을 맺는 데 걸림돌이기까지 했다. 이번 사태로 더 악화했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지와 열정은 얼마나 높았을까? 지지세력은 높다고 볼지 모르겠지만, 생각보다 낮았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럼 무엇 때문에 그 난리가 났다는 거냐는 물음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총선구도, 대선구도? 정치는 사회의 균열을 자양분으로 삼으면서도 통합을 지향해야 하는 모순의 응결체다. 정부여당이 균열만을 자양분으로 삼고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그건 민주공화국의 정치가 아니지 않을까 싶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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