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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인터뷰] “장발장은행이 필요없는 사회 돼야”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인터뷰] “장발장은행이 필요없는 사회 돼야”
  •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 승인 2021.03.0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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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장은행, 올해 설립 6주년 맞이해
100만원 벌금도 재산규모에 따라 형벌의 부담 정도 달라
총액벌금제에서 유럽식 재산비례 일수벌금제로 바꿔야

[이코노미21 김창섭 뉴미디어본부장] 우리나라 벌금형 제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온 은행이 있다. 바로 ‘장발장은행’ 이다. 장발장은행은 돈이 없어 벌금을 못내 구치소에 수감돼야 하는 사람들에게 벌금을 대출해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장발장은행은 인권연대가 중심이 돼 2015년 2월25일 설립한 이래 올해로 6주년을 맞았다.

장발장은행은 지금까지 총 934명에게 16억4790여만원을 대출했다. 대출받은 장발장 중 179명이 대출금을 완납했으며 500여명은 대출금을 상환 중이다. 장발장은행에 대출기금으로 모인 돈은 총 12억원 정도로 기 대출금 중 4억여원이 상환돼 현재 16여억원의 대출금이 집행됐다.

장발장은행에 기금을 보탠 후원자가 9900명을 넘어 곧 만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장발장은행은 벌금형을 받은 사람들에게 벌금을 대출해주는 활동 외에도 수감시설의 개선 및 벌금형에 대한 불합리한 제도개선, 법개정 활동도 꾸준히 이어 왔다. 지금은 총액벌금제 대신 유럽식 (재산비례)일수벌금제로의 법개정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다음은 홍세화 장발장은행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장발장 은행의 설립배경과 과정은

=이전에는 벌금을 못내 구치소에 수감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은지 몰랐다. 10여년 전 인권연대에서 ‘평화인문학’이라는 수감자 대상의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데, 벌금을 못내 노역을 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나게 되었다. 벌금형에서 구치소 노역으로 전환된 ‘환형유치자’가 4만명이 넘는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2009년 기준으로 이런 환형유치자가 4만3199명이었는데, 이것이 ‘43,199캠페인’으로 발화해 장발장은행의 설립으로 이어진다.

설립 초기에는 기금이 없어서 이 운동의 참여자가 십시일반 돈을 모았고, 급한대로 (지금은 모두 갚았지만) 2000만원을 차입했다. 그리고 언론에 이 사실을 알리고 기금을 모집하게 되었는데, 가장 우려했던 것은 실제 도움을 받아야 할 장발장들에게 이 사실이 잘 알려질 것인가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언론 보도 후 대출신청자가 쇄도하는 것을 보고 이 문제가 대단히 심각함을 절감하게 됐다.

벌금형의 대표적인 불합리한 점은 무엇인가

=환형유치 자체에 문제가 많다. 대체로 징역형이 선고되면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로 폴려 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히려 더 가벼운 벌금형 선고를 받은 사람이 돈이 없어서 인신이 구속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자신의 변호사에게 아우성치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차라리 징역형을 받으면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는 것을 벌금형을 받아 구치소에 수감되는 모순이 발생한 것이다.

(지금은 일부 법이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벌금형이 확정되면 30일 이내에 벌금 전액을 현찰로 납부해야 하고 연납제와 분납제도 없었다.

이런 불합리한 벌금제도에 대한 개선 필요성 때문에 2013년부터 인권연대를 중심으로 법개정 운동을 벌이게 된다. 그러나 국회의 무관심과 비협조적인 태도로 인해 당장 시급한 사람의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절실함 속에서 장발장은행이 설립된 것이다.

벌금형 선고자가 장발장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대출신청은 이메일(http://www.jeanvaljeanbank.com/)을 통해서만 받는다. 재원에 비해 신청자가 많아 부득이하게 대출심사를 할 수 밖에 없다. 수많은 신청자에 비해 장발장은행이 대출해 주는 비율은 15~20% 정도다. 대출은 최대 300만원까지 가능하며. 상환조건은 대출 후 6개월 거치 12개월 분할상환이다. 무이자, 무담보에 신용조회는 없으며 추심도 하지 않는다.

장발장의 양심에 맡기고 있지만 현재 179명이 대출금을 완전 상환한 상태고 500여명이 상환중이다.

그리고 대출심사위원은 인권활동가, 변호사, 법학 전공 교수, 인문학자로 구성돼 있고 민갑룡 전 경찰청장, 양상우 전 한겨레사장도 참여하고 있다.

우리가 심사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집안 형편이다. 집안에 환자가 있거나 노인, 어린 자녀의 존재 여부 등 신청자가 수감돼서는 안되는 상황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또한 청년을 중요하게 고려한다. 젊은 시기 가벼운 잘못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았는데 이 문제로 구치소를 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파렴치범, 성추행범은 물론 제외되고 음주 관련 형도 1차적으로 배제된다. 그래서 대부분 단순폭행, 생계형 범죄가 많다. 그런데 우리도 새롭게 안 사실인데, 사기의 경우는 우리가 아는 사기와 다른 경우가 많다. 예컨대 병원에서 의료비를 못 내고 몰래 퇴실하는 경우나 돈이 없어 약속을 못 지키는 경우도 사기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도 고려대상이 된다.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인터뷰. 사진=이코노미21
홍세화 장발장은행장. 사진=이코노미21

애절한 사연이 많을 것 같은데

=장발장 중에는 대출금을 모두 갚고 인권연대 회원으로 가입해 이렇게라도 도움이 되겠다는 사람도 있다. 붕어빵 장사하면서 다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편지도 보내오고, 어떤 사람은 대출신청을 하면서 애가 셋인데 한번도 애들에게 치킨을 사 준적이 없다는 사연을 보낸 일도 있다. 그래서 그 분에게 대출을 결정하면서 치킨쿠폰 4개, 피자 두 판을 함께 보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

많은 사람들이 대출이 결정되었음을 알리려고 전화하면 울먹이거나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여기서 제도적인 문제와 함께 구조적 가난의 문제를 생각해 봐야 한다.

