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서약으로 미국 대선 전 백신 상용화 가능성 거의 없어
[이코노미21 신성은 선임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9개 제약사들이 안전성이 입증된 후에 당국에 백신 승인을 신청하겠다는 공동서약을 했다. 러시아와 중국이 임상3상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며 백신 접종을 시작하자 감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백신이 개발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FDA도 3상 전이라도 긴급사용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안정성 우려가 커졌으나 제약사들의 이번 공동서약으로 미국 대선 전에 백신이 상용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
CNBC 방송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9개 제약사는 8일(현지시간) “대규모, 고품질 임상시험을 통해 안정성과 효능이 입증된 뒤에 당국에 백신 승인을 신청하겠다”고 공동서약했다. 논란이 된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해 임상 3상시험 결과가 충분히 확인될 때까지는 백신 사용 승인을 신청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동서약에 참여한 제약사는 아스트라제네카, 바이오엔테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존슨앤드존슨, 머크, 모더나, 노바백스, 화이자, 사노피 등 9개사로 현재 백신 개발에서 가장 앞서 있는 제약사들이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언제나 백신을 접종받는 사람들의 안전과 웰빙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며, (임상3상을 통해) 과학적 절차의 완결성을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이런 약속이 엄격한 과학적, 규제적 절차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백신은 이런 절차에 의해 평가받고 궁극적으로 승인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신 선두그룹 9개사 이같은 내용의 공동선언을 한 것은 백신의 안정성에 대한 대중의 우려를 불식시키는게 향후 전망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최근 미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는 임상 3상 전 백신 접종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고 있으며, 백신 접종을 거부하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백신 개발사의 입장에서 임상3상을 거치지 않고 무리하게 백신을 접종하다가 후유증이나 안정성 등의 문제가 생기면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한편에서는 이들 제약사들이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CNN 등은 이번 공동선언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 백신 출시 발언과 압박에 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올해 안에 백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며 “11월1일 이전에. 10월에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스티브 한 미국 FDA 국장은 코로나19 백신을 편익이 위험성보다 클 때라는 전제하에 3상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에 승인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 일부에선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백신 승인을 대선 전으로 앞당겨 열세를 만회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번 제약사들의 공동선언으로 11월 대선 전 백신 승인은 물건너 갔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백신이 빨라야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상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코노미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