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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사상 첫 양적완화…“무제한 유동성 공급”
한은, 사상 첫 양적완화…“무제한 유동성 공급”
  • 원성연 편집인
  • 승인 2020.03.26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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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ㆍ대상증권 확대

[이코노미21 원성연 편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야기된 실물․금융경제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우리나라도 사상 처음으로 양적완화에 나섰다. 한국은행이 시중에 무제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은이 결정한 방식은 금융기관들을 통해 자금을 간접적으로 공급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매주 정기적으로 무제한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양적완화로 볼 수 있다. 한은이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한은은 이같은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한은이 이런 결정은 내린 이유는 그만큼 현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한국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이 다소 주춤해지고 있지만 미국, 유럽 등으로 대확산이 이뤄지면서 세계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한은은 26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환매조건부채권(RP) 무제한 매입과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ㆍ대상증권 확대를 내용으로 하는 '한국은행의 공개시장운영규정과 금융기관대출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는 한은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수시로 금통위 의결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매입했는데 이제부턴 매주 RP매입 창구를 열어두고 유동성이 필요한 금융기관에게 무제한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입찰방식도 한도 제약없이 모집 전액을 배정한다. 금리는 기준금리(연 0.75%)에 0.1%포인트를 가산한 0.85%를 상한선으로 정했다. 모집금리는 입찰 때마다 별도로 공고하기로 했다.

한은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공개시장운영 대상기관도 확대해 증권회사 11곳을 추가했다. 이로써 RP매매 비은행 대상기관은 현행 5개사에서 16개사로 늘어났다. 대상기관 확대로 기존에 한은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웠던 증권회사들도 이젠 한은에서 돈을 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돈을 빌릴 때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대상증권도 8개 공공기관 특수채로 확대돼 금융기관들이 한은에서 돈을 빌릴 방법이 기존보다 많아졌다. 추가되는 대상증권은 한국전력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철도공사, 한국철도시설공단, 한국수자원공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채권이다.

한은은 이번 조치가 6월말까지 시행되지만 7월 이후에도 시장상황과 입찰결과 등을 고려해 연장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은이 사상 첫 양적완화를 실시하는 것은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실물․금융 등 전방위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적․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음을 보여준다.

코로나19 대확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이유는 각국이 확산속도 저지를 위해 국경폐쇄나 이동제한 등을 앞다투어 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경을 폐쇄한 국가가 계속 늘고 있으며 외국인 입국제한이나 자국민의 이동제한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늘길은 막혔고 육로마저도 검역검사 등으로 이전보다 월등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자국내에선 다중시설의 영업이 정지되고 외부활동도 제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활동은 극도로 위축되었으며, 공장가동율도 낮아지고 있다. 결국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는 한 공장가동과 소비활동 모두 제한될 수밖에 없으며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의 충격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국경폐쇄나 이동제한 등은 없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소비활동은 극심하게 위축되었다. 시급한 만남을 제외한 일상적 만남은 중단된 지 오래다. 다중시설 이용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사태가 2개월 이상 지속되면서 항공업, 관광업, 소매업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업과 관광업계는 간신히 목숨만을 연명하는 형편이다. 음식점, 술집도 손님이 크게 줄면서 활기를 잃은 지 오래다. 최근엔 금융시장마저 불안해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10년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하락했다 간신히 반등했으며,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90원까지 근접했다 1230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도 계속 하락해 1%를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 심지어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측마저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25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1%로 낮추었다. 다른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기존 1.1%에서 -0.6%로 하향조정했으며, 피치는 기존 2.2%에서 0.2%로 낮추었다.

코로나19의 충격으로 전세계뿐 아니라 한국경제에도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이코노미21]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코노미21
한국은행 전경. 사진=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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