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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인상으로 연준에 손실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금리인상으로 연준에 손실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10.07 15: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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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낮을수록 연준의 수익 커져…금리 오르면 손실
금리가 올라 손실이 발생하면 이연자산으로 편입
연준은 시가평가 하지 않고 만기 때 만기청산
연준에 큰 손실이 발생하면 의회 비판 면하기 어려워

[이코노미21 양영빈] 양적완화(QE)에 의해 전례 없이 큰 규모로 확대된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양적긴축(QT) 국면을 맞아 축소 중에 있다. 이번 QT 국면에서는 연준의 대차대조표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금리인상까지 같이 진행되고 있어 연준에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구조를 보면 향후 연준의 손실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연준의 대차대조표 구조

연준의 부채 중 통화와 TGA(재무부 예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 RRP는 현재 3.05%, 지준금(지불준비금)은 3.15%를 지급하고 있다. 한편 자산의 국채와 MBS는 이자를 받고 있다. 국채와 MBS는 금리가 오르더라도 받는 이자는 그대로 유지되지만 RRP와 지급준비금에 대한 이자는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 지급액 부담이 커진다.

부채로 이자율 0%의 통화와 TGA가 있고 낮은 금리의 지급준비금과 RRP로 인해 비용은 작고 수익은 높은 구조를 가졌기 때문에 연준은 큰 이변이 없는 한 대체로 수익을 낸다. 연준은 수익이 발생하면 일부는 연준의 경비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재무부에 돌려주는데 이것을 연준 송금액(Federal Reserve remittances to the U.S. Treasury)이라고 부른다. 특히 2015년과 2021년에는 송금액이 무려 1170억달러, 1094억달러에 달해 항간에서 연준에게 붙여준 전세계 최대 헤지펀드라는 별명에 걸 맞는 수익을 올렸다.

연준의 연도별 재무부 송금액 추이

출처=미국연준
출처=미국연준

이 시기에 발생한 큰 수익은 연준의 통화정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당시 연준의 정책금리는 0.1% 정도였는데 금리가 낮을수록 연준의 수익이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연준의 정책금리 추이

출처=미국연준
출처=미국연준

금리가 올라 연준에 손실이 발생하는 경우 연준은 이것을 이연자산(deferred asset) 항목을 만들어 처리한다. 이번 회기에 손실이 발생하면 이연자산으로 편입되고 다음 회기에 수익이 발생하면 그만큼 이연자산을 감소시키게 된다.

 

QT과정에서 연준은 직접 보유한 국채나 MBS를 매각하지 않는다. 보유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만기상환을 받아 이를 자산에서 없애고 동시에 부채의 RRP나 지급준비금에서 동일한 금액만큼 소각하는 방식을 취한다. 연준은 일반 회사와는 달리 시가평가(Mark to Market)를 하지 않고 만기가 돌아올 때 만기청산을 하므로 자산 쪽에서는 채권을 매입했을 때의 확정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연준의 부채는 금리인상에 따라 이자 지급액이 커지므로 손실이 발생한다. 9월에 재무부에 송금할 금액(remittances)이 이미 마이너스 30억달러인 것을 보면 금리인상의 효과가 연준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을 바로 실감할 수 있다.

연준이 재무부에 송금할 이익 추이

출처=미국연준(Earnings Remittances Due to the U.S. Treasury)
출처=미국연준(Earnings Remittances Due to the U.S. Treasury)

다음은 연준의 예상한 순수익 시나리오이다. 시나리오는 연준이 예상한대로 양적긴축을 하고 금리는 2024년 말에 유효기준금리가 2.625%까지 오르고 장기적으로는 2.25%까지 떨어진다는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 이 시나리오는 2022년 5월에 작성한 것이므로 현재의 상황과는 큰 차이가 있다. 파란색은 금리가 연준의 가정대로 움직였을 때를 가정한 수익을 보여준다. 회색은 연준의 가정보다 금리가 1% 낮게, 그리고 자주색은 금리가 1% 높게 형성된 경우의 수익을 보여준다.

출처=미국연준 공개시장조작보고서(2022)
출처=미국연준 공개시장조작보고서(2022)

지난 9월 22일 FOMC 회의에서 발표한 연준의 경제전망 보고서(Summary of Economic Projections, SEP)에서 기준금리 전망을 2022년 4.4%, 2023년 4.6%, 2024년 3.9%로 보고 있다. 2022년의 기준과 큰 차이가 있어 적어도 2024년까지 연준의 손실은 예상치보다 크게 될 수 있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연준은 이익을 내야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연준의 기본 목표는 고용안정과 물가안정이다. 연준이 재무부에 송금하는 것은 연준이 수익을 목표로 운영한 결과가 아니라 통화정책의 과정 중에 발생한 이익이다. 따라서 금리인상기에는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고 금리하락기에는 수익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연준의 손실이 바로 납세자의 손해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다. 연준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위기에 빠진 경제를 살려냈다면 그 결과로 인해 연준 자체가 손실이 나더라도 손실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의 틀에서 봐야할 문제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정치다. 연준에 큰 손실이 발생하면 의회의 비판을 면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행한 각국 중앙은행과의 통화스왑에 대해 이미 몇몇 의원들은 미국 납세자들의 소중한 재산을 다른 나라에게 왜 제공하냐는 비판을 가한 전례가 있다.  2011년 이후 연평균 800억 달러 이상의 큰 수익을 냈는데, 아마 올해를 기점으로 손실로 전환하는 순간 여러 의원들의 질타를 받을 것이 분명하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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