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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투자인가 유혹인가
2. 투자인가 유혹인가
  • 임채훈
  • 승인 2000.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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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서 지나친 확대해석…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바라봐야 “투자를 한다는데, 선정은 해놓고 도대체 말이 없습니다.
” 최근 컴팩코리아 파트너로 선정된 한 업체의 하소연이다.
아까운 시간을 쪼개가며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컴팩 조건에 맞춰 회사조직도 바꿨는데 투자가 들어오지 않으니 속이 타는 건 당연하다.
거대기업의 홍보전략에 말려든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컴팩코리아 김경범 차장은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잘라 말한다.
선정된 기업을 대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했어야 하는데 여건이 허락되지 않아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투자 계획서를 하나하나 꼼꼼히 살피고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1억달러 직접 투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투자미끼로 기술력 뛰어난 업체 입도선매? 컴팩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벤처들은 정말 약속한 돈이 다 투자될 것인가를 가장 궁금해한다.
언론을 통해 액수를 부풀리기만 하고 나중에 ‘해당업체 없음’이라고 발뺌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도 있다.
IT 업체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규모가 커지면 커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hp 같은 IT기업에서 투자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다른 창투사에서 자금을 유치하기가 더 쉬워진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다만 현물투자는 그 액수가 ‘공장도가’가 아닌 ‘소비자가’ 기준이라 벤처들이 느끼는 체감 투자액은 작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또 심사과정에서 다소 집행시기가 늦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한 벤처업체 사장은 “약간의 문제점이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IT기업의 투자 프로그램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파격적 투자를 미끼로 기술력이 뛰어난 업체들을 입도선매하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국내 벤처들이 어려운 틈을 타 이들의 기술력을 싼값에 거둬들이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IT기업의 투자 관계자들은 헐값인수 의혹도 과장된 것이라고 말한다.
대부분의 IT기업이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최근의 IT기업 투자 붐은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전에는 영업사원들이 발로 뛰며 IT 업체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판매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IT기업들이 고객과 함께 커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미리 지원해 함께 커나가면 별도 영업비를 들이지 않고도 제품을 지속적으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의 파격적 지원금은 미래 영업비를 미리 지불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사 솔루션이나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업체에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원이 간섭으로 바뀔 수도 있다 이렇게 의혹이 풀린다 하더라도 몇가지 주의할 점은 있다.
우선 사업영역의 고정이다.
특정 IT기업에서 투자받은 곳은 장기적으로 그 기업의 사업영역을 벗어나기 힘들다고 투자사 심사역들은 하나같이 지적한다.
IT기업이 보기에 투자한 벤처들은 자신의 고객이다.
그 고객이 이탈하는 것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아닌 현금을 투자받을 경우 경영권에 일정 정도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지원’이라는 말은 상황에 따라 ‘간섭’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무작정 지원을 받으려고만 하다 보면 생각했던 것과 다른 엉뚱한 결과만 생길 수 있다.
투자를 받고자 하는 업체들은 자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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