형벌이라 함은 결국 고통을 통해 죄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목적인데, 부자들은 이 정도의 벌금이 별 것 아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큰 고통이다. 그래서 제도개선 외에도 가난이 지속되는 구조적 문제를 들여다 봐야 한다.

흔히 무전유죄 유전무죄(有錢無罪 無錢有罪)라 하는데 무전이면 有惑(유혹)이다. 돈이 없는 그 자체가 죄인인 사회이기도 하지만 惑(이끌 혹)자 惑(유혹할 혹)자 즉, 그로 인해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전(無錢)이면 유병(有病)이다. 사연을 들어 보면 예외 없이 본인이 아프거나 식구 중에 아픈 사람이 있는 경우가 많다.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주거환경이 비위생적이고 열악하니 아픈 사람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법과 제도개선을 위한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는데

=2015년 12월 장발장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다뤄진 적이 있다. 장발장은행이 당시에 요구한 사항은 △벌금형에도 집행유예제를 도입하라 △연납제, 카드지불을 가능하게 해달라 △벌금형보다는 사회봉사명령으로 전환하라(전과자, 수감자를 만들지 말라) 등이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의 총액벌금제에서 (재산비례)일수벌금제로의 개선이었다.

현 총액벌금제는 판사가 개인에 대한 고려없이 벌금 총액을 선고하는 방식인데, 유럽식 일수벌금제는 죄의 경중에 따라 형의 일수를 정하고 거기에 재산소득 정도에 따른 비율의 벌금을 곱하는 방식이다. 벌금이 재산소득에 비례해 연동되는 방식으로 유럽 대부분 국가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에서 다른 사안은 어느 정도 개선이 이뤄졌는데 가장 중요한 일수벌금제는 여전히 논의에서 제외돼 있는 상태다.

국회가 일수벌금제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국회와 정부의 논리는 재산소득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건강보험료는 어떻게 산정하는가? 순전히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는 것이다.

더 말이 안되는 것이 최초의 일수벌금제 시행은 1931년에 핀란드에서 이루어졌는데 당시에는 전산화에 대한 개념조차 없었다. 그리고 1975년 독일이 이 제도를 시행했으며 지금은 거의 모든 유럽국가가 일수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독일은 같은 일수라도 어떤 사람은 1유로를 곱하고 어떤 사람은 3만유로를 곱하는 경우도 있어 이론적으로 똑같은 사안에 벌금의 액수가 3만배나 차이날 수도 있다.

핀란드 노키아 부회장이 한화 1억5천만원 과태료를 낸 것이나 유명한 독일의 축구선수 발락이 스페인에서 과속으로 1만유로의 과태료를 물게 된 것은 유명한 얘기다.

더욱 관심있게 봐야 할 것은 당시 발락이 과태료가 너무 과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었는데 이에 독일시민들이 들고 일어나 발락이 결국 사과하고 스페인에 과태료를 납부할 수 밖에 없었다는 사실이다.

이런 것이 시민의식이다. ‘돈이 많으면 그에 맞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도 상식이 돼야 한다.

이에 반해 한국은 몇년 전 황제노역으로 유명해진 D그룹 회장이 5일 유치를 부과 받아 하루에 적용된 벌금이 5억원이었다. 5일 유치에 25억원을 탕감 받은 것이다.

그 사건 때문인지 이후 일반인에게 하루 5만원씩 노역으로 탕감하는 것을 지금은 대부분의 판사가 하루 10만원으로 판결하고 있다.

결국 가난의 문제인 것인데

=가난은 나랏님도 못 구한다고 하지만 나는 이런 문제들이 가난을 구하지 않으려는 나랏님과 기득권들의 수작이라고 보는 입장이다. 이런 과정을 보며 나는 개인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한다. 예컨대 대출 받은 장발장 중에 애가 셋이어서 사연을 호소한 사람이 있는데, 30만원 정도라도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네 식구 합쳐서 월 120만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사회구조적인 해결은 못 될지라도 어느 정도 결핍상태는 벗어날 수 있지 않겠는가? 몇 년 전 송파 세모녀 자살사건만 보더라도 세 명에게 한달간 90만원이 지급되었다면 그런 비극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정치적이고 논쟁적인 모습만 부각되고 실재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 가려지는 것을 보며 공허함을 많이 느낀다.

독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 많은 사람들이 부의 대물림에 대해서는 관심이 많다. 그것은 부자에 대한 시기에 더해 그들에 대한 선망이 있기 때문이다. 지향이 그 쪽인 것이다.

부의 대물림이 있으면 그 반대편에는 가난의 대물림이 있다. 정치인이나 재벌에 대해서 지나친 관심과 감정이입을 하지만 하청노동자 김용균의 죽음이나 가난한 청년들에 대해서는 대화 주제로 선택하는 경우조차 드물다.

일수벌금제, 기본소득 등 제도개선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 주시고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에도 많은 지지와 응원을 부탁드린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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