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7:03 (금)
[페이스] 아이클러스터 박재천 사장
[페이스] 아이클러스터 박재천 사장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1.2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정한 A&D를 보여주마
지난 11월21일, 인터넷 보안업체인 넷시큐어, 스토리지 업체인 씨디데이타, 컨설팅 업체인 디스커버리벤처스 등 9개 업체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코스닥 등록 레포츠용품 생산업체인 동미테크를 인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컨소시엄은 75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동미테크 지분 40%를 취득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낚싯대를 생산하던 동미테크는 이 컨소시엄의 지원 아래 초대형 인터넷 서버 호스팅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A&D(인수 뒤 개발)였다.
최근 리타워텍, 바른손 등에서 이미 실험을 마쳤고, 최근 신안화섬 등 몇몇 기업에 소문이 무성해지면서 주가급등락을 가져왔던 침체 코스닥시장 유일의(?) 테마. 그런데 시장의 눈길을 끈 것은 ‘동미테크 A&D’라는 프로젝트 자체보다는 그 경영방식이었다.

코스닥 등록기업 동미테크 위탁경영 수주…“레포츠용품 업체에서 서버호스팅 업체로 변신시키겠다” 컨소시엄이 동미테크 경영을 아이클러스터에게 위탁하기로 했다고 밝힌 것이다.
아이클러스터는 다우기술 계열사 다반테크가 대주주인 인큐베이팅 업체다.
최고경영자를 아웃소싱한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을 뿐더러, 인수자들이 직접 경영하던 이전까지 A&D 사례와도 달랐다.
이뿐만 아니다.
동미테크 대표로 취임할 예정인 아이클러스터 박재천(48) 사장은 “그동안의 A&D가 대부분 지주회사 형태였다면, 동미테크는 서버호스팅 관련 업체를 인수하되 되도록 합병해 스스로 본체 안에서 서버호스팅 사업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전 A&D는 대부분 금융권에 뿌리를 둔 인수주체가 직접 경영했고, 코스닥의 값싼 기업을 인수한 뒤 주가가 오르면서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 다른 첨단기업들을 사들이는 모양새였는데 완전히 다른 개념을 제시한 셈이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해 이미 몇몇 서버호스팅 업체들과 협상을 시작했다.
“아이클러스터의 본업 가운데 하나가 e-트랜지션입니다.
동미테크와 같은 ‘굴뚝기업’들을 e비즈니스를 통해 철저하게 변화시키는 것이죠. 동미테크의 기존 사업 부문도 물론 트랜지션 대상입니다.
” 그는 기존 사업 부문을 완전히 배제하고 시작하는 이전 A&D 모델과는 달리, 동미테크의 기존 경쟁력인 레포츠용품 사업도 그대로 끌고갈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아이클러스터가 갖고 있는 e비즈니스 관련 지식을 이용해 기존 사업 부문의 효율성도 한단계 높이겠다는 포부도 내놓았다.
그는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에서 10년 동안 일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경제학박사를 받았다.
그 뒤 88년 데이콤에 입사해 인터넷 관련 업무를 계속 맡아왔다.
하지만 운신의 폭이 좁고 의사결정이 늦은 대기업 일은 재미없다고 느꼈다.
그래서 지난 4월 아이클러스터를 설립해 독립했다.
학부에서 컴퓨터를, 대학원에서 산업공학을, 박사학위과정에서는 경제학을 공부한 ‘엔지니어 경영인’이다.
박 사장은 A&D든 M&A든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보려는 국내 풍토가 아쉽기만 하다.
이들은 잘 운영하면 좋고 악용하면 나쁜 중립적인 개념들일 뿐인데, 국내에 악용하려 한 사례가 너무 많아서 인식이 왜곡됐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동미테크 경영도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이미 동미테크 주가는 11월 초부터 급등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주 목요일까지 9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어지러운 주가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 사장은 걱정을 앞세운다.
“뭔가 재료만 있다고 하면 마구 달라붙어 주가를 곧추세웠다가, 조금 있으면 끝간 데 없이 폭락해버리는 주가는 사실 경영진에게는 부담일 뿐입니다.
이런 게 급등락하는 가운데서는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도 어렵습니다.
” 대주주가 반년 만에 바뀐 바른손을 봐도,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다는 리타워텍을 봐도 선배 A&D 기업들의 가는 길은 수월해 보이지 않는다.
경력으로나 말투로나 머니게임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그가, 끝까지 흔들리지 않고 갈 길만 가는 진짜 A&D를 보여줄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크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