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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현실 ‘팬데믹과 좀비의 세계관’
영화와 현실 ‘팬데믹과 좀비의 세계관’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20.05.25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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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상대가 아닌 혐오와 제거대상으로서의 좀비
불가능한 존재로서의 좀비가 현실이 되는 이유

[김창섭 이코노미21 본부장] 통상적으로 악당(빌런)이 등장하는 영화가 호평 받는 경우는 매력적인 빌런의 존재 때문이다. 배트맨시리즈의 ‘조커’, ‘할리 퀸’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특히 ‘조커’의 주인공 역할을 한 ‘호아킨 피닉스’는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또한 잘 알려진 대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 경쟁하기도 했다.

이렇게 영화 속 악당은 사회의 빈부격차와 소외 속에서 연민의 대상이자 또한 대화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좀비는 매력적이지도 더구나 공포영화임에도 무섭지 않다. 단지 징그럽고 추하고 불쾌하고 역겨운 존재다. 또한 감염의 원인균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반드시 제거해야만 하고 어떤 경우든 접촉을 피해야 한다. 기가 막힌 것은 좀비는 생각하는 존재가 아니라 단지 본능에 충실한 미개한 괴물체다.

현대적 의미에서 좀비영화의 기원은 보통 죠지 로메로감독을 꼽는다. 로메로 감독의 ‘Dawn of the Dead’, ‘Night of the living Dead’ 등 이른바 ‘살아 있는 시체’ 시리즈에서 좀비는 무언가 비밀스러운 실험과정에서 탄생한다.

2003년 개봉한 대니보일 감독의 ‘28일 후(원제:28 Days Later)’나 시리즈 영화로 인기를 끌었던 ‘레지던트 이블(Resident Evil)’ 속의 좀비는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를 끌었던 한국드라마 ‘킹덤’의 좀비는 벌레(虫)가 원인이다. 그러나 그 원인이 어찌 됐든 모든 좀비는 대화의 대상이 아니라 혐오와 제거의 대상이며, 자신을 감염 시킬 수 있는 공포의 대상일 뿐이다.

이렇게 좀비영화의 세계관은 자비가 없다.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일단 좀비증상이 나타나면 제거하거나 격리해야 하며, 혹은 그에게서 탈출해야만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 된다.

문제는 영화 속 좀비를 현실세계에 접목시켰을 경우다.

한국에서 인문학 열풍 속에 인기를 끌었던 강신주는 2013년 ‘감정수업’이라는 책에서 서울역 노숙자를 좀비에 비유해서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노숙자를 좀비에 비유한 이유를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죽어 있기 때문이다. 노숙자는 자신이나 세상에 대해 마비되어 있는 존재다. 자존심을 느낀다면 어떻게 노숙자로 살아갈 수 있겠는가?” 그러니 ‘마비’가 편한 법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노숙자를 하나의 인격자로 깨울 수 있을까? 아니, 어느 순간 노숙자는 자존심을 가진 인간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라며 노숙자에게 사회적 사망선고를 내려 놓고 그들에 대한 연민을 이야기 한다.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죽어 있는 존재’로 규정하고, ‘어떻게 해야 노숙자를 하나의 인격자로 깨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영화 속에서는 종종 좀비가 된 가족 또는 애인이 깨어 나길 기대하며 타인에게 자신과 관계 있는 좀비의 존재를 숨기는 경우가 등장한다, 그러나 영화를 지켜 보는 관객들은 모두 안타까워 하기보다는 혀를 차며 그 행위에 대해 증오하며 분노한다.

강신주의 진의와 상관없이 이렇듯 좀비에 대한 일반인의 감성은 증오와 혐오다. 때문에 현실세계의 사람들을 좀비에 비유해서는 안된다. 영화 속 좀비는 사람이 아니라 병원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을 보며 좀비를 떠 올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 공포심과 증오는 인종차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유럽에서의 아시아인에 대한 폭력과 조롱,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각 국의 봉쇄정책, 심지어 일본에서는-홈리스나 노인에 대한 정책을 세우기 보다-이번 기회에 바이러스를 통해 잉여인력(?)을 정리하자는 끔찍한 발상까지 흉흉하게 떠돌고 있다.

좀비는 현실적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를 유포하며 실재적인 좀비를 만들어 낼수록 이는 진짜 현실이 될 수 있다.

영화 속 좀비보다 좀비를 탄생시키는 현실 속 사람들이 더욱 더 공포의 대상이 아닐까? [이코노미21]

좀비는 현실적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를 유포하며 실재적으로 좀비를 만들어 낼수록 이는 진실로 현실이 될 수 있다. 사진-영화 ‘28일 후’
좀비는 현실적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사회에서 이를 유포하며 실재적으로 좀비를 만들어 낼수록 이는 진짜 현실이 될 수 있다. 사진-영화 ‘28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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