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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플레이션 가능성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
디플레이션 가능성 가볍게 보아선 안된다
  • 윤종인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19.10.1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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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디플레이터 기준으로는 물가하락 작년 말부터 시작돼

[이코노미21 윤종인 편집위원] 최근 물가가 하락하였다는 통계가 발표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통화당국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정의를 보면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2년 이상 하락한 경우를 말한다. 따라서 최근의 추이는 농··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며 아직까지는 디플레이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율을 계산할 때 널리 이용되는 물가지수는 소비자물가지수, 생산자물가지수, GDP디플레이터가 있다. 각 지수를 이용한 전년 동기 대비 변동률을 비교하면 최근 물가의 움직임에서 몇 가지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경제 시계열에 계절성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전기 대비 변동률보다 전년 동기 대비 변동률이 좋다). 첫째 생산자물가지수의 상승률이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에 선행한다는 점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20198월부터 하락했지만 생산자물가지수는 20197월부터 하락했다. 둘째 소비자물가지수 및 생산자물가지수의 상승률보다 GDP디플레이터의 상승률이 더 낮다는 점이다. 즉 분기별로 발표되는 GDP디플레이터는 20184분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GDP디플레이터를 기준으로 하면 물가하락은 금년 중반 이후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이미 작년 말부터 시작된 현상이었다.

앞으로 물가지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에 따라 정말로 디플레이션에 관한 IMF의 정의를 충족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관련하여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로 계산되는 인플레이션율은 과대평가된다는 점이다.

1996년 미국에서 발표된 Boskin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로 계산되는 인플레이션율은 0.8~1.6% 포인트, 즉 평균 1.1% 포인트 가량 과대추정 된다고 한다. 따라서 실제 인플레이션율은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에서 1.1% 포인트를 빼 주어야 한다. 이를 준용한다면 우리나라의 인플레이션률은 금년 8월부터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빠른 금년 1월부터 마이너스였던 셈이다. GDP디플레이터가 이미 작년 4분기부터 하락하였다는 사실과 비슷하다.

소비자물가지수가 인플레이션율을 과대추정하는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다. 여기에서는 대체효과에 대해서만 살펴보자. 최근 돼지고기의 소비자가격이 상승하였다고 한다. 그러면 소비자물가지수는 그만큼 상승한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돼지고기의 소비자가격이 상승하면 소비자들은 돼지고기 소비를 줄이고 그 대신 다른 상품을 소비하는 방식으로 대체효과가 나타난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실제 생계비는 소비자물가지수로 계산한 인플레이션율보다 적게 상승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소비자물가지수로 계산한 인플레이션율은 과대추정되고, 이러한 요인들은 모두 제거하려면 평균 1.1% 포인트 빼야 실제 생계비를 반영하는 인플레이션율이 된다는 것이다(참고로 Boskin 보고서의 책임자는 스탠포드 대학교의 Michael J. Boskin교수였는데, 이 작업에 참여한 경제학자의 면면은 화려하다. Ellen R. Dulberger, Robert J. Gordon, Zvi Griliches, Dale W. Jorgenson인데 그중에서 Jorgenson은 노벨상 수상자이다).

물가와 관련된 몇 가지 사항을 고려한다면, 이미 작년 말부터 물가가 하락하였다고 보는 것이 좋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훨씬 더 나쁜 경제현상이다. 한국은행의 홈페이지를 보면 첫 화면에 물가안정목표가 2.0%라고 되어 있는데, 현재의 경제상황이 정상적인 궤도에서 얼마나 이탈한 것인지를 실감하게 된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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