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15 15:56 (금)
‘빈곤 퇴치 현장’에서 찾는 해법에 돌아간 50주년 노벨경제학상
‘빈곤 퇴치 현장’에서 찾는 해법에 돌아간 50주년 노벨경제학상
  • 조준상 선임기자
  • 승인 2019.10.15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이클 크레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에스테르 뒤플로 3명 공동수상
현장에서 찾고 적용하는 발전경제학…실험적 접근법 도입
학업 성취도 높이려면, 더 많은 교과서가 아니라 맞춤형 교수법 필요

[이코노미21 조준상 선임기자] 50주년을 맞은 노벨경제학상(스웨덴 중앙은행상)의 화두는 빈곤, 발전, 여성이었다. 스웨덴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10월14일 하버드대학 교수 마이클 크레머, 매사추세츠공과대학 교수 부부인 아브지히트 바네르지와 에스테르 뒤플로 3명을 노벨경제학상 공동수상자로 발표했다.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캐리커쳐. 사진: 노벨위원회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캐리커쳐. 사진: 노벨위원회

세 사람 모두 빈곤 퇴치와 완화를 위한 ‘실험적 접근법’을 통해 효과적인 문제 해결을 통한 성취를 높이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론에 치우쳐온 발전경제학의 영역을 실천적으로 확장하는 데 공헌했다는 것이다. 크레머가 선구자였다면 뒤플로 부부는 이를 발전․확장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크레머의 연구는 1990년대 중반 케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핵심 내용은 교과서를 더 많이 보급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단순한 자원 부족이 학습의 걸림돌이 아님을 발견한 것이다. 뒤플로와 바네르지는 그의 연구와 방법론에 근거해 인도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 실험을 벌였다. 이를 통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의 진정한 장벽은 단순한 자원의 부족이 아니라 “학생들의 필요에 불충분하게 맞춰진 교수법”에 있음을 확인했다.

이들의 권고를 받아들여 도입된 학생들의 필요를 충족하는 교수법은 지속적이고 상당한 학업 성취의 개선을 가져왔다. 노벨위원회는 그 결과 “인도에서 500만명 이상의 아동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예방적 건강보호에 대한 공공투자도 활성화시켰다고 선정 이유에서 밝혔다. 실험에 기초한 이들 세 경제학자의 접근법이 경제이론과 거시경제적 발전에 초점을 맞춰진 발전경제학의 기존 영역을 새롭게 확장하고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허버드대학 경제학자인 로런스 카츠는 “아마도 이번 노벨경제학상은 최초의 21세기 경제학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험적 접근법에 기초한 세 사람의 연구와 작업은 20, 30년 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2000년대까지 시작조차 되지 않았던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바네르지를 남편으로 둔 뒤플로는 그는 46살로 최연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됐다. 역대 두 번째 여성 수상자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천연자원과 같은 공유재(common goods)가 이용자들의 합의를 통해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될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로 2009년 수상한 엘리노어 오스트롬(인디애나주립대 교수)가 유일했다. 그는 “(이번 경제학상이) 발전경제학에 추가 시야를 제공하고 여성이 과소대표 되고 있는 경제학 분야에 더 많은 여성들이 진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흥미로운 것은 뒤플로가 대학에서는 역사학도였다는 점이다. 경제학에 받을 디딘 계기는 소아과 의사인 어머니의 영향이었다. 그의 어머니가 마다가스카르, 엘살바도르, 르완다 등에서 소아과 의사생활을 하며 해준 글로벌한 빈부 격차의 이야기가 뒤플로를 경제학으로 이끌렸다. 그는 “발전경제학이라고 불리는 어떤 것이 있음을 깨달았을 때 나는 경제학으로 왔다”며 “거시경제를 하고 싶지 않았고 금융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뒤플로 부부는 실험적 방법론을 대중화시키며 2003년 ‘압둘 라티브 자밀 빈곤 행동 연구소’(J-PAL)로 불리는 빈곤 연구자들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설립하는 데 앞장섰다. 이 기구는 구충제 보급 등에서 효과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을 확인하고 정부․비정부기구와 협력하고 있다.

한국의 일자리 예산에 주는 교훈은?

‘더 많은 교과서가 더 나은 학업 성취를 보장하는 게 학생들의 필요에 맞는 효과적인 교수법이 관건’이라는 이들 세 경제학자의 공헌은, 본격적인 경기 둔화 속에서 일자리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내년 예산안에서 일자리 예산은 지난해보다 21.3% 늘어난 25조8천억원이다. 더 많은 교과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것이 더 나은 학업 성취를 보장할 것 같지는 않다. 특히 직업 훈련․재훈련 분야에서 돈이 줄줄 새고 낭비되고 있다는 소식이 도처에서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는 이들의 필요에 맞는 훈련과 재훈련이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하고 혁신하라!’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세 경제학자가 우리나라에 주는 가르침은 바로 이것일지도 모른다. [이코노미2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